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s Longa, vita brevis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흔히 예술의 고귀함과 가치를 나타내는 말로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히포크라테스 잠언집의 서두에 나오는 말로, 라틴어인 ars가 영어인 art로, 이후 예술로 번역되며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잠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당시의 ars는 단순한 예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의술이나 기술과 같은 모든 실용적 지식을 일컫는 말이었고, 이어지는 문장들을 보면 의사였던 히포크라테스의 의술에 대한 겸손한 독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리스인 히포크라테스에 맞게 “떼크네-(tékhnē)”라는 발음의 그리스어에서 바로 번역되었더라면, “인생은 짧고, 기술(테크닉; technique)은 길다”로 번역되어 공학에 대한 찬가로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현대 공학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빛의 속도로 진보해 가는 기술의 진보에 “인생은 길고, 기술은 짧으니, 무얼 먹고살아야 하나”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올 법도 하다. 전화받는 손 모양으로 세대를 구분한다거나, 저장매체의 변화로 더 이상 가지고 있어도 사용할 수 없는 디스켓이나 테이프류, 심지어 CDP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내 인생보다 기술의 수명이 짧은 것은 사실인 것 같기도 하다.
내가 회사에 입사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컴퓨터 모니터들이 CRT에서 LCD로 바뀌어 가던 시절이었고, TV와 같은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LCD와 PDP가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니터 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해 버린 LCD가 그 힘으로 TV시장마저 잠식하며, 10년 이상 디스플레이 업계의 최강자로 군림해 왔다.
하지만 “권불십년”이라고 했던가.. 어느덧 LCD도 중소형 기기에서부터 시작해, 대형 TV까지 OLED에게 조금씩 그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에 따라 소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 또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100세 시대라는 긴 인생에 비해 10년 동안 갈고닦은 기술은 벌써 수명을 다해가니, 아 정말 “인생은 길고, 기술은 짧구나!”
아니 어쩌면 21세기는 무한한 우주로 나아갈 기술에 도전하고 있으니, 다시 한번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기술을 찬양하며, “vita < ars”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