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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의 이혼으로 7년의 결혼생활을 마무리 한 뒤,
나는 한동안 길을 잃고 방황했다.
결혼 후 아내는 내 삶의 의미였기에,
아내가 떠난 자리에는 텅 빈 공허함만이 남았다.
그리고 나는 다짐했다. 이제 그 텅 빈 공간에 나 자신을 위한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채워나가기로.
나를 만나는 첫 번째 통로 : 글쓰기
나는 이혼 후 글을 쓰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괴롭고 힘든 시간이었기에,
오히려 그 과정을 글로 기록하고 남기며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독일 필요가 있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만나는 일이었다.
나는 글을 쓰면서 나를 위로하고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작은 수첩에 일기의 형식으로 하루하루 떠오르는 감정과 다짐을 적어 나갔다.
그리고 수첩 한 권을 빽빽하게 다 채워나갈 때 즈음,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되었다.
요즘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내 이야기를 들은 어느 지인이 한 번 해보라며 추천을 해주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등록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는데,
나는 운이 좋게도 한 번에 통과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내가 나를 떠났다"라는 제목으로 10회 연재를 마쳤다.
여기에서 나는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된 후, 이혼을 하고 다시 홀로서기로 마음을 다잡았던 일련의 과정을 담아내었다.
생각의 결과를 글에 담아내기도 하였지만, 때로는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홀로서기의 모든 과정을 글로 남기며
더 깊이 나 자신을 이해하고 관찰하고자 한다.
나를 만나는 두 번째 통로 : 그림
내 인생에서 가장 먼저 흥미를 발견했던 것은 그림이었다.
실제로 나는 어린 시절 그림 그리는 걸 참 좋아했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공룡, 동물, 자동차 같은 것들을 그리곤 했다.
중학교 때까지 나는 미술을 했었다.
초등학교땐 줄곧 미술학원에 다녔고, 중학교 때는 미술부 활동을 하며 시 대회, 도 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에 목회를 하기로 진로를 정한 뒤로는 그림에 손을 놓고 살아왔다.
최근에 글을 쓰면서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나는 '자기표현'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글쓰기가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작업이라면,
그림은 나의 감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작업이다.
그림을 통한 자기표현은 글쓰기보다 추상적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더 직관적이다.
그래서 나는 20여 년 만에 붓을 다시 손에 잡았다.
마침 회사 근처에 조용히 그림 그리기 좋은 화실이 있었다.
퇴근 후 찾아가서 일주일에 한 번 2~3시간씩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주제로 그림을 그려보았는데,
신기하게도 어린 시절 내가 좋아하던 동물을 그릴 때 지금도 그때와 같은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동물을 그리는 동안에는 그 존재의 우아함에 빠져들어 매료되는 기분이 들었다.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그리고 싶은지
그림 하나를 그릴 때에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또 그걸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를 알아야 제대로 그림을 그릴 수가 있다. 그런 점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건 나를 알아가는 또 하나의 방법이란걸 알게 되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하나의 프로젝트를 정해보았는데,
'십이간지' 동물들을 소재로 하나씩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다.
가장 먼저 그린 것은 호랑이, 다음으로는 말을 그렸다.
지금은 뱀을 그리고 있는데, 아직도 그릴게 9개나 더 남아 있어서 마음이 설렌다.
그림을 그리며 몰입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나 자신을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다.
아직은 시도하지 못했지만,
나와 더 친해지기 위해 해보고 싶은 게 하나 더 있다.
그건 바로 '보컬 레슨‘을 받아보는 것이다.
노래를 부르는 것은,
나에겐 감정을 표현하는 자기표현의 또 다른 방법이다.
학창 시절부터 노래를 부르는 걸 워낙 좋아해서,
학교/교회 축제에 나가서 노래를 부른 적도 있고
지금도 종종 코인 노래방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곤 한다.
글을 쓰면서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다 보니,
이젠 노래를 정식으로 한 번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찾아보니 취미로 하는 직장인 밴드도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언젠가는 직장인 밴드에 보컬로서 한 번 활동을 해보고 싶다.
직장인 밴드의 보컬이 된 나를 만나게 되면,
그땐 지금보다 나와 좀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