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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암 Oct 13. 2024

C49.9 - Myxoid Liposarcoma

Episode 18 | 1차 항암

항암약의 하루 루틴

항암약마다 투약방법이 다 틀릴것인데, 나의 경우 13시간 짜리 하루 루틴으로 3일간 투약하는 방법이였다. 시작 30분전 스테로이트제로 위를 보호하고, 첫번째로 아드리아마이신을 30분 투약한다. 바로 이어서 이포스파마이드를 1시간 투약한다. 이포스포마이드를 투약할때 대표 부작용인 방광염을 예방하기 위해, 관련 해독제와 소변을 자주보게 하기 위한 포도당 수액을 같이 투약받는다. 이때 포도당 수액을 두 팩을 연이어 맞는데 이게 총 12시간이고, 해독제는 그 사이에 4시간 간격으로 총 3번 맞는다.

아드리아마이신은 소위 말하는 빨간약이다. 대표적인 항암약으로 여러 암에 대표적으로 쓰인다고 한다. 빨간색으로 되어 있고, 몸에 들어오고도 그 빨간색이 남아 있어서 소변에도 종종 빨간색이 묻어난다. 심장이 튼튼해야 맞을 수 있는 항암약으로, 한 사람이 맞을 수 있는 총량이 정해져 있고, 항암 후 심장에 이상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을 만큼 부작용이 크다. 심장검사를 통해 건강해야만 아드리아마이신을 맞을 수가 있고, 몇주전 검사한 나의 심장은 다행이도 튼튼하였다.

병원 제약제조팀에서 항암 약이 매일 오전 10시부터 제조되어 올라온다. 나의 경우 케모포트 시술이 11시쯤 끝나서 12시부터 항암을 시작하였다. 스테로이드제 > 아드리아마이신 > 이포스파마이드 순으로 투약하였다.

두 약 모두 케모포트를 타고 들어오면 아무런 느낌이 없다. 하지만, 아드리아마이신을 맞을때면, 항상 느끼는게, 색깔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빨간 독약이 내 심장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사실상 항암이라는게 몸에 독을 넣어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니까 ‘독약’이라고 생각하는것도 크게 틀리지 않겠다.


첫날의 항암

케모포트 시술 후 담당 교수님이 회진을 돌았다. 케모포트가 잘 시술된 것을 확인하고 항암관련 유의사항을 재차 알려주셨다. 그리고 항암의 시작을 알려주셨다. 첫 외래 이후 두번째 뵙게 되는데, 또한 입원 중에 다시 못 뵜는데, 이후 알게되었지만 혈액종양 의사들은 정형외과 의사와 다르게 자주 회진돌지 않고 대신 많은 환자를 동시에 돌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주사 투여와 상태 체크는 주로 간호팀 업무이니 의사는 항암 투여 중 특이 증상만 관찰하면 될 듯 했다.

교수님과 한 흥미로운 대화가 하나 있는데, 나의 경우 수술로 암을 100% 거둬냈지만 재발과 전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예방차원에서 하는 항암이라고 한다. 다른 환자들은 어떤 암 수치를 기준으로 항암 전후를 비교하곤 하는데, 나의 경우 어떤 기준이 되는 수치가 하나도 없고, 다만 미래에 발생할 재발 가능성을 낮추기 위함이다. 불확실성에 대한 예방 비용 치고는 항암이라는 비용이 너무나 커서, 이성적으로는 이해되지 않으나, 교수님의 방향을 믿고 따라본다.

어쨌거나 위에서 설명한 하루 루틴으로 항암이 시작 되었다. 투약 시작 후 첫 2시간은 항암약들을 두 눈으로 보고 기록하고 몸의 미세한 변화를 최대한 느껴보도록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후 해독제와 포도당 주사 구간에서는 다소 긴장을 늦추었으나 자주 소변을 보면서 소변색을 확인하고 몸의 변화를 천천히 느껴보았다.

2시간쯤 지났을때 첫 소변색이 예상하듯이 빨간색으로 나왔다. 아드리아마이신이 몸속을 한바퀴 돌았구나 싶다. 이어서 어지럼증이 발생했고, 3시간쯤 지났을때 거북한 약 냄새가 입으로 올라왔다. 오후 내내 어지럼증이 나를 괴롭혔었고, 두통도 함께 발생했다.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고, 저녁때쯤에는 구토가 나올 듯 하여 항오심제를 투약받았다.

