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의 결혼을 끝내고 다시 나의 삶으로
모든 인연에는 이별이 있다.
만남과 이별. 그것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어떤 인연은 함께 백년해로하고 숨을 거두면서 작별하기도 하지만,
어떤 인연은 불현듯 이별이 닥쳐오기도 한다.
나의 결혼은 내 바램과는 달리 너무 빨리 이별을 맞이했지만, 어쩌겠는가 그런 게 인생인 것을.
누구나 겪는 이별이 단지 내게는 조금 더 빨리 왔을 뿐이다.
나는 네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도 미련도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이별을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어려운 것은 너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는 일이다.
우리가 그동안 함께 쌓아왔던 것들은... 단지 '결혼'이라는 한마디 말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많기에,
어쩌면 많은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을지 모른다.
너와 내가 만들어온 추억과 시간들을 떠나보내는 것이 만약 가능하다면, 분명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이제 너와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려고 한다.
이젠 너를 위한 삶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 테니까.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만큼, 또 부부로 살아온 만큼, 끝맺음은 쉽지 않았다.
법적 혼인 관계를 정리하는 데에도 긴 시간이 필요했다.
서로 이혼을 합의하는 데까지 고민하며 보낸 시간이 있었고,
이혼을 합의한 후에는 그동안 모은 재산을 어떻게 분할할지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그 이후에 가정법원에 가서도 한 달이 넘는 숙려기간을 보낸 끝에 법적으로 완전히 분리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양측 배우자 중 어느 하나라도, 이혼에 대한 의사를 번복하게 되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밟아나가야만 했다.
법정을 찾는 부부들 중에는, 수차례 이혼을 번복하며 그 지난한 과정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었다.
법적인 관계를 정리하는 것과 더불어, 함께 지냈던 공간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결혼 생활 중 얻은 전셋집에서 6년을 함께 지냈던 우리는 이제 각자의 공간을 찾아 떠나야 했다.
나는 회사와 더 가까운 해방촌에 새로운 거처를 마련했고, 그녀는 망원동에 작은 방을 얻었다.
우리는 법적으로 남이 된 이후에도, 한참 동안을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지내야 했다. 이사할 곳은 구했지만 방을 빼고 짐을 옮겨 이사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같이 있어도 별 상관이 없을 줄 알았는데, (8년을 같이 살았으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이혼을 하고도 같은 공간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이 불편하고 괴로웠다.
법원에서 이혼날짜를 받아놓고, 숙려기간을 보냈던 시간.
이사날짜를 받아놓고, 그녀와 같은 집에서 보냈던 그 시간들은 참 길게도 느껴졌다.
하지만, 지루하게 느껴졌던 시간은 결국 흘러갔다.
마침내 나는 그녀와의 끝맺음을 해냈다.
법적인 관계도 정리했고, 너와 함께했던 공간으로부터 벗어났고, 이젠 그녀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었다.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너를 만나기 전처럼.
그리고 나는 홀로 된 삶을 오롯이 살아볼 작정이다.
그 생활은 때론 외로움에 사무치기도 할 테고, 때론 고독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나는 결국 홀로 서게 될 거다.
그리고 이젠 다른 누구를 위한 삶이 아닌, 오직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 나가려고 한다.
누구보다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며, 나 스스로를 잘 돌보며, 나의 행복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끝맺음이 쉽지 않았듯이, 새로운 시작도 쉽지만은 않을 거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잘 해낼 나 자신을 믿는다.
누구보다 멋지게, 누구보다 힘차게, 누구보다 희망찬 미래를 나는 그려본다.
나는 꺼지지 않는 희망이고 타오르는 가능성이다. 내가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이상 실패는 없다.
넘어지고 자빠져도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상처에서 피가 흘러도 나는 더 강해질 것이다.
숨이 차고 힘이 들 때, 그때가 바로 성장할 수 있는 순간이다.
나의 새로운 시작 앞에서, 나 자신의 다짐을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