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 생겨서 불안이 생겼다

#7

by 나의해방일지

이혼을 한 후로 나는 선택할 것들이 많아졌다.


오늘 퇴근 후에는 무엇을 할지,

오늘 저녁 메뉴는 뭘로 고를지,

이번 주말에는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낼지, 등등.

물론 결혼 생활 중에도 그런 선택은 매일매일 주어졌던 것이지만,

혼자가 되었기 때문에 이젠 그 모든 선택이 오롯이 나의 몫이 되었다는 게 다르다.


모든 걸 내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이 '온전한 자유'는

내게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걸 내가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도 스스로 판단해야 하며,

그 결과를 또한 혼자서 책임져야 한다고 하는 무한한 불안을 낳기도 했다.


나는 살면서,

지금처럼 온전한 자유를 누려본 적이 없었다.

20살, 성인이 되고 대학에 입학했을 때

나는 4인 1실 기숙사에 살았다.

당시 기숙사에는 같은 또래 친구들이 아니라 98학번 형님들이 둘이나 있었는데,

군대에서 선임 눈치를 보듯이 기숙사 안에서 선배들 눈치를 보며 지냈던 기억이 난다.

신학교 기숙사는 통금시간이 있었고, 의무적으로 새벽예배도 참석을 해야 하는 등 엄숙하고 경건한 생활을 해야만 했다. 방학기간에는 그나마 좀 자유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방학 때마다 교회사역을 다니면서 교회에서 주로 지내곤 했다.


그러다 보니 혼자 살게 된 것도 처음이고

내가 뭘 하던 아무도 간섭하지 않고,

아무도 참견하지 않는

이런 상황이 내게는 조금 낯설다.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다.

'결혼을 하고 나니까 안정감이 생긴다.'라고 말이다.

나도 결혼생활 중에는 그런 느낌을 받았었는데,

당시엔 막연하게 느껴졌던 '안정감'이

이젠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인생이란 말하자면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살면서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내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면서 살아갈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도록

그 선택의 폭을 좁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을 하는 순간, 내가 어떤 존재인지 규정된다.

결혼과 동시에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내가 되기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 고민할 필요가 줄어든다.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서 좋은 배우자가 되려고 노력하게 되니까.

뭘 해야 하는지 명확해지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고민할 것들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갖게 되는 순간

내가 무슨 선택을 해야 하는지 더 명확해진다.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니라,

누군가의 부모로서 존재하게 된다.

한 생명을 책임지기 위해서, 부모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이 정리가 되고

돈을 더 벌던, 일을 더 열심히 하든 간에 이전에 없었던 강력한 동기부여와 함께

누군가의 부모로서 살아가게 된다.

결혼과 출산이 한 인간의 삶에서 선택의 자유를 앗아가는 만큼,

그만큼 강력한 방향과 목표를 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걸 '안정감'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반면에 나는 자녀 없이 다시 혼자가 되었기에

전에 없던 큰 자유를 얻게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갑자기 내 인생에 놓인 수많은 선택 앞에서 혼란하고 불안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자유는 내게 해방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불안감을 안겨 주었다.


이제 나는 어떡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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