그 외에는 큰 신체적 부작용은 없었고, 침대에 누워서 이런저런 영상을 보기도 하고 아내랑 통화도 하면서 저녁/밤 시간을 그럭저럭 잘 보낸 듯 하다. 결국, 첫날의 항암은 새벽 2시에 끝났다.


둘째날의 항암

개운하게 일어났다. 케모포트 시술 자국이 많이 불편했었음에도 바로 누워 잘 잤다. 지난밤에 모든 링거줄들을 다 때버려서 몸에 달린 것도 없다.

어지럼증과 가슴 답답함은 항시 있지만 전체적인 컨디션은 좋았다. 아침식사를 뚝딱 해치우고 기분전환 할겸 머리를 뚝딱 감았다. 입원 전에 9mm로 빡빡 밀었던 머리는 가볍게 세수하듯 쉽게 감긴다.

오늘 일정은 10시반부터 시작했다. 10시부터 항암약들이 제조되어 올라오니 간호사들에 의해 순서대로 빠르게 투여되기 시작될 것이다. 이제 하루 루틴을 알고 나니 항암이 보다 편안하다. 두려운 무언가를 경험하거나 잘 알고 있다는 것은 사람을 무섭지 않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항암약이 들어가는 초반 2시간은 혹시라도 거줄을 건드릴까봐 아주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인다.

점심은 어머님이 직접 만드신 닭죽이다. 맛있게 한그릇 뚝딱 먹었다. 2시께는 친한 친구 가족을 병원으로 불러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도 늘어 놓았다.

친구 가족을 돌려 보내고, 딸꾹질이 시작되었다. 오전에 앞 침대 환자분이 딸꾹질을 시작해서 매우 고통스러워 하셨는데, 그게 전염되었는지 나에게로 왔다. 한번 시작하면 한시간 이상 가까이 계속되었고, 자기전까지 총 4번의 딸꾹질을 하였으니 하루에 4~5시간을 딸꾹거리니 이제는 가슴이 아팠다. 딸꾹질 소리가 다른 환자에게 거슬릴까봐 대부분 휴게실에 나가 있었고, 딸꾹질 약을 처방받아 겨우 멈추기를 반복했다. 이날은 11시에 항암이 끝났다. 제발 딸꾹질 나지마라 하면서 잠을 청했다.


세째날의 항암

이날은 컨디션이 별로이다. 옆 코골이 아저씨의 감기기운으로 잠을 설친데다가, 딸꾹질로 몸도 지쳤다. 지속적인 어지럼증과 메스꺼움으로 인해 눈 뜨자마자 항오심약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은 9시 40분에 항암을 시작했다. 보통은 항암약이 오면 앉아서 맞았는데 이날은 앉아 있을 힘도 없었다. 장모님께서 보쌈을 점심으로 해 오셨는데, 서너점 밖에 먹지 못했다. 하루종일 잠만 잤다. 저녁으로 어머니표 호박죽을 먹는 둥 마는 둥, 연이어 잠만 잤다. 딸꾹질도 두세번 왔다갔고, 메스꺼움과 어지럼증은 지속되었다. 빨간 오줌은 이제는 신기하기도 않다.

입원중에 어떤 컨텐츠를 볼까 고민을 했는데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이날 완주했다. 암 걸리기 한참 전에 아내가 보던 시리즈였는데, 그때는 관심이 없었다. “한석규가 요리를 하는데 김서형이 암에 걸려?” 아내랑 간단한 대화 이후 관심을 꺼 버렸던 기억이 있다. 입원중에 봐야지 한건 아닌데, 정말로 우연히 해당 컨텐츠가 나에게 추천되었고, 김서형의 암 투병과 나를 감정 이입하여 깊게 빠져들었다. 그런 컨텐츠를 골라봤다고 아내한테 혼났다. 이날 항암은 11시께 끝났다.


퇴원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은 다시 컨디션이 좋다. 1차 항암을 잘 마무리 했기 때문일 것이다. 퇴원 일정으로 30분짜리 식단교육을 받고, 케모포트 바늘도 완전히 제거 했다. 그리고 면역증강 주사를 배에 주사했다. 항오심제, 변비약, 타이레놀 등등 부작용으로 올만한 증상들을 완화하는 약들로 제공 받았다. 점심때 즈음 퇴원하게 되었는데, 매콤한게 먹고 싶어서 부모님과 비빔국수를 사 먹었다. 매콤한 맛이 잃었던 입맛을 달래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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