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성을 담보하기 위해 가능하면 내 눈으로 직접 본 것만 쓰려고 노력했더니, 내가 주연행세를 하고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쪼끄마니는 조연이 된 느낌이 난다. 주객이 전도되었다.
무릇, 세상 모든 일에는 <기승전결>이 있는데, <기>는 어디 가고 <승>이나 <전>부터 시작되기도 하고, 사전 정보도 없이 결론부터 튀어나와 해석을 어렵게 하거나 혼동을 준다.
내가 관찰한 바를 중심으로 기술하면서 중간에 그에게서 들었던 얘기들을 양념처럼 삽입하면 설명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비약이 심해 나도 이해가 어려운 곳이 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 있을까 싶은 부분들이 여러 군데 눈에 띄었다.
모두 갈아엎어버리고 다시 시작해 볼까 고민도 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달려와 버렸고, 궁리를 거듭해 봐도 마땅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그의 일생을 쓰겠다면서 내가 그를 만났던 중간 부분부터 시작했던 것부터가 실수였다는 걸 깨달았지만, 내 솜씨로는 다시 쓴다고 더 나아지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차라리 그대로 두고 빠진 부분을 따로 써서 삽입한 후에, 하던 얘기를 이어가다가 마무리하는 게 어떨까 하는 잔꾀가 생겼는데, 간단하게라도 그의 인생 전반기를 보충하지 않으면 논리적인 설명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하는 작업이니 가능하면 중복을 피하고 꼭 필요한 부분만 줄여서 쓰면 크게 어색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아전인수 격인 희망을 섞어 본다.
그런데 지금까지 쓴 건 내 눈으로 봤고 함께 부딪쳤던 쪼끄마니의 삶이라 비교적 진실과 가깝지만, 덧붙이려는 건 그에게서 들었던 걸 옮겨 쓰는 작업이라 과장법이 포함되었을 수도 있고, 의사전달이 잘못되어 나의 상상력이 더해질 수도 있다는 염려도 된다.
대단한 내용도 아닌 걸 숙제하듯이 쓰고 나서는 다시 쓸 생각도 별로 없는데, 잘될까 아닐까를 미리 걱정하는 건 어리석은 짓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한 판 바둑을 두는 것과 같은 일이니, 이기면 좋고 지더라도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각오는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