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푸어의 시대
새벽 6시, 알람 소리와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허리 스트레칭으로 몸을 깨우고, 15분간 책을 읽는다. 전기밥솥에서 들리는 밥 짓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아이들 아침을 준비한다. 출근길 차 안에서 주먹밥을 먹으며 QT를 한다. 매일 아침 시간과의 숨 막히는 줄다리기가 반복된다.
“정 과장, 연수 강사직 제안이 들어왔는데 한번 해보겠나?” 상사의 말에 가슴이 뛴다. 내 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지금은 성과 보고회 준비로 정신이 없다. 시간만 좀 더 있었더라면, 자료를 준비해서 도전해 볼 수 있었을 텐데.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치고 만다.
옆 부서의 김 대리는 퇴근 후 블로그 운영과 온라인 쇼핑몰을 한다. 본업보다 부업 수입이 더 많다. 하지만 그의 하루는 마치 시간을 쥐어짜 내듯 빡빡하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계획적으로 쪼개서 써요. 한순간도 낭비할 틈이 없죠.”
저녁 식사 후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아이들을 재운다. 독서도 하고 글도 쓰고 싶지만, 피곤에 절어 그대로 잠들어버리기 일쑤다. OTT로 영화 본 지도 수개월이 넘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아침 15분 독서다. 밤에는 잡생각에 집중도 안 되던 책이, 아침에는 더 선명하게 읽힌다. 하루 15분, 그마저도 빠듯한 시간이지만 내가 선택한 ‘나만의 시간’이라 특별하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중 68%가 자신을 ‘타임푸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쓸지 선택하는 건 결국 우리의 몫이다. N잡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시대, 우리는 어떻게 ‘나의 시간’을 지켜낼 수 있을까?
밤늦게까지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김 대리를 보며 생각한다. 우리는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누군가는 N잡으로, 누군가는 아침 독서로. 부족한 시간을 쪼개 써가며 우리는 오늘도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