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3 | 항암약에 대하여
항암을 하면서 수십년전에 고등학교 생물 (생명과학인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세포분열 주기를 다시 마주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내게 쓰이는 항암약들이 암세포의 세포분열 주기에 영향을 주어 그 효과를 낸다는 것을 알고 난 다음부터, 깊은 관심을 갖고 보게된 지식이다. 이번 에피소드는 내게 쓰이는 항암약에 대한 이해를 최대한 쉽게 풀어 보고자 한다.
내 몸에는 60조개의 세포들이 있을 것이다. 각각의 세포들은 새로이 생성되기도 또는 죽기도 한다. 이들을 그룹화 하자면, 혈액세포, 면역세포, 줄기세포, 근육세포, 피부세포, 신경세포 등을 포함하여 대략 270종류의 다양한 세포로 분류된다. 각 세포는 핵, 미토콘드리아 등으로 이루어져 새로 생성되고 또는 자연사하면서 나의 신체 균형을 잘 잡고 있.었.다.
어느날 오른쪽 앞정강이 근육에 있던 정상 세포 하나에서 변이가 일어났고, (아마도, 세포 분열을 하는 과정에서 성장이나 소멸을 담당하는 유전자 변이가 생겼을 것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죽음(apoptosis)에 이르지 않는 무한증식을 하는 암세포로 변하였다. 이 암세포는 포도당을 주식원으로하여 매우 빠른 세포분열을 하여 주변에 근육세포들를 잠식한다. (이론적으로 암세포는 무한증식을 한다고 한다.) 무딘 나는 그저 근육통으로 생각했고, 오랫동안 방치했다.
방치 덕분에 그 종양 덩어리는 매우 켜졌다. 하지만, 근막까지 뚫을 힘은 없어서 다행이도 주변 장기로 퍼져나기지 못했다. 이때 절제술 (에피소드 9)로 종양 덩어리를 완벽하게 제거했다. 하지만 작은 암세포들(micro cancer cells) 100개가 몸 안 여기저기 숨어 있었다. (100개의 암세포는 이번 에피소드를 설명하기 위해 가정한 상황이다. 작은 암세포들이 없기를 바라지만, 현재 의술로 내 몸속에 잔존하는 작은 암세포들을 측정하는 하는 방법은 없다. 나는 측정 데이터 없이,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 항암을 하고 있다.) 혈액종양 교수님과 상의하여 세포독성(Cytotoxic) 항암을 시작했고, 두 가지 항암약, 이포스파마이드와 아드리아마이신을 몸에 투약한다.
잠시 세포분열주기(Cell Cycle)를 살펴보자. 총 4단계로 G1, S, G2기를 거쳐서 M기에서 하나의 세포가 둘로 나뉜다. G1기에서는 세포가 성장하며, S기에서 DNA가 복제된다. G2기에서는 분열기을 위한 추가 준비를 마친 뒤, M기에서 분열한다. (S기가 아래에서 많이 나오니 참고!)
세포가 어떻게 죽는지도 아는게 중요하다. 세포가 죽음에 이르기 위해서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손상되거나 (necrosis), 아니면 스스로 수명을 다해 죽는다 (apoptosis). 이 중, 자연스로운 죽음인 apoptosis를 좀 더 살펴보면 각 세포들은 분열할때 자기가 언제쯤 수명을 다 할지 알고 있다. 즉, 세포마다 유통기한 날짜가 있어 유통기한이 지나면 스스로 죽고, 새로운 세포로 대체된다. 예를 들면, 백혈구는 2일만 살고 소멸된다.
균형잡힌 세포의 분열과 소멸은 건강한 삶에 아주 중요하며, 암이 아니더라도 그 균형을 이루지 않을 경우, 면역질환이나 바이러스 감염병등이 생긴다. 인체는 참으로 신비하다.
