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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니스트 정 Dec 14. 2024

3억의 두려움

평범한 가족의 내 집 마련 일기

내 집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설렘도 잠시, 통장 잔고를 보며 한숨이 나왔다. 턱없이 부족한 자금을 메우려면 대출이 필요했다. 평생 빚 없이 살겠다던 내가 수억 원의 대출을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다. 


2년마다 번번이 이사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아이를 위해 나의 경제 철학 노선을 변경해야 했다. 한국부동산원의 2023년 통계에 따르면, 30~40대의 평균 주택담보대출이 3억을 넘었다고 한다. ‘영끌’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시대다.     


우리 가정에 맞는 최적의 대출을 찾아 은행과 금융 상품을 공부했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LTV', 'DTI'의 차이를 알아가고, 우리 가정의 수입과 지출을 꼼꼼히 따져보았다. 내가 설계한 대출이 과연 맞는 걸까,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어 불안했지만 한 걸음씩 나아갔다.    

 

코로나 시기, 주변에서 주식으로 재미를 본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이 시기 신규 주식 계좌 개설자의 67%가 2030 세대였다고 한다. 나도 그 흐름에 휩쓸려 시작했지만, 스마트폰 주식 앱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돈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회사 일이 바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주식을 멀리하게 됐다.     


“친구들은 다 해외여행 간대.” 아이들의 말에 아내도 거들었다. 25만 km를 달린 차도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아내는 운전이 미숙해서 첨단 장비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나는 아직 탈 만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당연히 새 차와 여행을 원했다. 가정 경제를 이해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다.     


대출금을 빨리 갚고 싶은 마음과 지금의 삶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부딪혔다. 결국 우리는 여행 횟수를 줄이고, 차 구입은 미루기로 했다. 배달 음식도 주 2회에서 1회로 줄였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한 발씩 양보하며 타협점을 찾았다.     


‘빚투’, ‘영끌’, ‘동학개미’…. 누군가는 이를 통해 인생역전의 기회를 잡았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깊은 좌절을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길을 걸을 필요는 없다. 각자의 상황과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언제쯤 대출을 다 갚을 수 있을까?’ 


‘새 차는 언제쯤 구입하지?’ 하지만 예전처럼 팽팽하게 대립하지는 않는다. 우리 가족만의 속도를 찾아가고 있다.     




내 집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안정감. 그리고 그것을 위해 감당해야 할 대출이라는 무게. 그 사이에서 우리는 오늘도 균형을 찾아간다. 조금 느리더라도, 우리 가족의 속도로 살아가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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