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어쩌면 인생이란,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감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인생이고,
정답을 구하지만 사실은 답이 없는 게 인생이다.
한때 나는 그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모호함과 불확실성 앞에서
나는 자주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쉽게 포기하거나 회피를 선택하곤 했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내가 회피하려고 했던 것들은 전부
살면서 경험한 아픔과 관련이 있었다.
부모님의 별거, 이혼을 지켜보면서
나는 결혼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아무리 사랑했고 함께 수많은 세월을 함께 했어도
결국 저렇게 해어질 수 있는 거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결혼 생활과 달리,
나의 결혼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데
'나도 저런 아픔을 겪으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 생기면서
결혼이라는 불확실성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결혼한 후 아이를 낳지 않고 살았던 것도,
어쩌면 포기나 회피였는지 모른다.
나는 살면서 가난과 궁핍을 겪었고 그것 때문에 괴로웠다.
그리고 내가 겪은 이 궁핍함을 적어도 내 자녀에겐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궁핍한 삶은 선택할 수 없었지만,
자녀가 궁핍하게 살지 않도록 하는 건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었다.
그게 그동안 아이를 낳지 않고 딩크로 살았던 이유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준비된 상황이라는 게 올까?'
'결핍이 없이 사는 사람이 있나?'
'지금 내가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수 있을지 모르는데 어쩌면 나는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이혼 후 상담을 받으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인생의 가장 큰 괴로움은 과거의 슬픈 경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상황을 피하려고 생기는 경험의 부재로 만들어진다는 것이었다.
진정한 고통은 경험의 부재에서 생긴다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경험을 쌓을 수 없다.
인간은 누구나 시행착오와 실패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게 되는데, 회피는 경험의 부재를 만들고 그로 인해 결국 성장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된다.
행동하지 않으면 인생은 변하지 않는다.
여기서 행동한다는 것은 결국,
실패의 가능성,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끌어안는 것을 의미한다. 도전의 결과로 다시 한번 실패를 경험한다고 할지라도 그 리스크를 감수할 용기를 갖는 사람만이 행동을 하고, 그 도전을 통해 성취를 맛볼 수 있다.
나는 이혼 후 큰 두려움에 휩싸였다.
‘내가 다시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
‘누구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를 믿고 신뢰할 수 있을까?’
‘다시 결혼이라는 걸 하고 가족을 꾸릴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은 내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일이기에,
선뜻 다시 누군가를 만나고 그에게 내 마음을 내어줄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나는 또다시 도망치고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젠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실패하고 넘어지고, 조금 서투르고 부족해도 괜찮다.
설령 또 실패한들 어떤가.
그 실패가 나를 규정하지 않도록 계속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기회는 있는 것 아니겠나.
넘어진 사람, 실패한 사람, 아픔을 겪은 사람이 어디 나뿐이랴.
겁먹지 말자. 도망치지 말자. 포기하지 말자.
까짓 거 한 번 해보자.
인생은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늘 되뇌었지 않나.
크게 한숨 들이켜고, 두 주먹을 불끈 쥐자.
그리고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