내 몸 속에 산재한 100개의 작은 암세포들은 다시 커지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일부는 세포 부피를 키우는 과정(G1기)이거나, 일부는 DNA 복제중(S기) 이거나, 몇 개는 이미 복제를 한참 진행중(M기)이다. 이때, 두 가지의 항암약이 혈액을 통해 몸에 들어왔다. 한참 S기를 거치면서 DNA를 복제중인 암세포가 이상함을 감지한다. DNA 복제가 안 되고, 대신 염기서열이 꼬이거나 중복되어 복제에 실패한다. DNA 복제에 실패한 이 암세포는 자연스러운 죽음(apoptosis)를 맞는다.
100개의 작은 암세포 중 다수가 항암약에 영향을 받아 죽는다. 희소식이다. 하지만 정상세포들도 같이 공격받는다. (세포독성항암은 암세포만 타겟해서 치료하기 어렵다.) 두피, 구강, 혈액 세포 등 상대적으로 유통기한이 짧은 세포들이 대량으로 함께 공격을 받는다. (즉, 이들 세포들이 세포주기가 빠르기에 때문에 산대적으로 S기에 있을 확률이 크다.) 그래서 머리가 빠지고, 입이 헐고, 면역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괜찮다. 2주 정도면 새로운 세포들이 생성되고 몸 컨디션도 정상으로 회복된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하면 다시 항암제가 투여되는데 이를 하나의 사이클로 여기고, 나의 경우 총 6차로 진행되며 3주에 한번씩 적정량의 항암제가 3일동안 투여되어 나의 몸에 들어온다.
현재까지 3차례 항암을 했고, 3차례 더 진행해야 한다. 100개의 암세포 중 확률과 비율에 의해서 현재까지 많은 수가 없어졌을 것이다. 가정해보면, 투약하는 시점에서 100개 중 S기에 있는 암세포들이 50%라 하자. (몇% 암세포가 S기 있다는 연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1차 항암에 절반이 죽는다. 하지만 나머지 50개는 1차때 죽지 않았다. 2차 항암이 시작되고, 같은 50% 비율인 25개가 S기에 들어가 있었고, 항암약에 의해 죽었다. 이렇게 6차를 돌리면 100개 중 대부분이 죽고 약 1.5개의 암세포 남는다. 여러가지 변수들에 의해 정확한 산술적 계산을 따르지는 않겠지만, 6차의 항암은 3차의 항암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나는 세포독성 항암약을 쓰지만, 다른 방법의 항암방법들이 많이 연구되어 사용되고 있다. (세포독성 항암약은 오랜기간 검증되어 쓰여오던 전통적인 방식의 항암이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암정보교육센터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중이고, 이 중 암센터장님이 설명해 주신 영상(링크)에 다른 항암방법들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표적 항암(Targeted Chemo): 일반 세포들은 성장에 관련된 수용체가 리간드 (Ligand)가 결합하면서 세포증식이 일어나는데, 암세포는 리간드 없이 성장이 활성화되는 특징이 발견된다. 이 특징을 이용하여 암세포를 표적, 제거하는 방법이다.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고 많은 약제가 개발되어 있지만, 특정암에 특정 인자에 잘 작용되며, 아쉽게도 육종은 여전히 세포독성 항암을 사용하고 있다.
면역 항암제 (Immunotherapy):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고 알려져있고,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가 그 중에 하나의 치료방법이다. 암세포가 스스로 정상세포인척 하면서 면역 세포(예, T-림프구) 의 공격을 피하는 특징이 있다. 이 기능을 억제시키면서 암세포를 치료하는 요법이다.
항암과 관련해서 많은 연구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먼 미래에는 암세포를 정복하는 의술이 개발될 것이다. 그 미래가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이고, 미래의 육종환우는 세포독성 항암보다 발전된 항암을 하길 바란다.
* 커버 이미지 출처: https://pixabay.com/photos/gene-dna-study-science-biology-65279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