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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sol Sep 06. 2024

회사로운 일상공상1

프롤로그

“도” 시라솔 ”파” ”미” 레도..도파미ㄴ?


도파민; 일명 사랑의 묘약


공대생인 내가 음대생인 아내를 만나 주례를 부탁드린 대학 시절 지도교수님은, 처음엔 엉뚱하다 생각하셨지만 너무나 멋진 주례사로 우리의 만남이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님을 증명해 주셨다. 공학, 특히 화학과 음악은 너무 먼 것 같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둘 모두 세계인의 언어인 음표와 화학기호로 소통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말없이 통할 수 있다는 진리를 일깨워 주신 것이다. 이렇듯 때론 다른 것 같지만 같은 점을 찾다 보면 닮은 점들이 보이곤 한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공대생의 소소한 일상 속에 녹아있는 과학과 예술,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철학에 이르기까지 결국 삶이라는 나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들의 이야기.


그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피타고라스'이다.


피타고라스라고 하면 직각삼각형 세 변의 길이의 관계를 정리한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의외로 피타고라스의 또 다른 업적은 음률의 이론화라는 음악 분야에까지 미쳐있다. 도에서 솔로 음이 완전 5도 차이가 날 때마다 음의 진동수가 3/2배(1.5배) 증가하는 방식으로 음계를 정리한 것이다. 같은 원리로 솔과 또 완전 5도 관계의 한 옥타브 높은 레는 처음 도의 (3/2)^2=9/4배(2.25배)의 진동수를 갖는다. 한 옥타브 간에 진동수가 2배 차이이므로, 이 높은 레를 한 옥타브 내리면 진동수를 반으로 줄여, 처음 시작한 도의 9/8배(1.125배)가 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완전 5도가 되는 음들의 진동수를 계산해 나가면 대체적으로 전체적인 음계가 완성이 되는 것이다. 결국 음악은 음파의 진동수에 의해 좌우되는 물리현상인 것이다.



물리가 어려워 화학을 공부하고 입사한 “화학“회사에서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진동수를 이용한 기술들이었다. (빛을 다루는 광학에서는 진동수와 반비례 관계인 '파장'을 주로 이용한다.) 당시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 산업이 세계를 이끌고 있던 시점이라 상당수의 재료회사들이 디스플레이 관련 재료에 집중되어 있었고, 우리 회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텔레비전이나 모니터 표면의 반사를 줄이기 위한 반사방지 기술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화면의 표면에서 반사되어 나가는 빛과, 내부로 침투한 후 반사방지층과 필름의 계면에서 반사되어 나오는 빛의 파장이 서로 상쇄되도록 파장을 조정하는 처리법(상쇄 간섭)이 반사방지 기술의 핵심이다.

‘진동과 파장을 조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광학과 음악은 맞닿아 있다. 물론 음악을 만드는 음파는 공기와 같은 매질이 필요하고, 광학이 다루는 빛은 전자기파로 매질이 없는 우주 속을 날아 우리에게 전해지긴 하지만 말이다.


광학의 반사방지 기술을 익히고 나니, 상쇄 간섭이라는 기술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이어폰의 “노이즈캔슬링”기술이 자연스레 이해되었다. 또한 비눗방울의 얇은 막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파장의 보강/상쇄 간섭에 기인한 다채로운 색상들이 마치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연주로 들리기 시작했다. 비 온 뒤 맑은 하늘의 무지개는 태양의 화려한 전자기파에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들이 각각의 파장으로 자태를 뽐내는 우주 교향곡이 담겨 있음을 보여준다.


모든 것은 피타고라스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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