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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건축회사, Revit의 장점은?(1)

이민1세대의 당돌한 실무 에세이-실무

by 구워홀러

나는 밴쿠버 로컬 건축 디자인 회사 7년 차이다. 학교를 졸업한 뒤 실무부터는 줄곧 Revit을 사용하고 있다.

덕분에(?) AutoCad의 유용한 커맨드 키는 모두 잊어버린 상태. BCIT 학교를 다닐 때는 Revit이 어려워* 건축 스튜디오의 전 과제는 AutoCad를 사용했었다. 시간이 흘러, BCIT의 교육과정도 조금 바뀌었는지 기존 3학점이었던 Revit 수업이 6학점으로 늘었다. 또한 내가 학교에 있을 때 건축 스튜디오 과제를 AutoCad 또는 Revit 재량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면, 현재는 Revit을 필수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학교 차원에서 현재 고용시장과 산업 트렌드를 따라가려 노력이 보인다.)


*BCIT는 학업량이 어마어마하기로 악명이 높다. 나는 외국인으로서 충분하지 않은 영어실력으로 원어민의 수업을 듣고, 평소 부족했던 것을 따라가기에는 시간적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졸업 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여러 Revit 로컬 강의들을 들으면서 실력을 많이 올릴 수 있었다.




건축 툴로써 Revit의 최대 강점은 시각화 (Visualization)를 최적화하여, 신속한 문제 (Clash) 발견과 협업 (Coordination)을 통한 해결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건축 툴 AutoCad가 건축 프로젝트의 모든 도면을 손수 ‘그리는 것’이었다면, Revit은 툴의 가상공간에 프로젝트를 직접 ‘Modelling(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Revit 툴 안에 건축물 자체가 생성됨으로써 사용자는 완성된 (또는 완성되어 가는) 빌딩 내부와 외부 곳곳을 View라는 형태로 제공받을 수 있다. 이 점은 AutoCad로 작업했을 때 없었던 '보너스' 기능으로, 건축 실무자는 이제 더 이상 도면들을 일일이 그릴 필요가 없게 되었다.


Autodesk Revit 2025 Snowdon Towers


위 프로젝트는 Revit 2025에서 샘플로 제공하는 Snowdon Towers이다.


이 완성된 모델에 대하여 Revit은 어떤 View든지 원하는 만큼 제공하는데, 이 View들을 Sheet에 옮겨 아래 그림처럼 손쉽게 도면화할 수 있다. AutoCad의 Paper Space와 비슷한 개념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Revit을 사용하면서부터는 아래 도면들을 한 장 한 장 그릴 필요가 없다는 것.

Autodesk Revit 2025 Snowdon Towers

‘원하는 만큼'이라는 표현은 글자 그대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지자체가 원하는•건축가가 원하는•컨설턴트가 원하는 어떠한 도면이든지 모두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Snowdon Towers 프로젝트 안에 Cafe/Kitchen의 Plumbing Pipe와 HVAC, 구조 간 디자인적 충돌이 있는지 보고 싶다면, 평면도의 원하는 지점에서 단면도의 View를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예로, 임의의 프로젝트가 '쓰레기 처리실'이 있는데, 오물수거 트럭이 처리실 내로 진입 가능한지 정확하게 알고 싶을 때는 위의 예처럼 기본적인 평면도(Waste Room Floor Plan)에 단면도 View를 생성시키면 된다. 추가적으로 RCP(천장 도면)를 만들어 더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 과정들은 단 몇 초 안에 가능하다.


심지어 프로젝트의 Revit 모델링이 진행 중일지라도, View 생성하기 때문에 원하는 현재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Revit의 특징은 Sketchup 같은 다른 3D 모델링 툴과 큰 차이점인데, Sketchup은 진행 중이거나 완성된 프로젝트의 어떠한 도면도 사용자에게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Revit은 프로젝트 내 모든 것들이 모델링 되었다 보니, 다른 컨설턴트들이 Revit을 사용한다면, 상호 협업은 훨씬 더 수월하다. 각 Revit 파일들은 모두에게 공유되고, 본 파일에 각자 파일들을 Link 걸어둔다. 이때 Link 된 다른 컨설턴트의 Revit 파일들은 수정이나 변경이 불가능하므로, 건축회사 측에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단, 간혹 Link 된 Revit 파일의 위치가 실수로 옮길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파일들을 클릭하여 Pin 커맨드로 고정시켜 놓는다. (아래 아이콘 확인)

건축 프로젝트의 협업은 Link 된 다른 컨설턴트의 Revit 파일들을 시각화하여, 충돌되는 부분이 있는지 찾는 과정이다. 보통 Revit 파일이 여러 개이기 때문에, 각각 다른 색으로 설정하고, 교차 검토 (Overlay)한다. 하지만 이 작업 외에도 다른 작업을 하는 중 View들을 통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컨설턴트 간 충돌되는 아이템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것은 Revit이 3D 툴로써 실무에서 시각화를 최적화시켰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위 같은 단면도를 통해 컨설턴트 간 문제가 충돌되는지 확인한다.

건축 프로젝트 중 대표적으로 충돌되는 아이템들은 프로젝트의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다. 여러 서비스들이 위치하고, 건축물을 지지하는 여러 구조체들이 모여있고, 건축주와 지자체가 요구하는 것들이 혼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돗물 파이프와 스프링클러, Duct들, 전기 배선과 Lighting들이 서로 교차하거나, 구조체들과 충돌하는 것 등인데, 이 문제들은 Revit이 제공하는 RCP(천장도면)라든가 단면도 같은 View들을 통해 훤히 보이게 된다.




Revit이 이러한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축회사가 Revit을 사용할지 AutoCad를 사용할지, 또는 건축회사가 Revit을 사용할지라도 다른 컨설턴트는 AutoCad를 사용할지 등등은 프로젝트 예산에 달렸다. 소셜 하우징처럼 예산이 적은 프로젝트는 건축회사가 주로 AutoCad를 이용한다. 하지만 중저층과 고층 주상복합 프로젝트 라면 웬만하면 건축회사는 Revit을 사용한다. 병원 프로젝트의 경우, 건축회사는 물론이고, 모든 컨설턴트들이 Revit을 사용하고 있다.


건축회사와 컨설턴트들이 모두 Revit을 사용하는 것은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 목돈을 지불하여, 미래의 건설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관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미래에 발생할 리스크를 아예 없애버릴 것인지 또는 예상 가능한 통제 아래 둘 것인지, 아니면 건설 중 예견치 못한 문제가 터지고 그때 가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수습할지는 의사결정자의 판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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