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 & DC / 직류식? 교류식?
바야흐로 전기차의 시대이다.
21세기의 가장 성공한 공학자이자 사업가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는,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과학자 '테슬라’의 이름을 따서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자동차 업계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마치 꼬리를 잡고 흔들어 개의 머리를 움직이듯, 전기차를 통해 거대 자동차 산업계의 선두주자들을 뒤흔들고 있으니 웩더독(Wag the Dog)이라 부를 만한 것 같다.
지금이야 이렇게 테슬라가 유명해졌지만, 밀레니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보다 더 유명한 사람은 발명왕 “에디슨”이었다. 발명이나 아이디어를 나타낼 때 흔히 쓰는 아이콘이 전구모양인 이유도 에디슨의 대표 발명품 중 하나가 바로 전구였기 때문이다.
100여 년 전 성공한 사업가였던 에디슨은 직류 기술을 지지했고, 반대파인 웨스팅하우스 측은 교류 기술을 지지하며 팽팽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웨스팅하우스에 테슬라가 합류하며 교류 기술의 수준이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계기를 맞게 된다. 이로 인해 당시의 기술로 높은 전압을 이용한 장거리 전송이 가능했던 교류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자 에디슨은, 자신의 흑역사라고 할지도 모를 ‘교류’를 이용한 ‘전기의자’를 발명해 교류의 위험성을 부각하려는 교류 음해 공작까지 펼치며 직류 기술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대세는 거스를 수 없었던지 결국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에서 25만 개의 전등을 켜는 프로젝트는 웨스팅하우스의 교류 방식으로 결정되며 소위 ‘전류 전쟁(Current War)’은 교류의 승리로 마무리된다.
사실 당시 전쟁의 결과는 직류와 교류 고유의 특성이었다기보다는 그 시절 각각의 전기 방식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 한계에 따른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서론이 너무 길어져 버렸다. 이처럼 직류와 교류의 전쟁은 전기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일하는 방식 또한 직류처럼 일사천리로 하달되는 방식으로 일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교류처럼 서로 쌍방향 소통하며 나아가는 회사도 있다. 직류식과 교류식 어느 것이 더 나은지는 언제나 화두이다.
과거에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불도저 같은 추진력이 일의 성과를 만들곤 했다. 하지만 최근, 특히 상하관계가 불분명한 IT업계가 활황을 일으키며 업무의 방식도 일방 소통보다는 상호 교류를 통한 협업으로 성과를 내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또 한 번 직류와 교류 전쟁에서 교류가 승리하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직류와 교류의 전류 전쟁에서 재미있는 포인트는 다른 많은 산업계의 표준 전쟁의 결과와는 달리, 직류와 교류는 여전히 고유의 영역을 고수하며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의 표준 간의 전쟁은 스웨덴 출신의 팝 그룹 아바(ABBA)의 노래 “The Winner Takes It All”처럼 승자 독식인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가 매일 쓰는 충전용 USB도 다양한 형태가 존재했지만 점차 하나로 통합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에 비해, 직류와 교류라는 전기 기술은 상호 보완하며 지금도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실상 테슬라의 이름을 딴 전기자동차는 구동모터만 전기모터로 변경된 것이 아니다. 수많은 센서와 전자제품이 포함된 거대 종합 전자제품이기 때문에, 직류나 교류, 어느 한쪽이 아닌 두 가지 전류 방식 모두가 적재적소에 적용되어 돌아가고 있다.
이처럼 조직이 복잡하고 고도화될수록, 우리의 소통 방식 또한 직류식, 교류식 소통이 적재적소에서 이루어지며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야만 고성능 전기차처럼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과감한 판단이 필요한 곳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가, 치열한 토론이 필요한 곳에서는 계급장 없는 난상토론이 필요한 것이다.
전기차의 설계자가 최적의 시스템을 디자인하듯, 서로 다른 스타일의 사람들을 한데 묶어 최고의 효율을 만들어낼 조직문화 설계자의 역할이 회사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