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이냐.. 짬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중국요릿집, 대표메뉴 짜장면과 짬뽕 중 무얼 택하느냐는 햄릿의 “to be or not to be”만큼이나 어렵고도 심오한 문제이다. 이런 고민의 결과에 놀라운 해답이 나타났다. 바로 ’짬짜면’이라는 궁극의 메뉴가 탄생한 것이다. 면을 담는 플라스틱 용기를 딱 절반으로 나누어 두 개의 사분구에 각각 짜장면과 짬뽕을 담아, 두 가지 면 요리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야말로 코페르니쿠스적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라 할 만하다. 사실 코페르니쿠스도 하루아침에 홀로 고민하다 지동설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고대로부터 내려오던 수많은 문헌들(예를 들자면 아리스타르코스의 주장들)을 통해 영감을 얻고 아이디어를 밀고 나아간 것이라 알려져 있긴 하다. 짬짜면을 탄생시킨 무명 씨도 아마 식당에서 많은 사람들이 추가 접시를 시켜 서로 면을 나눠먹던 모습을 보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그릇을 나누어 두 가지 면을 동시에 담아내면 되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짬짜면의 발명을 20세기 중반 소련의 겐리히 알츠슐러에 의해 체계화된 ’트리즈(TRIZ)‘라는 기법으로 설명하자면 ’분할‘기법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분할에는 공간의 분할뿐 아니라 시간의 분할도 있을 수 있다. 중국요리로 이어 말하자면, 코스 요리가 시간을 분할하여 다양하고 풍성한 맛을 느끼게 하는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역설적으로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명된 트리즈 기법은 모두 40가지의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 그중 1번이 바로 분할이다. 하지만 이런 분할이 항상 성공을 담보하는 것만은 아니다. 때론 잘못된 분할로 아이디어만 반짝였을 뿐 성공작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게 발생한다.
앞서 분할의 예로 언급한 짬짜면은 사실 처음엔 획기적 발상의 전환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생각보다 그리 인기메뉴의 반열에 오르지는 못한 채 머물러 있는 상태이다. 짬뽕을 시킨 사람은 상대방이 선택한 짜장면의 달콤함이 부러웠을 것이고, 짜장면을 시킨 사람은 상대방의 매콤한 짬뽕 국물 한 숟가락이 부러웠을 것이나, 막상 두 가지 음식을 한 번에 먹으려니 달콤함도, 매콤함도 제대로 즐기기 어려웠기 때문이리라.
음식면에서 짬짜면보다 성공한 분할의 예를 들자면 ’충무김밥‘과 ‘삼각김밥’이 더 적절할 것이다.
지금은 ‘통영‘으로 바뀌어버린 과거’충무’시의 대표 메뉴로 전국적인 인기를 끈 충무김밥은, 뱃사람들이 물고기를 잡느라 밥때를 놓쳐 매번 쉬어버리는 김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밥 말고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맨밥 김밥에 별도로 김치와 꼴뚜기 반찬을 포장해 먹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편의점 대 히트 상품인 삼각김밥 또한 밥에 닿은 김의 눅눅함을 해결하기 위해 밥과 김을 분리하는 기가 막힌 포장법의 발명으로, 언제나 신선한 김밥을 먹을 수 있도록 개발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번쩍이는 아이디어만으로는 결코 오래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이다. 그렇다고 처음의 실패가 곧 그 아이디어의 끝만은 아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도 발표와 동시에 큰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지구 중심‘에서 ‘태양 중심‘이라는 발상의 전환은 놀라웠으나, 막상 당시까지 대세였던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보다 천체 이동의 예측력이 더 낮은 수준에 머무르며 사람들에게 확신을 심어 주지 못했던 터였다. 지동설은 이후 갈릴레오 갈릴레이, 티코 브라헤, 요하네스 케플러 등에 이르는 지속적인 후속 관찰과 연구로 수정 보완된 덕에 지금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정설로 거듭난 것이다.
점심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은 오늘도 새로운 아이디어 탐구에 나선다. 특히나 산업계가 크게 요동치는 시기에는 신사업에 대한 열망과 압박이 더욱 강력해지는 시기이다. 오늘은 트리즈의 제1법칙으로 무언가 분할해 보는 것으로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물론 신사업의 아이디어가 지동설처럼 처음부터 상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할지도 모른다. 신사업의 혁명을 위해서는 만화경처럼 세상을 색다르게 바라볼 시각, 과감하게 뛰어들 야수의 심장, 그리고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어붙일 불도저 같은 추진력이라는 삼박자가 맞아야 하는 것이다.
수많은 반대 앞에서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주장하는 당찬 신입이 있다면 기꺼이 지지의 한 표를 날려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