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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장. 몸의 힘듦보다 마음의 힘듦이 평생 가는 힘듦.

by 뚜기맘



병원에서 막달검사를 하고 온 지 일주일 가량 지나고 있다. 늘 똑같은 하루와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유난히 초기 때 중기 때보다 부쩍 걷는 시간과 걷는 날이 많아졌다. 내 기준으로 놓고 보았을 때를 빌어 이야기하자면 매번 매 시기가 계속 힘든 순간의 연속인 것 같다. 마음 편할 날이 단 하루도 없다 어떻게 된 게..


초기 때 중기 때에는 아기아빠 화재사고로 하늘나라로 보내고 제정신 아니었고, 중기 때는 뚜기 건강상태가 안 좋아서 제정신 아니었고 막달쯤 되니까 이제는 초기 때 와 중기 때 힘듦이 섞여서 힘들다. 게다가 뚜기가 건강하게 못 태어날 확률이 높기에 내가 얼마나 마음적으로 잘 버텨낼지도 그 생각만 하면 착잡해져만 온다.


플러스 시설에서 마음이 맞지 않는 여러 사람들과 부딪혀가며 지내야 하는 이런 현실이 더해져 심리적으로 편치 않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런 엄마의 심리상태와는 별개로 뚜기는 다른 주수 때보다도 뱃속에서 더 활발한 움직임을 느끼게 해 주었다. 마치 "엄마엄마, 내가 여기 있어요. 너무 힘들어하지도 걱정하지도 마요." 내가 엄마 지켜줄게요."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우리 뚜기를 가지고 제대로 된 태교를 해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남들 흔히 가는 태교여행을 가준 적도 없고 아빠 목소리를 들려준 적도 없고 뭐 하나 태교 다운 태교를 해준 적이 없다.


"태교라는 게 뭐 별거겠냐? 엄마가 좋으면 뱃속 아기도 좋은 거고 그게 태교지." 임신기간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보니 요새 부쩍 나의 임신기간을 돌아보게 된다. 참 쉽지 않은 힘든 시간들이었다. 물론 지금도 힘들다 힘들기는.


잊을만하면 연락 오는 사람들이 나보고 묻는다. 잘 지내? 정말 평범하게 물어보는 그런 질문이 나는 오히려 그렇게 물어보면 왜 그리도 짜증과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이런저런 복잡한 심경들이 겹치고 겹쳐있는 와중에 이제 출산날을 잡아놓고 막달에 와 있으니까 선생님들도 나를 더 많이 걱정하시는 눈치시다. 내 얼굴표정이 그런 감정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도 한 몫하겠지만. 그래서 어느 날 저녁 선생님 한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요 며칠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감정인지 어떤 생각이 드는지. 그리고 이제 곧 태어날 뚜기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뚜기 이야기 하면서 "아차" 싶었다. 뚜기 걱정만으로도 사실 머릿속이 미워터 질 것만 같은데 내가 다른데 신경을 쓰고 있음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지금 다른 곳에 감정낭비할 때가 아닌데.."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냉수마찰 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선생님이 내게 그러셨다. "여기서 지내는 게 마음이 많이 힘들지? 걱정도 많이 되지? 출산 앞두고 왜 안 그렇겠어. 뚜기가 태어나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어떤 일이 벌어지든 간에 네가 너무 많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디 가족이라도 있으면 그래도 위로받고 버틸 버팀목이라도 될 텐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너무 안쓰러워.. 그래서 더 마음이 많이 쓰인다.."


내 마음을 너무도 잘 알아주셔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원체 눈물이 많긴 한데 가뜩이나 많은 눈물은 메마르지도 않나 보다. 수돗물 틀어 논 듯 콸콸 흘러버렸다. 아직 더 울일이 많이 남았나 보다.


이것은 임신호르몬 영향이라고 보긴 힘든 오로지 내 힘듦으로 느끼는 눈물이었다. 가족의 빈자리 공허감을 느끼며 힘들게 산 기억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별 감흥 없이 살았는데 이제 나도 엄마가 된다고 하니까 나를 낳아주신 엄마가 어찌나 그립던지..


내 어릴 적 내가 느꼈던 그런 외로움은 대물림 안 해주고 싶은데 무뚝뚝한 엄마보다는 감정표현 사랑표현 잘해주는 칭찬 많이 해주는 그런 엄마가 되어주고 싶은데.. 좋은 것만 보여주고 좋은 말만 해주는 그런 따뜻한 엄마가 되어주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까? 그런 엄마가 내가 과연 될 수 있을까?


요새 부쩍 발도 퉁퉁 붓고 몸도 많이 무거워졌다. 더불어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가중되어 체내에 쌓이고 있다. 이런 감정은 오래 가지고 안고 가면 안 되는데 몸이 힘든 것은 순간적인 힘듦 마음이 힘든 것은 평생 가는 아픔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분명 그런 아픔이라 할지라도 이겨내야 한다. 나는 뚜기엄마니까. 그렇게 살겠다고 마음먹었으니까.


감정적으로 너무 지치는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지금까지 하루하루 버텨왔던 것처럼 누가 뭐라 하든, 눈치를 주든 간에 안 보고 안 듣고 한 귀로 흘리고 뚜기만 생각하자. 다가오는 출산에만 신경 쓰자. 그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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