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8 | 숫자로 보는 나의 2024
2024년은 나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될 한해이다. 또한, 앞으로도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2024년은 딱 반반으로 나눌 수 있겠다, 상반기에는 평범하게 회사 생활하다가, 하반기에는 육종 3.5기 암환자로 살았다. 상반기 생활이 많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회사생활은 당분간은 꺼내서 기억하고 싶지 않고 있다. 대신, 하반기의 기억은 아주 생생하다. 아래는 숫자로 보는 나의 2024년이다.
1 (첫번째 follow up): 수술후 재발 또는 전이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3개월에 한번씩 체크업을 한다. (에피소드 26 참고). 얼마전 첫번째 체크업을 했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어떤 재발이나 전이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앞으로 5년동안 총 11번의 검사가 남았다. 모두 문제 없기를!
2 (두번의 조직검사): 첫번째는 closed biopsy, 두번째는 open biopsy. 첫번째 조직검사 결과는 양성으로 나와서 의사가 결정하는데 혼선을 주었고, 두번째 조직검사로 암을 확정지었다. 만약 한번의 조직검사 결과로 어설프게 수술했다면 이후 치료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에피소드 3 참고)
3 (세시간의 수술): 원래는 5시간 예상했으나, 3시간으로 마무리하였다. (에피소드 9 참고) 수술은 아주 잘 되었고, 발목에 장애는 생겼으나, 큰 후유증 없이 아직까지 잘 살고 있다. 하지만, 수술받았던 경험은 언제나 두렵고 무섭다.
3.5 (암의 기수): 육종 3.5기를 판정받았다. (에피소드 4 참고) 암 판정날은 잊을 수가 없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실을 마주한 그 날의 기억은 꺼집어내기 쉽지 않았다. 판정 이후 빠르게 수술 날짜가 잡히고, 수술을 하고, 항암을 하고, 방사선을 하고, 지금까지 바삐 달려왔다. 끝까지 완주해보자.
5 (다섯번 입원): 조직검사 입원, 본 수술 입원, 그리고 세번의 항암으로 총 5번의 입원을 했다. 이제는 입퇴원 절차는 아주 능숙하다. 또한 주사바늘도 지겹도록 맞았다. 어렸을때 천식으로 아주 많이 입원했는데, 그때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6 (여섯차례 항암): 항암은 6차례 계획되어 있다. 2024년에 3번했고, 2025년에 남은 3차례를 더 한다. (에피소드 18, 22, 24 참고) 항암은 할때마다 매우 힘들다. 남은 3번도 안할 수 있으면 안하고 싶지만, 암의 재발을 막는것이니 꾹 참고 해야겠다. 3번을 잘 견디어 냈으니, 남은 3번도 잘 견딜 것이다.
8 (8개월의 병가): 암을 발견하고 나서 회사와 이야기하여 결정된 8개월의 병가. 8개월이라는 충분한 치료기간을 받았고, 병 치료에 집중할 수 있었다. 2025년 5월에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할 수 있었으면 한다.
9 (아홉가지 새로 배운 것들): 새로 배우거나 꾸준히 하는 여러가지 것들을 나열해 보았더니 총 9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었다. 피아노 레슨, 중국어 레슨, 도화지에 그림 그리기, 아이패드에 그림 그리기, 독서클럽 활동, 골프 연습, PT 수업, 글쓰기, 영상 편집. 새로 발견한 나의 탈렌트에 놀라기도 하고, 나의 꾸준함에 놀랍기도 하다. 각각이 주는 기쁨과 보람이 다 다르고 경이롭다. 그리고, 서로 잘 조화를 이루어 투병기간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해준다. (에피소드 20 참고)
11 (11년 근속): 다니는 회사에서 11년을 근속했다. 5년에 한번씩 1달간 유급 휴가를 준다. 6년전 첫번째 휴가때는 스페인/포르투갈에서 가족과 한달살기를 했는데, 두번째 휴가는 한국으로 왔다. 이때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갔었더라면, 암을 발견하지 못 했거나 또는 전이가 된 상태로 발견했을 것이다. 한국으로 온 휴가 결정은 정말 잘한 일이였다.
