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맥락을 들여다 보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을 봐야 사랑의 풍경이 확장된다
연애에서 상대의 외모나 스펙은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므로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너머에 있는 심리 상태나, 내면의 고민, 소소한 감정의 움직임까지 함께 느끼고 이해하려 할 때, 사랑은 더 깊어집니다.
'보이지 않는 것'(그 사람의 역사, 가치관 등)은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만드는 기틀입니다. 그러므로 보이지 않는 부분을 제대로 들여다본다는 것은 그 사람이 진짜 누구인지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합니다. 꾸준히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하면, 자연스럽게 존중하게 되고 애틋하게 바라보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들여다 보고, 사랑하기 시작하면 관계의 결 자체가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연애할 때는 눈에 보이는 상대의 행동도 있지만, 행동 뒤에 "그 행동이 왜 나왔을까?"라는 보이지 않는 맥락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짜증을 내거나, 냉정해 보이는 태도 뒤에는 그 사람이 과거에 겪었던 경험이나 미처 설명할 수 없는 트라우마가 숨어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만약 상대의 감정적인 반응만 보고 "저 새키는 왜 저렇게 쫌생이 같을까?" 같은 식으로 판단해 버린다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놓치는 셈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까지 이해하고자 애쓰면, 서로가 몰랐던 한 층 더 깊은 차원을 마주하게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맥락'을 발견하는 순간, 그 사람을 바라보는 풍경은 훨씬 더 넓어지고 관계는 새로운 빛깔을 품게 됩니다.
맥락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상대의 결핍도 마주하게 됩니다. 이는 더욱 강력한 유대로 이끌어주는 길이기도 합니다. 결핍이라 하면 겉으로 보기에 부족해 보이는 부분입니다. 다시 말해, 자신감 없어 보이는 모습, 완벽하지 않은 태도, 예측 불가능한 감정 기복 등입니다. 그런데 이 결핍은 그 사람을 '인간적'으로 만들어 주는 핵심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상대의 결핍을 대할 때, "너는 왜 그걸 못해?", "너는 왜 부족해?" 같은 식으로 다그치는 게 아니라, "결핍이 있기에 그 사람만의 색깔이 드러난다."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들여다보는 태도를 갖게 된다면, 진정한 유대감이 형성됩니다.
여기서 세계는 항상 변화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다르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내면의 움직임인, '계속 바뀌는 생각', '새로운 꿈', '갑작스럽게 생긴 슬럼프', '다시 셈 솟는 의욕' 등을 들여다보는 것이야 말로 사랑을 항상 새롭게 바라보도록 이끌어줍니다. 겉모습에 익숙해지면 권태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면의 세계는 끊임없이 자라나고 주저앉았다가 다시 피어나기도 합니다. 그러니 상대의 내면 속에서 움직이는 그 무엇을 들여다보고 사랑할 수 있어야 관계가 더욱 깊어지고 그 안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방법
보이지 않는 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상대가 무심코 취하는 행동이나 반응에 대해 그냥 넘기는 게 아니라, "왜 그렇게 느껴?", "이건 어떻게 생각해?"처럼 질문하는 시간을 갖는 게 좋습니다. 눈에 드러나지 않는 맥락이 없다면 지금 눈앞에 드러난 행동도 생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상대도 자신이 왜 그런 반응을 했는지 딱 잘라 설명하기 어려워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라는 태도를 보여준다면, 상대가 보이지 않았던 감정의 실마리를 조금씩 털어놓게 될 것입니다.
예술 작품을 들여다볼 때, 단순 눈에 보이는 표면만 보는 게 아니라, 예술가의 역사까지 들여다보아야 그 작품에 대해 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애도 다르지 않습니다. 상대의 생활 패턴부터 취향과 습관 등을 함께 공유하려고 해야, 상대를 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익숙해하는 공간이나 일상을 직접 체험하고 들여다본다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 동력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그 사람의 습관과 관념 그리고 가치관에 대해 더 깊게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상대의 말이나 행동을 바로 평가하거나 해석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더 나은 관계를 원한다면 열린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눈에 드러나는 시각이라는 것은 대상을 내 안으로 복사해서 붙여 넣기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실제와 접촉하고 함께 움직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사랑하는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정보만 가져오고 끝내는 게 아니라, 상대와 진짜 맞닿은 것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듣고 있다가 "그니까 네가 찐따지.", "넌 쫌생이다." 같은 형식으로 섣부른 판단을 하면 상대는 더 이상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그럴 수 있겠네." 또는 "나는 그 상황에서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처럼 열린 자세로 접근한다면 상대에게서 보이지 않았던 맥락을 그리고 상대가 감추고 있던 고민들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물론 침묵의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말 사이에 침묵이 없다면 말의 의미도 불분명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관계 속에서 눈으로 보이는 정보만 주고받게 되면, 정작 내면을 나눌 수 있는 틈이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쉴 새 없이 이야기하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가끔은 함께 차분히 차를 마시거나, 산책을 하면서 대화를 천천히 주고받는 게 오히려 더 깊은 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연애는 관계를 함께 창작한다는 마음으로
연인 관계는 두 사람이 소통하면서 만들어 나가는 하나의 예술작품에 가깝습니다. 예술가라는 존재는 이미 완성된 의미를 표현하는 게 아닌,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끊임없이 재탄생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캔버스 위에서 매 순간 새로운 색과 형태를 시도하며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시 말해, 그림을 그릴 때 이미 정해진 결론(완성된 그림)이 있는 게 아니라, 서로가 의견을 주고받고 부딪히며 예상치 못한 생각과 감정을 발견할 때 '새로운 의미'가 끊임없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연애도 "우리 둘의 관계라는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중"이란 관점으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듣고 평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함께 만들자."라는 태도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사귀는 사이야." 같은 결과물을 만들 목표를 삼는 게 아니라, "과정 하나하나가 우리를 새롭게 만든다."라는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보이지 않는 부분을 두 사람이 함께 찾아가며 채워 넣어주는 성숙한 관계로 발전할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보이지 않는 세계를 알아가고, 그 안에 들어가며, 동시에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는 과정은 수많은 감동을 쌓아나가게 됩니다. 깊은 상호 이해와 쌓인 감동은 사랑의 깊이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 것이며, 쉽게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유대를 만들어줄 것입니다.
우리는 상대의 보이지 않는 부분을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나 또한 보이지 않는 부분을 사랑받으면 행복합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을 드러내기도 하고, 자신의 부족함이나 부끄러운 역사, 고민은 숨기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나의 '보이지 않는 부분'인 약점, 콤플렉스, 트라우마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생기면, 나라는 존재 전체를 인정받는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랑은 상대뿐만 아니라, 나까지 행복의 길로 이끌어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연애를 그렇게 했냐구요?
그렇게 못해서 이렇게 생각하는건데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