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시간, 그리고 커피
직장인이 간절히 기다리는 3대 시간이 있다.
점심시간, 휴식시간, 퇴근시간이 바로 그것이다.
이 중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은 사막의 신기루 마냥 아무리 다가가려 해도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 것만 같은 시간이다. 이에 반해 흡연가들에겐 담타(담배타임)로도 불리는 휴식시간은, 미리 준비해 둔 물병에서 물을 꺼내 마시듯 내가 원하는 시간에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낙이라 할 수 있다.
흡연가들에게 담배가 있다면, 비흡연가들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커피’이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키스처럼 달콤하다는 커피 한 모금의 망중한이 있기에, 퇴근시간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이 직장인의 삶이라 할 수 있다.
휴식시간은 단순히 배터리 충전의 시간만은 아니다. 바쁜 와중에 잠깐의 쉼이 때론 새로운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골몰해 있던 일에서 한 발 떨어져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다 보면 의외의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케쿨레가 벤젠링의 구조를 떠올린 것도 난로 옆에서 깜빡 빠져든 꿈 속이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 또한, 샤워를 하다가 문득 고민하던 문제의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잠깐의 리프레시를 위한 흡연과 커피에는 의외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뽀얀 연기가 그것이다. 너무 느리지도, 그렇다고 너무 빠르지도 않은 은근한 속도로 유혹의 춤을 추듯 커피와 담배로부터 탈출하는 하얀 분자들의 움직임. 컴퓨터 바탕화면의 화면 보호기 마냥 그 움직임은 종잡을 수 없이 랜덤하게 보인다.
이런 마구잡이 분자들의 확산 운동은 ‘브라운 운동(Brownian Motion)’이라 불린다.
스코틀랜드의 식물학자 로버트 브라운이 물에 띄운 꽃가루 입자를 관찰하던 중, 꽃가루들이 물 위를 끊임없이 불규칙하게 표류하는 것을 관찰하게 된다.
처음에는 살아있는 생물의 움직임이라 생각했으나, 브라운은 무기 물질을 곱게 갈아 물에 띄워 본 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어, 이런 현상이 생명체의 움직임이 아닌 물리적 현상임을 최초로 알아내게 된다. 이후 이 현상을 해석하여 미세 분자들의 물리적 움직임을 수식으로 정리해 낸 사람은 다름 아닌 아인슈타인이다.
그는 1905년 4편의 논문을 발표한다. 그 첫 번째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한 광전효과,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브라운 운동, 세 번째가 특수 상대성이론, 마지막 네 번째가 특수 상대성이론의 결과로, “E=mc2”라는 식으로 유명한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였다. 한 편 한 편의 논문 모두가 이후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논문이었지만 아인슈타인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이 모든 논문을 발표하게 된다. 그래서 1905년은 ‘기적의 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쉴 틈 없이 달려온 것 같지만 어쩌면 아인슈타인도 차가운 겨울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닝커피 한잔을 마시다 이 모든 것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직장인에게 휴식타임은 꼭 필요한 시간이다. 커피 한 잔 나누어 마시던 직장 동료가 나의 말 한마디에 떠올린 아이디어로, 노벨상이라도 탈지 또 어찌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