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1세대의 당돌한 실무 에세이-회사
밴쿠버 건축회사, 오랜만에 회사 편을 써본다.
만 7년을 향해가는 밴쿠버 로컬 회사에서 처음으로 성가신 동료를 만났다. 내가 겪은 경험을 시간순으로 나열하고, 이를 토대로 냉정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공유해 본다. 그리고 말미에는 주관적인 성찰(?)을 덧붙인다.
회사로부터 Closure Letter와 함께 직원 간 분쟁의 결과를 공식적으로 통보받았다. 절차는 신속하게 단 2주 동안 진행되었고, 예상했던 여러 시나리오들 중 내가 가장 원하는 결과가 나와 매우 흡족했다.
만 5년을 근무했던 전 회사(60명 규모)에서는 몇몇 동료들이 그들의 매니저와 업무 스타일이 맞지 않아 다른 팀으로 갔던 경우를 종종 보았었다. 캐나다 로컬 회사에서 7년 근무하면서, 동료 간 갈등을 직간접적으로 보고들은 적은 전혀 없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내가 그 최초 당사자가 되었다. (사실 회사는 이런 다툼들을 절대 공론화하지 않으며, 관련된 최소한의 사람들만 알게끔 조치한다.)
회사에 이 사건을 알리고, 절차가 진행되는 중에 '직장 동료 간 분쟁 해결 과정' 키워드를 구글과 ChatGPT에 검색한 적이 있는데, 제시된 결과들은 나를 놀라게 했다. 엄밀히 말하면, 회사에 보고하기 전 이 사전 조사를 했어야 했지만, 우연하게도 나는 전문적인 자료들이 소개한 과정을 스스로 이행했던 것. 그 순서는 아래와 같다.
1. 회사 동료 간 갈등의 첫 시점을 구체화하는 것
2. 다툼과 관련된 메시지나 이메일, 발언 등을 최대한 기록하고 모아두는 것
3. (가능하다면) 당사자들끼리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
4. 회사에 알리는 것
5. 회사가 정해놓은 방침을 따르는 것
위 절차와 더불어 나는 '절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과 '끊임없이 나를 의심(?)하는 것'을 더하고 싶다.
비록 상대방이 Disrespectful Behaviour 또는 Bullying/Harassment를 이행했더라도, 이에 감정적으로 반응함으로써 다른 사건을 일으킨다면, 일방과실이었던 최초 사례가 쌍방과실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스스로를 다혈질로 간주하지만, 절대로 그(녀)의 행동에 대해 감정적으로 받아친 적이 없다. 단 한 번, 시비조로 계속 덤벼드는 동료에게 '대화 중단을 요청'한 적이 있는데, 뒤이은 나의 행동은 안경을 벗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것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이런 모습을 보여준 것'에 대해 동료에게 사과를 표했다. 만약 당시에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쳤다거나, 언성을 높였다면 현 다툼에 대한 회사의 결론은 전혀 다른 이야기로 흘러갔을 수도 있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돌이켜보는 것도 필요하다. 상대방의 행동이 Disrespectful Behaviour인지, Bullying/Harassment인지 이들의 범주는 매우 넓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제 3자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같은 발언이나 태도를 두고, 개인의 성향과 자존감 등 복합적인 요소로 누군가는 개인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따라서 동료나 매니저의 발언이 지속적으로 기분을 상하게 했을지라도, 원래의 의도가 Constructive 하여 받아들일만했었는지, 악의가 조금이라도 있었는지 (Passive Aggressive), 또는 그 중간 어디쯤인지 회사가 Investigation을 하고 평가할 영역이다. 덧붙여, 현 회사의 내규 중 Bullying/Harassment로 신고된 사안이 '거짓 신고'나 '보복' 등의 행위로 결론 난다면, 고발 당사자는 무관용 원칙으로 곧바로 해고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번 사안은 7년 동안 캐나다 로컬 회사에 다니면서 처음 일어났고, 하필이면 그 동료가 한국인이라는 점을 두고 주관적인 해석을 해보았다.
한국에서 흔히 일어나는 행동은 캐나다인 입장에서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극단적인 예로, 술을 전혀 못 하는 친구에게 술을 억지로 먹이는 행위는 캐나다인에게 끔찍한 고문 (혹은 그 이상의 행위)을 직접 목격하는 것이다. 캐나다는 개인이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을 두고, Alcohol Allergy로 간주하기 때문인데, 땅콩 알러지가 있는 사람에게 땅콩 먹으라고 계속 압박하는 것 즈음될 것.
몇 년 전 '바람직한 회사 생활’ 세미나에서 소개한 회사 예절을 공유하면, 쉽게 짜증을 보이는 행동(Frustrated)'은 동료 또는 상-하급자 간 아주 나쁜 의사소통 (Communication)의 본보기이며, 심지어 '동료의 영어 실력을 칭찬하는 것' 또한 회사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중 하나이다.
그(녀)는 나보다 몇 살 위로 내일모레면 마흔이고, 10-11년 전 나와 비슷한 시기에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온 사람이다. 같은 세대(?)로써 '쪽주기'라든가 '의도적인 긁기'의 존재는 알고 있는데, 그 동료는 아직도 한국의 관습(?)을 여전히 답습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녀)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나의 업무 성과는 지적 대상이 아니었다. 이번 분쟁 조정 절차 중 공식적으로 내 Performance는 훌륭하다는 평가가 내려졌고, 지난달 전 회사 사수 A로부터 스카우트 제의 성격의 메시지를 받았고, 작년 10월까지 전 회사 사장 B가 회사를 옮기면서 스카우트 제안했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으며, 성인 때 캐나다 이민을 왔지만 6년 동안의 연봉 인상률은 매우 만족스러우며, 2년 전 내 이직에 앞서 카운터 오퍼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하자 '언제든 돌아와도 좋다.'는 전 매니저(사장 C)의 말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하지만 그(녀)의 의도나 나에 대한 평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번 미니시리즈에서 기억해야할 것은 회사 동료와 분쟁이 있을 때 대응하는 방법을 숙지하고, 한국에서 해왔던 사소한 행동들을 캐나다 로컬 회사에서 이행했다가는 큰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