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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인지 ‘부패’인지 정하는 것은, 바로 나

발효와 부패는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

by 한결 Mar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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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발효식품을 좋아한다. 대중적인 한국의 김치, 된장뿐만 아니라, 삭힌 홍어도 즐긴다. 서양의 발효식품인 치즈와 요거트도 좋아한다. 전 세계 악취음식으로 유명한 취두부와 삭힌 청어도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코 끝을 자극하는 그 톡 쏘는 느낌이 좋다.


사람들은 대체로 발효와 부패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발표는 숙성의 과정에서 사람에게 ‘유익한’ 영양소가 생성된 것이고, 부패는 숙성의 결과 사람에게 ‘해로운’ 영양소가 생겨난 것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미생물 전문가들은 발효나 부패는 모두 음식에서 미생물의 활동으로 나타는 결과로써 둘 사이의 명확한 구분을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어떤 사람이 숙성 과정을 통해 한 번은 술이, 한 번은 너무 지나친 숙성으로 식초가 만들어졌다. 이 사람에게 술은 잘 발효된 결과가 되고, 식초는 부패한 것이 된다. 하지만 옆집 이웃에게는 식초가 필요했기에 그에게는 그 식초가 유용한 발효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중국의 발효식품인 취두부를 역겹다고 생각한다. 냄새만 맡고도 구역질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반대로 취두부를 즐겨 먹는 중국 사람도 우리나라의 삭힌 홍어를 역겹다고 생각한다. 취두부는 얼마든지 먹을 수 있어도, 홍어 냄새를 맡으면 구역질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기가 경험한 문화에 의해서 어떤 음식의 부패에 대하여 ‘발효‘라고 생각하고 그걸 즐길 수 있다. 얼마나 익숙한지,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해로운 부패가 아니라, 유익한 발효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발효와 부패를 정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여기에 중요한 인생의 통찰이 담겨 있다고 느낀다. 살다 보면, 싱싱한 음식만 먹을 수가 없고 때로는 오래된 그래서 약간 맛이 간 음식을 먹게 될 때도 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걸 ‘숙성’이라고 이름 붙이고, 그 시간의 결과로 나타나는 독특한 향과 맛을 즐긴다.


우리 인생도 다르지 않다. 살다 보면 좋은 일만 있을 순 없다. 우리는 좋은 경험만 하며 살 수 없고, 누구나 부정적인 감정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과 과정을 누군가는 ‘성숙’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성숙의 시간을 거치고 난 누군가는, 이전과 다른 더 깊은 차원의 풍성한 삶을 살아나간다. 이게 바로 발효와 부패가 우리에게 주는 통찰이 아닐까.


당신의 삶에는 얼마나 많은 숙성의 과정이 있었나? 나는 당신이 그 시간들은 통해서, 당신만의 더 깊이 있고 톡-쏘는 인생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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