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1세대의 당돌한 실무 에세이-회사
밴쿠버 건축회사, 오랜만에 회사 편을 써본다.
만 7년을 향해가는 밴쿠버 로컬 회사에서 처음으로 성가신 동료를 만났다. 내가 겪은 경험을 시간순으로 나열하고, 이를 토대로 냉정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공유해 본다. 그리고 말미에는 주관적인 성찰(?)을 덧붙인다.
성가신 동료가 있을 때, 이를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가 어떤 분위기인가이다. 현 회사의 경우, Working Life Balance (워라벨)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곳으로 사장단 자체적으로 사무실의 친근한 문화를 조성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가 친화적인 분위기가 짙지 않더라도, 동료 간 분쟁에 관한 회사 매뉴얼과 절차가 궁금하다면, 반드시 인사담당자에게 면담을 신청한다. (이때 성가신 동료가 누구인지 특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 회사는 친근한 분위기 조성에 걸맞게 HR이 적극적으로 직원들과 소통하려 노력한다. 특정 애로사항이 없더라도, 틈틈이 인사담당자와 면담을 할 수 있는데, 회사 미팅룸 또는 회사 밖, 카페 등 장소를 고를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면담을 Confidential로 설정할 수 있다.
동료와 나의 경우, 서로 업무 스타일이 맞지 않는 것을 놓고, 회사 밖 두 차례의 통화 (각각 1시간)를 통해 해결하려 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가 않았었다. 특히, 두 번째 통화에서 나는 동료에게 회사에 상호 일하는 스타일이 맞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함께 일하지 않는 것을 요구하자 했으나, 그(녀)는 동의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가 제안한 방법은 업무 상 영어를 사용해 볼 것 (동료는 한국인이다.), 내가 제안한 방법은 '표현을 순화할 것, 단체 채팅방에 질문할 것, 무턱대고 가르치려 하지 말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나는 인사담당자에게 Confidential 면담을 청했고, 동료와 분쟁이 있을 때 어떤 절차가 있는지를 물었다. 당시 '동료의 이름을 대지 않지만, 고충이 있으며, 당사자 간 이미 두 차례의 통화로 대화를 나눴으나, 개선되지 않음'을 말했다. 그러자 인사담당자는 '동료가 매니저/수퍼바이저 급인지 아닌지'와 '동료의 행동이 Bullying/Harassemen인지'를 물어왔다. 선임이 아니라 말했고, Bullying/Harassment인지는 아리송한데, 내가 겪었던 일화들을 간략하게 몇 개만 이야기했다. 인사담당자는 현 사안을 Disrespectful Behaviour 또는 업무 소통 전달(Delivery)의 문제로 예상했으며, 그렇게 첫 면담은 일단락되었다.
첫 미팅 이후 바로 며칠 뒤, 동료와 분쟁이 다시 일어났고, 연거푸어 마감일이 하루밖에 남지 않는 날, 동료와 다시 이견이 있었다. 시비 거는 태도로 일관하는 동료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 머리가 핑 돌았고 나는 동료에게 당장 대화를 중단하길 요구했다. 그(녀)는 나의 현 반응을 이해할 수 없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곧 평정심을 찾아 다시 대화를 이어갔는데, 대화 주제는 업무라기보다 나의 Performance에 대한 지적이었다. (앞서 말한 두 번의 통화에서 그(녀)로부터 내 업무 역량이 부족함을 언급했었다.)
대화가 끝날 때 즈음, 나는 다시금 확인 차원에서 그(녀)의 입에서 '내 역량이 부족하다'는 정확한 문장을 받아내며, 사실 며칠 전 당신 건으로 HR을 찾았었음을 이야기했고, 아직 그(녀)의 이름은 회사에 전달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어떤 절차가 진행될 것을 예고했다. 또한 나는 회사에게 나에 대해 모든 의견을 이야기하라는 말을 전했다. 당황한 기색이 전혀 없이 그(녀)는 '이 절차는 Reputation에 아주 좋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머리가 띵해짐이 남아 있어, 오후는 반차를 내었다. 다음날이 마감이었기 때문에, 야간에 재택근무를 한다고 했더니, 매니저는 'Don't push yourself- take care of yourself first!'라며 휴식을 취하라 했지만, 일을 마무리하겠다 말했다. 또한 이 시각 인사담당자에게 분쟁이 있는 동료에게 '며칠 전 HR 면담을 가졌었음'을 알렸다 말하니, 어떤 식으로 정보가 전달되었는지를 묻길래 의사소통은 Verbal로 이루어졌으며, 'HR은 그(녀)가 누구인지 아직 모름' 등을 덧붙였다.
밤 열한 시 반 즈음 일을 끝내고, 회사 메신저를 통해 인사담당자에게 낮에 있었던 일을 전하며, 면담을 요청했다. 그리고 아직도 이 경우가 Bullying/Harassments인지는 모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날 아침 곧바로 나는 매니저에게 가벼운 미팅(Chat)을 원함을 밝혔고, 오후 5시 반에 스케줄을 잡았다. 오전 11시 반에는 인사담당자가 나와의 면담을 잡았다. HR 면담에서 나는 여전히 Bullying/Harassment인지는 모르겠으나, 동료 간 분쟁 시 회사 내규에 따른 절차가 진행되었음을 전달했다. 전날 있었던 일을 간략히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지난날 그(녀)와 일하며 느꼈던 감정들을 공유했다. 이 면담은 공식적인 첫 미팅이었지만, Initial Meeting었으므로 짧게 끝났다. 인사담당자에게 내가 원하는 것은 그(녀)와 앞으로 일하지 않는 것과 별도로 나의 Performance Review를 받는 것이었다. HR은 여태껏 주위로부터 나에 대한 나쁜 평가를 들은 적이 없다며, 나를 안심시켰고 현 사안이 Bullying/Harassment라면, 회사는 중대사항으로 간주, 사측 Investigation과 Witness 등이 필요할 것 등 앞으로 벌어질 절차를 소개했다. 나는 Investigation과는 별도로 공정성을 원한다며, 동료에게도 발언권을 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이 건으로 같은 날 오후에 내 매니저와 미팅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마감을 끝내고 퇴근 직전 매니저와 미팅을 했으며, 매니저는 내가 이런 일을 겪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현했다. 그날 오후 그는 HR로부터 업데이트를 받았기 때문에 나는 디테일한 것을 알리기보다는 내가 동료와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는 것과 나에 대한 인사고과 평가를 새로 받고 싶음을 말했다. 그는 내 성과 평가는 필요 없다고 했으며, 내 Performance는 Very Responsive라는 등 훌륭하다고 말했다. 이에 나는 최근 동료와의 분쟁으로 업무 집중력이 떨어졌음(Distracted)을 확인시켰으나, 매니저는 눈치채지 못했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프로젝트 최종 마감 후 내 업무 평가를 받고 싶음을 재차 말했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