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주인 되기
“와, 오늘도 늦잠이네.”
눈을 떴을 때 이미 시계는 6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평소보다 30분 늦은 기상. 늦은 취침의 원인이었던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한숨이 나왔다. 아침부터 쫓기듯 하루를 시작하면 온종일 마음이 불편하다. 무언가에 쫓기는 삶이 아닌, 내가 주도하는 하루를 살고 싶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을 집어 들었다. 매일 아침 15분 독서가 일상이 된 지금, 더 이상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처음엔 10분이었는데, 어느 순간 부족하게 느껴져 5분을 더했다. 이 작은 습관이 하루의 리듬을 바꾸어놓았다.
스물여덟, 그 나이의 선택이 떠오른다. 첫 해 법대 편입에 덜컥 합격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진정 원하는 곳이 아니었다. 한 해 더 준비했지만, 첫 해의 쉬운 합격이 자만심을 키웠던 걸까. 두 번째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그때 만난 책이 있다.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 청소년 시절 갑작스러운 실명을 겪고도 포기하지 않았던 강여우 박사의 이야기. 미국 유학길에 올라 끝내 정부 고위직까지 오른 그의 도전 정신에 가슴이 뛰었다. 장애라는 커다란 산 앞에서도, 그는 자신의 삶의 주인이었다.
“대학 등록금은 일절 없다. 네가 알아서 해라.” 형의 단호한 선언이 오히려 내 등을 떠밀었다. 악착같이 공부했다. 4년 내내 장학생으로 살았고, 1등으로 졸업했다. 형의 그 모진 말이 없었다면, 나는 그토록 치열하게 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의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필링굿’이란 책을 읽었다. 우울감이 비합리적 신념에서 온다는 인지심리학 이야기. 가끔 찾아오는 우울한 마음을 들여다보며 나를 이해하게 됐다. 독서는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주었고, 업무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줄었고, 업무 계획서나 보고서 작성이 한결 수월해졌다.
하지만 고객들과 소통할 때면 여전히 한계를 느낀다. 복잡한 설명보다 한 장의 그림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그림책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우리 아빠’, ‘우리 엄마’를 보며 설명과 그림이 만나 만들어내는 시너지에 매료됐다.
단순히 감상에 그치지 않고 직접 그림책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AI 그림 생성 기술을 활용하면 내가 상상하는 장면을 구현할 수 있다. 매주 한 편씩 짧은 그림책 이야기를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연재하는 것이 목표다. 이미 세 편의 시놉시스를 완성했고, 첫 그림 작업을 시작했다.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충전되지 않은 배터리로 하루를 시작하면 업무 효율은 떨어지고, 성격은 예민해진다. 주변 사람들에게 까칠하게 굴고 나면 후회가 밀려온다. 그래서 이제는 스마트폰 대신 책을 곁에 두고, 하루의 리듬을 지키려 노력한다.
시간 관리를 위해 자기 점검표도 만들어보고, 타임 스케줄도 세워봤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컨디션 관리였다. 에너지가 충만할 때 계획은 저절로 실천되었다. 욕심을 부리다 보면 어김없이 몸에서 경고음이 울린다. 이제는 안다. 욕심을 내려놓고 건강하게, 주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진정한 ‘나다운 삶’이라는 걸.
스물여덟의 용기 있는 선택처럼, 지금도 작은 선택들이 모여 내일의 나를 만들어간다. 15분 독서로 시작해서 그림책 창작으로 이어지는 도전.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비로소 인생의 주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