20 (20년 사회생활): 대학교를 졸업하고 첫 들어간 회사 동기들과 20주년 행사를 가졌다. 즉, 올해는 사회생활한지 20년이 된 해이다. 대부분의 입사동기들이근사한 호텔 레스토랑에 모였고, 우리의 20주년 사회생활을 자축했다.
28 (28개의 에피소드): 이 글을 포함하여 총 28개의 에피소드를 블로그에 포스트했다. 블로그 글은 내가 병을 이겨내는 큰 힘을 주었다. 몇개의 에피소드가 더 쓰여질지 모르지만 꾸준히 쓸 예정이고, 여러번 적었지만 마지막 에피소드는 ‘완치 판정’이다. 완치해보자!
30 (30회의 방사선): 방사선 치료는 총 30회. 매일 병원 방문하여 2~3분 정도 방사선을 조사를 한다. 2024년은 총 21회 했고, 남은 9회는 1월 중순에 마무리 된다. 뒤로 갈수록 피로감을 느끼고, 피부도 연약해지지만, 아직까지는 받을만 하다. 잘 마무리하자! (에피소드 25 참고)
48 (48시간 뒤에 회복): 세번의 항암으로 항암의 고통을 이겨내는 시간을 알아냈다. 마지막 항암제 투약 후 48시간 이후부터 회복턴이다. 물론 정상으로 돌아오는데는 몇주 시간이 걸리지만 컨디션이 바닥을 치고 회복턴으로 돌아오는 기간이 48시간이다. (에피소드 24 참고)
49.9 (49.9 ICD 10 code): ICD-10은 세계 보건 기구에서 질병과 증상등을 분류해 놓은 것이다. 이 중, 내가 가진 질병 코드 번호가 C49.9이다. 점액성 지방육종, Xyxoid Liposarcoma. 그 이름은 여전히 낮설다.
63 (63 Gray): 방사선 총 조사량이 63 Gray이다. (에피소드 25 참고). 일반적으로는 50 Gy를 투약하나, 나의 경우 추가 조사량이 더해졌다. NCCN의 가이드라인대로 (에피소드 14 참고) 치료가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다.
120 (120도의 foot drop): 수술을 하고난 뒤 발생한 족하수, 영어로는 foot drop. 따라서 발목에 힘이 안 들어간다. 똑바로 섰을때의 발목각도를 90도라 본다면, 족하수로 떨어지는 각도는 어림잡아 120도이다. 이로 인해 보조기 (에피소드 19 참고) 생활을 하고 있으며, 두달뒤에는 장애인 신청도 할 예정이다.
180 (180도 바뀐 인생관): 인생의 가치관도 180도 바뀌었다. 가치있게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해답을 얻고 있는 중이다. 직업적인 성공이나 금전적인 보상을 쫓기 보다는, 하루하루의 행복과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활동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여전히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 그 해답을 얻고 있다.
450 (450 mg/m2): 최근에 알게된 사실인데, 항암약 중 하나는 나의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고, 이로 인해 심부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교수님과 확인한 뒤에 안심이 되었다. 투약 최대치는 450 mg/m2이고, 나의 경우 6번의 항암을 통해 80%인 360 mg/m2가 투약된다. 심부전증이 안오기를 바랄 뿐이다.
2025년에도 역시 치료에 전념할 것이다. 남은 방사선 치료와 3차례 항암을 다 마치고 4월초에 미국으로 돌아간다. 5월에 회사 복귀인데, 돌아가서 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또한,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이어서 추적관찰할 수 있도록 미국병원과 연결해야 한다. 그때되면, 한국과 미국의 암치료도 비교하는 에피소드를 써봐야겠다. 끝으로, 결혼 20주년이 다가온다. 4월 하순인데, 아내와 20주년을 멋지게 축하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짤 예정이다. 기대되는 2025년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