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의 진료를 마치고 제왕절개 관련 수술과 입원 관련해서 설명을 들어야 했기 때문에 잠시 대기하게 되었다. 수술 날짜가 잡혔다는 것은 이제 진짜 우리 뚜기 만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걸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 삶의 새로운 판도를 맞이하는 삶이 바뀌는 계기가 새로 시작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뜻하기도 한다.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니니까. 이때까지는 나도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고 싶어 하고 기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컸다면 그걸 바라왔다면 이제부터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면 안 되는 거니까. 이제는 내가 보살펴줘야 하고 내가 책임져야 하는 내 소중한 가족이 생긴 거니까. 마냥 철부지로 살 줄만 알았던 내가 엄마가 될 준비를 하게 되다니..
뚜기의 상태를 듣고 마음이 아파 가슴이 먹먹해져 오기보다는 위에 드는 생각들로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그렇게 아주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3번 방에서 낯익은 얼굴의 선생님이 살갑게 나와 간호 선생님을 맞아주셨다.
어디서 뵌 분 같은데 했더니 세브란스 병원 Youtube 영상에서 제왕절개 과정에 대해 소개해 주신 분이셨다. 영상에서처럼 말씀을 조곤조곤 잘하셨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시는 것 같았다. 입원 안내문 1장과 제왕절개술 상담지 1장 이렇게 2장의 종이를 가지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입원 날짜와 수술 날짜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셨고 수술 전 준비 검사 결과에 대해서도 늦게 했던 검사 빼고는 다 정상으로 나왔다고 말씀해 주시며 원무과에 접수하는 방법을 비롯해 수술 전일 준비사항과 분만 가방 꾸리는 방법이랑 제왕절개 수술 관련해서 진행하는 순서와 입원 계획표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궁금한 걸 주고받는 시간도 가졌다. 분명 설명을 잘해주신 거 같은데 내 머릿속은 왜 그리도 멍.. 해지는 건지 무슨 이야기를 듣긴 들은 것 같은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 것 마냥 순식간에 들은 내용이 빠져나가버렸다.
제대로 기억나는 거라고는 다음 산부인과 검진 보러 올 때 원무과에 들려 입원 수속하는 것 그거 딱 하나. 그것밖에 제대로 기억이 나는 게 없다. 뭐 그래도 괜찮다. 수술 관련 종이가 내게 있으니까. 막상 닥치면 어떻게든 되겠거니. 물어보면 다 알려주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코디네이터 선생님과 상담을 마무리하고 병원을 나섰다. 병원을 나서는데 간호사들 다 퇴근하고 불도 거진 꺼져있었다. 사람들도 다 빠져나간 상태. 늦게 온 게 아닌데 2시 반에 와서는 6시가 다 되어 병원을 나섰다.
막달 검사 이상 소견 없고 이제 출산까지 3주 정도 남은 시간 컨디션 조절 잘하고 잘 유지해서 수술 날짜 전에 분만실 가는 일 없이 정해진 잡힌 날짜에 병원에 갈 수 있도록 잘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남은 건 그거 하나뿐인 것 같았다.
이제 진짜 출산에만 오로지 집중을 해야 하는 시기에 온 것이다. 택시를 잡고 돌아오는 택시 안. 그 어느 날 병원 진료 때 보다 속은 후련했다. 이제 거의 끝까지 왔다는 생각에.
끝은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일 수 있겠지만 힘들기만 했던 임신기간이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끝난다는 생각만으로도 내 속을 후련하게 해 줬다. 나에게 임신 기간은 너무도 힘든 시간이었으니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 또한 모르는 거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은 아직 걱정하지 말자고 그때 가서 생각하고 힘들어하자고. 그렇게 마음먹어가는 훈련을 하면서 출산 전 마지막 막달 검사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돌아와서 베이비 빌리 임신 앱에 계획 분만 일을 10월 21일로 바꿔놨다. 원래 예정일보다 많이 앞당겨졌다. 날짜를 보니 한 달도 안 남은 시간 아직까지 실감이 백 프로 나는 건 아니지만 이제는 뚜기 물건도 하나둘씩 챙겨놓고 준비를 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구나 싶어 마음이 조급해졌다.
마냥 손 놓고 그냥 있었는데.. 진짜 지금부터는 하나씩 하나씩 준비해 나가야 한다. 무사히 태어나 주길 기도하면서. 우리 뚜기 엄마 뱃속에서 아파도 잘 버텨주고 잘 있어줘서 너무 고마워. 엄마가 우리 뚜기한테 정말 많이 고맙고 감사해. 무사히 꼭 만나자 뚜기야. 사랑하는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