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져야 할 순간

사랑이라는 이름의 착취

by 찡따맨

연애 상담을 하다 보면, "쟤가 저런 쓰레기를 왜 만날까?" 같은 생각이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 사람은 뭐가 아쉬워서 사이비에 매달릴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관계 속에 있는 사람은 빠져나오는 게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이비 종교의 교주는 진실과 거짓을 가리지 않고 그럴싸하게 말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논리적인 것 같아도, 사실은 헛소리에 가까운 주장들을 부풀려서 신도들을 혹하게 만듭니다.


쓰레기 같은 연인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너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나만큼 널 사랑해 주는 사람은 없어."처럼 달콤하지만 특별한 근거나 이유가 없는 희미한 말들만 반복합니다. 여기서 당사자는 "저 사람만이 나를 잘 알고 있다.", "저 사람만 나를 이해할 수 있다." 같은 착각에 빠져, 상대가 쓰레기임을 알고 있음에도 쉽게 벗어나질 못합니다.



인지부조화라는 늪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에 따르면, 사이비 종교 신도들은 교주의 예언이 빗나갈 때에도 강하게 교주를 신봉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미 큰 헌금을 했다.", "그동안 이 사람을 믿어왔다."라는 사실을 부정하면 그동안 쏟아왔던 시간과 돈이 모두 무의미해진다는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연애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이 사람에게 쏟은 시간과 돈 그리고 정성은?"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상대가 쓰레기 같은 행동을 반복해도 오히려 더 감싸며 애써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자신의 판단착오를 인정하면 괴로우니까, "그동안 내가 믿은 게 옳았을 거야."라고 되뇌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마치 자신이 투자한 주식의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믿음 속에 물 타기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쓰레기 같은 연인과의 관계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스스로 판단할 힘을 점점 상실한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은 관계 속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태에서 "네가 잘 몰라서 그래. 네가 맞아. 너를 사랑할 사람은 나밖에 없어." 같은 형식으로 연인을 의존족인 존재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 오래 머무르면 그 사람은 자존감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스스로 판단할 능력도 잃어버리게 됩니다. "나도 이런 사람과 만나는 게 조금 이상하지만, 그래도 사랑하니까." 같은 식으로 제대로 된 결단을 내리지 못하게 됩니다.



좋은 연애란, 나의 주체성과 존엄성이 숨 쉬는 것


몇몇은 사랑한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통제를 하려고 합니다. "이건 네 잘못이야.", "네가 예민해서 그래." 같은 형식으로 죄책감을 심어주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통제는 점점 강해져, 사생활 영역까지 침범하게 됩니다. "누구랑 연락해?", "어디 가는 데?" 등이 이루어진다면 한 번 즈음은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폭력을 가볍게 일삼는 쓰레기도 있습니다. 단순 신체적 상해를 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욕설이나 협박 그리고 물건을 부수는 행위도 이에 포함됩니다. 한 번의 폭력은 다음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결별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주식 또한 손절을 제때 하지 못하면 나의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할 수 있듯, 이러한 시그널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됩니다.


가장 좋은 연애는 내가 점차 확장되고 커져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내가 말을 해봤자 소용없겠지.", "내가 참아야지." 같은 생각이 습관처럼 든다면 한 번 즈음은 관계를 점검해야 합니다. 자존감이 바닥나고 주변 사람들조차 "너 예전 같지가 않아."라고 말한다면 이미 심각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잘 헤어지는 것도 좋은 연애입니다. 그리고 헤어짐은 나의 주체성과 존엄성을 회복하는 방향이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물론 각 사람마다 놓인 상황은 각양각색일 것입니다. 동거 여부를 시작으로 커플 통장과 같은 서로 얽힌 금전 관계 그리고 계약과 관련된 서류 등이 있을 것입니다. 굳이 헤어질 때까지 내가 손해를 감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사항들에 있어서 손해 보지 않도록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법적인 싸움으로 번질 수 있으니 계좌 이체 내역이나 문자 등의 증거를 확보해 놓는 게 가장 좋습니다.


헤어짐을 통보할 때는 굳이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건 연애편지를 쓸 때나 좋습니다. 그러므로 이별은 간결하고 단호한 표현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너와 이 관계를 더 이어나가면 내가 무너질 것 같아. 너무 힘들어. 이제 끝내고 싶어."라고 말해야 합니다. 쓸데없는 사족을 붙이면, 상대는 그 틈을 파고들어 설득을 시도하거나 말꼬리를 잡으며, "그건 네가 잘못한 거야." 같은 형식으로 비판, 비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면?


물론 모든 관계는 소중합니다. 그래서 저는 홧김에 이별을 말하라고 하고 싶지 않습니다. 찐따인 저 또한 과거에 홧김에 이별을 통보했다가 고마웠던 존재를 한 순간에 잃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별을 말하기 전에 나에 대해 먼저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예를 들면, 내가 상대의 어떤 모습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리고 상대의 어떤 행동이 나를 힘들게 만드는지 등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리스트를 모두 작성한 다음 상대와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게 좋습니다. 그럼에도 상대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이별 카운트 다운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사랑이란 나를 무조건 헌신하고 배려하면서 밑바닥으로 파고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나를 확장시키고 더 나은 사람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진짜 사랑입니다. 모든 사랑 그리고 인간관계는 나의 존엄과 주체성 그리고 행복에 기준을 놓아야 합니다.




그것보다 오늘은 뭘 먹을까

돈가스를 먹을까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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