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1세대의 당돌한 실무 에세이-회사
밴쿠버 건축회사, 오랜만에 회사 편을 써본다.
만 7년을 향해가는 밴쿠버 로컬 회사에서 처음으로 성가신 동료를 만났다. 내가 겪은 경험을 시간순으로 나열하고, 이를 토대로 냉정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공유해 본다. 그리고 말미에는 주관적인 성찰(?)을 덧붙인다.
이 시기, 우연한 계기로 그(녀)가 서로 간 한국인 친구(Mutual Friend) 두 명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 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평소 다른 동료들의 뒷담화 했었던 것들이 번뜩 떠올랐는데, 혹시나 하여 나는 다른 한국인 동료를 미팅룸으로 불러, '현재 동료 간 분쟁으로 회사와 협의 중'을 밝히며 그 동료가 누구인지를 말했다. 내가 당시 느꼈던 그 동료의 표정은 '올 것이 왔구나!'였는데, 곧이어 나는 그(녀)가 나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다른 팀이었기 때문에 혹시나 했었지만, 그(녀)는 나의 이야기를 했었고, 그 시기를 물으니 분쟁 있는 동료와 내가 나눈 두 번째 통화 직후였다.
다시 한번 더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그 대화에서 그(녀)가 '나의 업무 실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었는지를 물었고, 한국인 동료는 상기된 얼굴로 '그렇다.' 대답했다. 나는 그의 발언 중간중간 쟁점들을 리스트 형식으로 적고, 그에게 내가 적은 노트 보여주며, 지금의 대화를 인사담당자에게 전달해도 되는지 허락을 구했다. 동료는 내 손글씨를 보며, 소리 내어도 읽어보고 자신의 기억과 비교하는 과정을 거친 뒤 '자신은 중립적인 위치에 서겠다.'는 말하며, 인사담당자에게 전달해도 좋다고 하였다.
공식적인 두 번째 미팅이 잡혔다.
면담 시 따로 내가 준비해야 하는 것이 있냐는 질문에 인사담당자는 다툼 중인 동료와 나눈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가져오라 했었고, 한국어인 경우, 원한다면 영문 번역을 해도 좋다 하였다. 주로 대화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최대한 기억을 상기시키며 상황 묘사를 해봤는데, 이럴 바에 내 쪽에서 경위 보고서를 작성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있을 미팅 때 준비했던 말로 현상을 설명할 수도 있었지만, 글에서 나오는 특유의 힘을 믿었고, 현 사안에 대해 이 정도로 진지하게 임한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었다. 구글에서 경위 보고서 영문 탬플릿을 찾아, 워드를 치기 시작하는데 술술 써 내려갔다. 총 서너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미팅은 아침 아홉시 정각에 시작되었고, HR의 Investigation이 시작되었는데, 첫 질문을 들으니 경위 보고서의 탬플릿을 따라가는 것 같아, 준비해 온 보고서를 보여주었다. 나는 이 문건은 그(녀)에게 보여줘도 좋으며, 나의 생각과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으니 꼭 크로스체크할 것을 덧붙였다. 인사담당자는 'Amazing!’이라 감탄을 하며, 자신이 준비해 온 질문지에 내 보고서를 참고하며 스스로 답을 적기 시작하였다. 중간중간 몇 문장들에서 나에게 보충설명을 요구하였다.
미팅 전날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녀) 행동들의 Witness로 다른 한국인 동료가 있음을 확인시켰다. 인사담당자는 내가 그(녀)에 대해 사내 다른 동료들에게 (나쁘게) 이야기한 적이 있는지를 물었고, 나는 당당하게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모두 읽은 뒤 인사담당자는 나의 매니저와 사장 A(사장이 여럿이다)에게 이번 사건이 있음을 알려줄 것이라 예고했고, Witness들이 소환될 수 있다고 했다. 말미에 나는 이번 일이 Disrespectful Behaviour인지, Bullying/Harassment인지, 또는 둘 다 아닌지 밝히고 나에게 꼭 알려달라고도 전했다. 이번 일과 회사의 결론은 내 커리어뿐만 아니라, 내 대인관계 기술 또는 앞으로 살아가는 과정에 터닝포인트가 될 것임을 덧붙였다. 또한 사측에서 속전속결로 이 문제를 대응하는 것에 감사함을 표했는데, 인사담당자는 오히려 내 대응방식을 칭찬하며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두고 회사를 떠나는 결정을 한다 알려주었다. 나는 크게 웃으며, 나는 이 회사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쉽게 떠날 수 없다고 받아쳤다.
인사담당자는 나와의 면담이 끝난 후 곧바로 내가 Witness로 지목한 한국인 동료를 불러 간단한 대화를 나눴는데, 그 동료는 매우 평안한 얼굴로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라고 나에게 알려주었다.
아래는 내가 회사에 제출한 경위 보고서로, 특정인물 이름과 지명은 색으로 가렸다. 동료와의 다툼 리스트는 모자이크 처리를 했는데, 한국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쪽주기', '긁기' 정도로 생각하면 좋다.
나는 개인 저널을 사건의 시초(?) 증거로 첨부했는데, 영어 번역을 아래 덧붙였다. 이 다툼은 2025년 5월 말 6월 초에 벌어진 일이라, 동료로부터의 불편한 감정이 연초부터 있었음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이 저널은 상대방을 특정하지 않고 자아성찰 성격이었지만, 그(녀)와 업무에 있어 나의 첫 심리상태의 기록 즈음으로 회사가 살펴줄 것을 기대하였다.
아래는 그동안 쌍방 간 문제해결을 위해 최소 두 번 시도했었음을 회사에 알려주고 싶었다. 이 대화들은 서너 달 전 대화였기 때문에 최대한 내 기억을 의존하였다. (내 기억에 의존했기 때문에, HR이 동료에게 이 보고서를 보여주기 원했다.)
특히 두 번째 통화에서는 양측의 대화내용과 해결방안의 카톡이 오고 갔는데, 이 대화에서 동료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말을 했었다. 구글 이미지 번역을 사용했기 때문에 어색한 부분이 있어, 회사에 더 나은 번역이 필요하다면, 알려달라고 했다.
다음 편은 회사 측 결론과 캐나다에서 마주칠 성가신 동료와의 분쟁 해결 방법을 간단히 짚어보고, 내가 겪은 다툼에 대해 매우 주관적인 고찰(?)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