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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름 352

「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 - 20

by 율하



어느 날 문득, 브런치북의 두 세계관을 결합시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에 실릴 도서를 「삶의 레시피」 '쓸데없지만 쓸모 있는'의 글과 페어링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그림책은 「삶의 레시피」 아홉 번째 글, 특색 있는 말들과 연결됩니다.



내가 가진 가장 큰 그림책은 『큰 그림으로 펼쳐 보는 놀라운 자연책』이다.

각각의 계절마다 만나볼 수 있는 자연의 이야기들을 짤막짤막하게 담아놓은 귀엽고 소중한 책이다.



짤막짤막하게 코멘트를 달아놓았지만, 자연이 워낙 방대한 세계이니 책의 분량이 적지는 않다.

또한 제목에서부터 '큰 그림'이라 말하고 있는 만큼 책의 사이즈 역시 보통은 아니다.

이 책은 가로 26.8 cmX세로 34.8cm의 위용을 자랑한다. 바로 그 지점이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책이 커서 보기에는 좋으나 두기에는 여간 불편스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왜 이 책 이야기로 시작하느냐.. 하면..

오늘의 주인공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묘한 커플 이어서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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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5.3 cmX세로 7.3 cmX두께 2.3cm. 오늘의 주인공이다. 이 미니미한 책의 위용(?)을 느끼기 위해서는 필히 『큰 그림으로 펼쳐 보는 놀라운 자연책』이 함께여야만 한다.


얼마 전, 정독도서관으로 향하던 나는 뭐에 홀린 듯이 자연스럽게 '오이뮤'로 향하게 되었고, 『색이름 352』미니(개정판)를 보고야 말았다!!

그곳의 엄청난 아이템들 중에서도 난 이 친구를 주저 없이 집어 들었다. 아마도 요즘 진(zine) 때문에 작은 책에 관심이 부쩍 늘어서인지도 모른다. 그리곤 이렇게 나의 사치를 권장했다.


프로젝트 때 참여자 분들에게 이 깜찍한 녀석을 보여줘야지!!


흐흐흐.. 생각만 해도 룰루랄라다.

안 그래도 요즘 한 친구와 서로의 소확행을 자랑하다가 이런 소모임 하나 꾸려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나누고 있다. 이런 사치는 얼마든지 권장해도 좋지 아니한가!!!

그래서 말인데, 이 책을 들고 씩씩하게 계산대로 향하던 나는 또 한 번 다른 길로 새고 말았다.



진열대 위에서는 그닥 눈에 띄지 않던 메모지들이 저렇게 나란하게 자리하고 있으니 너무 예뻐서 한참을 노려보다가 냉큼 되돌아가 집어 들고야 말았다. 쪽편지.. 이름도 참 어여쁘지 않은가!

<폭삭 속았수다>와 협업한 제품이란다. 컨셉을 들으면,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색감이 많을 것만 같은데, 초록초록한 느낌이 많은 건 의외다. 내가 그 작품을 안 봐서 연상이 안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만.

암튼 색감이 너무 좋아서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삶의 레시피」'특색 있는 말들'에서는 마침맞은 단어를 사용해 말맛, 글맛을 업 시키길 권장하는 마음에서 색에 대한 표현을 잔뜩 담아놨었다.



간장색

솔방울색

꼭두서니색

고무대야색

시루떡색

돌김색

고엽색

......

......


『색이름 352』에는 살면서 불러본 적 없을 것만 같은 색이름의 향연이 펼쳐진다.

여기에 색 표현을 + 더하면 = 나만의 색이름을 찾아갈 수 있다.

뽈그족족한 고무대야색

벌그스레한 된장색

희노란 조개살색

열푸른 물색

푸르스레한 비둘기색

꺼먼 목탄색

......

......


이 조그마한 책이 담고 있는 어마어마한 우리말 색이름을 읊조리다 보면 정말 소확행이 따로 없다.


그러다가 살짝 의문이 생겼다.

집집마다 간장색이 다를 텐데.. 시루떡도 떡집마다 묘하게 다르던데.. 고엽은 또 어쩌고..?!

분명 약간의 이의가 생길법한 구석들이 많지만, 뭐가 대수랴.

부르는 이의 느낌이, 느끼는 이의 마음이 통하면 그만이지.

이런 식의 주관적이고 편협한 세상은 좋다.

내 느낌적인 느낌이 가장 정확한 거니까.

"우리 집의 간장은 그 색이 아닌데? 네가 틀린 거야." 이런 말은 하지 않기를..

"해마다 내가 보아 넘긴 고엽이 얼마만큼인데! 내 말이 맞는 거야." 이렇게 우기지 말기를..

부디..




Book. 『색이름 352』, 지은이-오이뮤(OIMU), 펴낸곳-오이뮤(OIMU), 2025.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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