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머리보다 느리다

#1

by 나의해방일지

생각은 논리와 판단에 근거하지만,

마음은 기억과 감정에 근거한다.


아내와의 이혼은 숙고를 거듭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고,

이젠 그와 함께한 모든 것으로부터 분리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까지 깨끗하게 정리가 된 것은 아니었다.


마음은 머리보다 느리고

아무리 강철멘탈의 소유자라 해도,

내면의 상처가 회복되는 데에는

누구에게나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그 필연적인 시간 속에서

때로는 두렵고 울적하기도 하고,

가끔은 불안하고 공허함에 사로잡히기도 하는

마음을 그저 가만히 들여다본다.


주말 내내 비가 내렸다.

일부러 이것저것 없던 취미를 만들며

정신없이 일상을 보내다가

느닷없이 마주한 고요함.

텅 빈 방 안에서 느껴지는 적막함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가라앉는 탓에

한동안 우울감에 시달렸다.




아닌 줄 알면서도,

자꾸만 이런 생각이 떠올라 나를 괴롭혔다.


'나는 혼자 버려졌어'

'나는 실패했어'


'아니야. 그렇지 않아.

나는 버려진 것이 아니라, 갈림길 위에서 선택을 한 거야.

나는 버려진 것이 아니라 놓아준 거야.

만약, 그와 앞으로를 계속 함께 하기로 했더라도

그 길은 행복하지 않았을 거야.

어쩌면 지금보다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몰라.

나는 그에게 실망했고, 그와 함께하지 않기로 결정했어.

그러니까 혼자가 된 것은 분명 나의 선택이었어.'


한 번, 또 한 번

패배감이 몰려올 때마다, 나는 또다시 스스로를 위로하고 달래주었다.


그래,

버려졌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내가 겪었던 일은 정말로 참담했으니까.

자꾸만 슬픈 마음이 차오르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내 영혼에 남아 있는 아픔과 상처는 아직 다 아물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괜찮다.

이것 또한 지나갈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상처가 아물고 새 살이 돋아나듯이,

내 마음에도 새로움이 꽃 피게 되리라.


슬퍼도 노래하자.

슬픔을 노래하자.

자꾸 노래하다 보면, 나를 짓누르던 슬픔도 어느덧 옅어지고

아프기만 했던 기억도 조금은 아름답게 그려질 테니까.


삶은 계속된다.

그저 한 걸음, 또 한 걸음 계속 걸어 나가다 보면,

그 모든 일들을 추억할 날이 온다.



마음은 머리보다 느리다.

하지만 괜찮다. 나에겐 기다려줄 여유도 시간도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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