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rasol Sep 12. 2024

회사로운 일상공상3

“유레카! “.. 단위.. 그리고 부피와 무게

”여기요! 맥주 500 여섯에 치킨 두 마리요! “


직장인이라면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잔이 간절한 것은 인지상정이다. 요즘은 대체로 각자 “500”을 시키지만 옛날에는 소위 “3,000”이라 불리던 피쳐(pitcher)를 시켜 작은 맥주컵에 한잔씩 따라 마시는 것이 더 흔한 풍경이었다. 그럴 때면 항상 이게 3,000cc가 맞냐 아니냐가 논란의 대상이 되곤 했다. 안주가 나오기 전 술안줏거리로, 혹자는 거품을 빼면 3,000이 아니라 2,700이라고 주장하기도 했고, 또 다른 혹자는 이중으로 된 PC 피쳐를 보며 겉 부피가 3,000이고 내부는 2,700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어디서 나온 숫자인지도 모르지만 대체로 10% 정도가 빠진 2,700이 정량이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과연 3,000이었는지 2,700이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유독 맥주집만 가면 나오는 이 “cc”라는 단위는 “mL”에 익숙한 우리에겐 다소 뜬금없는 느낌이다. 다행히도 cc는 cubic centimeter, 즉 세제곱센티미터의 공간을 차지하는 부피로, 정의상 mL와 같은 단위이다. 요즘 수제 맥주집에서 나오는 파인트(pint) 같은 단위에 비하면 양반 중에 양반인 셈이다.

심지어 파인트는 사전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파인트(액량·건량 단위. 영국에서는 0.568리터, 일부 다른 나라들과 미국에서는 0.473리터.” 이러면 시원한 생맥 500cc 한잔과 비교해 영국식이면 68mL를 더 마시는 꼴이고, 미국식이면 27mL를 덜 마시는 꼴이니, 파인트 한잔이 이득인지 손해인지 알 수 없는 수준이다.


부피의 단위만 가지고도 이럴진대, 술잔을 잠시 밀어 두고, 회사로 돌아와 부피와 무게를 한꺼번에 쓰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더 심각해진다. 미디어에 비추어지는 화학실험실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보글거리는 플라스크와, “메스실린더(measuring cylinder)”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의 정밀화학 실험실에서 메스실린더는 두 가지 이유에서 정밀 전자저울에 밀려 설 자리가 그리 넓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첫 째는 측정 본연의 정밀도의 문제이다. 전자저울은 0.0001g까지 측정되는 장비들이 흔한 반면, 메스실린더는 이 정도로 정밀하게 만들려면 엄청나게 가는 관을 사용해야 하나 그렇게 되면 눈금을 그려 넣기도 어려워지는 수준이 된다. 또한, 메스실린더 벽면과 액체의 계면장력에 의해 물과 같은 액체는 오목하게, 수은과 같은 액체는 볼록 하게 액면을 형성하여 눈금 읽기를 더 불편하게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실용성의 문제로, 메스실린더로 측정한 액체를 다른 용기로 옮겨담으려면 메스실린더 벽면에 액체가 묻어 완벽히 측정한 양만큼을 옮겨 담을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이런 문제는 저울을 사용하더라도 마찬가지라 할 수도 있겠으나, 그런 문제가 있다면 옮겨 담을 용기를 저울에 바로 올려놓고 직접 무게를 측정할 수 있으므로, 간단히 해결 가능하다. 또한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을 섞는 경우를 가정하면 부피 측정으로는 1+1이 2가 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으므로 더욱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비율이 중요한 화학실험은 고체든 액체든 대체로 무게의 단위비로 섞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문제는 이렇게 실험해서 알아낸 것은 결국 원하는 물질의 무게비인지라, 자연스럽게 무게단위로 필요한 물질의 양을 알고 있게 되나, 액체 상태의 원료들은 18L 말통이 흔히 쓰이는 포장단위이다 보니 부피 단위로 판매가 된다는 점에 있다.

필요한 물질이 물이라면 비중이 대체로 비슷하므로, 무게와 부피의 차가 크지 않아 별 문제가 되지 않으나, 화학실험에 많이 사용되는 유기용제류들의 밀도는 1보다 작은 경우가 많아 1kg를 1L로 계산했다가는 양이 모자라 낭패를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2000여 년 전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Eureka)”를 외치며 깨달은 비중, 혹은 밀도의 개념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귀차니즘이 지배하는 직장인의 일상에서는 L와 Kg이 난립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심지어 제곱이나 세제곱도 위첨자가 아닌 cm2, cm3 등으로 쓰고 마는 것이 흔한지라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1999년 화성 탐사선의 폭발 사고 또한, 록히드마틴사와 NASA사이의 단위 해석 오해로 인한 사고였으니, 과학과 실험에서 단위의 중요성은 두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문득 오늘의 글은 200자 원고지로 몇 장이나 될지 궁금해진다.

이전 02화 회사로운 일상공상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