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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워홀러 Oct 26. 2024

잡오퍼, 취업 후 마음가짐은?

영어 못 해도, 쫄지마!

인터뷰의 결과는 경험상 일주일 안으로 나오는 듯하다.


잡오퍼가 들어왔다면, 첨부된 계약서를 꼼꼼히 읽고 하단에 자필 서명한 뒤 회신을 한다. 첫 출근일은 이메일과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데, 첫째 날은 오리엔테이션 날이기 때문에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을 정해주는 회사도 있고, 첫 출근일을 항상 목요일로 정한 회사도 있다. 이 경우는 신규 사원에게 목요일은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이틑날은 일주일 중 가장 느슨한 하루인 금요일을 주려는 회사의 배려이다.

Santa Fe in Mexico City

첫째날 회사의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면, 인사 담당자는 사무실 투어와 함께 직원들의 책상을 찾아 인사를 나누게끔 한다. 두 군데의 50여 명 회사를 다녔던 경험으로 이 시간은 매우 고역으로 기억하는데, 미팅이나 전화를 하고 있는 동료들은 건너뛰기 때문에 사실상 전 직원들을 만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 뒤 책상을 지정받고, Work Station Setup이 끝나면, 약간의 업무를 맡거나 미팅이 있을 시 바로 회의에 참석한다.


그렇게 정규직은 시작된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Probation Period라는 수습기간이 마지막 관문으로 남아 있는데, 보통은 석 달, 어떤 곳은 6개월이다. 이 기간은 회사의 복지 프로그램이 시작되지 않는다는 점과 유급 휴가를 아직 쓸 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기간의 다른 특이사항은 회사는 직원을 손쉽게(?) 해고할 수 있고, 반대로 직원은 2주 노티스*없이 바로 퇴사할 수 있다. 수습기간 중 다른 회사의 잡오퍼가 들어왔는데, 현 회사가 마음에 썩 들지 않는다면 바로 Resign Letter를 작성하면 된다. (실제로 이틀 만에 그만둔 동료도 있다.)

*2주 노티스는 그동안 맡았던 프로젝트의 인수인계가 주목적으로 10 은행 영업일이다.


외국인으로서 언어의 장벽으로 영어가 불편하다면, 이 수습기간이 긴장의 연속으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쫄지말자. 건축회사에서 부족한 영어 때문에 해고될 일은 절대로 없다.


이것은 내가 산증인인데 본인을 포함, 전 회사에서 한 명, 현재 회사에서 두 명, 영어가 매우 부족하지만 수습 기간을 통과하고 회사에 아주 잘 출근하고 있다. 더욱이 나를 제외한 세 명은 경력이 10년 이상인데, 나는 신입으로 시작했었으니 내 말을 더 신뢰해도 좋다.

캐나다는 이민 국가로 몇 세대 동안 부족한 영어의 선배 이민자들이 길을 많이 닦아놓았고, 현재까지도 다양한 억양들이 공존한다. 또한 같은 국민(?)이지만 퀘백주 출신으로 짙은 프랑스어 액센트를 가진 동료도 있다. 여기에 건축회사 업무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영업을 한다거나, 마주 앉아 상담을 한다거나, 재판장에서 변호를 한다거나, 현장에서 일문일답하는 일이 전혀 아니다. 매우 결정적인 사실은 건축회사는 매주 건축주에게 건축비를 청구한다는 점인데, 그들이 내 노동에 대해 청구하는 금액은 내가 그들로부터 받는 급여보다 최소 4배 이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수습기간 중 자신의 의자에서 잠을 청하던 나이 지긋한 건축가 한 분이 바로 해고된 적은 있으나,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그런 기괴한 행동을 할 리는 만무하니,


절대 짤릴 일 없다. 걱정하지 마시라.


영어가 어눌하더라도, '할 일만 하면', '보통만 해줘도' 건축회사는 전혀 손해 볼 것 없는 장사, 최소 3배의 이문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




다음은 부록 편으로 건축 회사 신입-저년차가 할 수 있는 커리어 성장 일기에 대해 간략히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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