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잇값은 참 서글픈 단어이다
어렸을 때는 직장인이나 지나가는 어른들이 너무나 멀고 멋있게만 보였다.
자기 직업에 대한 전문성도 있고 그만큼 돈을 벌고 자기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사원증을 걸고 웃으면서 커피를 마시고 지나다니는 그들을 보면 언젠가 나도 저럴 수 있겠지.
혹은 나도 그 나이가 되면 드라마에 나오는 직장을 가진 멋진 어른이 될 것이라 꿈꿔오고는 했었다.
저 나이가 되면 당연하게 저렇게 어른스러워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에는 생각보다 나잇값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어쩌면 나도 그러고 있을지도 모르지. 나이가 들면서 제일 서글픈 이유는 내면에 있는 나는 여전히 초등학생의 혹은 더 어린 자아인데
겉모습이 그것보다 성장해서, 혹은 더 나이가 들어 보여서 그 사회적인 역할에 끼워 맞춰야 한다는 사실이 힘들었다.
몸은 성장하고 더 커가는데, 그 안에 나는 그렇지 못하고 아직 성장을 하지 못한 어린아이라서.
아직도 부모님에게 떼를 쓰고 뒷좌석에서 종알종알 떠들다 부모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스르르 잠에 드는 어린애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놀이터에 가서 경찰과 도둑이나 하고 놀고 싶은데 어느새 내가 처한 주변 상황이 변해버렸다.
정확히 말해서는 내가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어나고, 주변에서 나를 보는 시각이 변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몰랐어도 될 일을 이제는 내가 알아야만 한다. 세금 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연말정산은 뭔지, 공과금은 또 뭔지.
부동산 계약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집안일이나 청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 어깨에 얹어진 무거운 짐들은 자꾸만 커져만 간다.
다들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걸까.
내면에는 여전히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그네와 시소를 타고, 경찰과 도둑 놀이를 하고, 문방구에 가서 달고나를 사 먹으면서 밝게 웃고 싶은 내 마음은 여전한데,
한 해 한 해가 지나갈수록 내가 해야 할, 또는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늘어가기만 한다.
겉으로는 다 어른인 척 하지만 안에는 다들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이겠지, 나이가 드는 것이 그래서 서글프다.
나는 지금도 놀이터에 나가서 놀고만 싶다. 직장에 다니고 싶지도 않고, 아무 걱정 없이 친구들과 뛰어놀고만 싶다.
해가 갈수록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져 가거나, 겉에 보이는 모습이 점차 노화의 과정을 겪고 있는 걸 보면 슬퍼지기만 한다.
그래,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은 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시간은 주어져있으며, 그만큼 성장하고 또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막연하고 멋있게만 보였던 그 어른들의 나이가 내가 되고, 그 사람들도 다 비슷한 마음이겠거니 싶었다.
사회적인 자아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이제는 나도 안다.
마음의 한 구석에는 예전처럼 엄마 무릎에 누워서 낮잠에 들거나 친구들과 떡꼬치를 사 먹고 놀이터에서 뛰어놀고만 싶은 것이다.
난 여전히 자라지 못한 어른이인 것만 같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과정이라는 것을 안다, 그게 참 슬프면서도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라는 것도 안다.
비록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겠지, 다들 그러고 사는 거겠지.
노화의 과정은 누구나 겪는 일인데 왜 이렇게 나만 크게 받아들이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끔은 내게 주어진 역할을 다 벗어던지고 어린이였던 때처럼 해맑게 웃으며 놀고 싶다. 어른이라는 역할극에서 벗어나서 그래보고 싶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괜찮은 척, 사회적 자아를 갖추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아직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나이 듦의 과정은 당연한 명제이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은 눈물짓게 한다.
그러니 내가 맞춰야 하는 그 현실만 보는 것이 아닌 가끔은 저 밑에 웅크리고 있는 그 아이를 돌아보기를.
“괜찮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오늘은 XX이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먹어볼까?”
“실수할 수도 있지. 다음에 더 잘하면 돼. 이만큼 해낸 것도 진짜 기특해.“
“내가 귀여우면 됐지 뭘 더 바라세요?“ ”귀여운 XX이가 오늘은 진짜 수고했어. 너는 최고야.“
저 밑에 숨겨진 어린아이를 잊지 않고 다독여주기를 바란다.
잊혀서 저 밑에 가라앉아 울상 짓고 있는 그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기를 바란다.
타인에게 신경 쓰고, 마음을 베푼 만큼 스스로에게도 다정해져야 한다는 걸 잊지 말기를.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쁜 사회에서도 너는 잘 해내고 있다고. 네가 버텨줘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힘든 일도 많았고 지치는 일도 많았지만 울면서도, 가끔은 좌절하면서도 네가 다시 일어서서 걸어주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고.
내 안의 어린아이를 인정하고 칭찬하고 끌어안아줘야만 한다.
다들 어른인 척하는 어른이들이니까.
칭찬이 인색한 사회에서 더더욱 나 자신을 다독여줘야만 한다.
오늘 하루도 버텨낸 당신이 대단하다는 걸 알아주길.
다들 참 고생이 많다.
아직 어린애지만 늠름한 척하는 나의 모습과 비슷해서 넣은 사진.
귀여우니 두 번씩 보고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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