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만약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이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일목요연하게 줄줄 읊어내려 갈 수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전자는 자기이해가 높은 사람이고,
후자는 자기 스스로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일까?
내가 생각하기엔 자기 자신을 잘 아는 듯이 보이는 사람이 정작 자신을 잘 모를 수 있고,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쪽이 오히려 자신을 제대로 아는 편일 수 있다.
애매모호함. 일관적이지 못한 모순성. 이율배반적인 행동과 선택. 그게 바로 인간이 갖고 있는 특성이기 때문이다. 확실하지 않고 복잡하며, 일관되지 않고 변화무쌍한 것이야 말로 바로 인간다움(?)이다.
결혼생활을 할 때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일관성 있고 예측가능한 사람이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혼하고 혼자가 된 나는,
이전보다 훨씬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또는 뭘 원하는지 스스로 질문하게 되었다. 이젠 나 자신이 누군지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내가 여기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나 자신을 더 알아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하고 충만한 일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누구를 만나지 않고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막상 혼자 지내다 보니 공허함이 몰려왔다. 텅 빈 집안에 혼자 있을 때 나는 무한한 해방과 자유를 만끽하기보다는 쓸쓸함과 외로움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텅 빈 공허함과 외로운 마음을 달래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사람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했다.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연애상대로 이성을 찾기도 했다.
연락하며 지내는 사람이 생겼지만, 우습게도 막상 그 사람과 진지한 관계로 나아가려고 하니 덜컥 겁이 났다. 아직 내가 누군가를 만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지한 관계는 부담스럽다. 그렇지만 외로움과 공허함을 달래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이게 내가 느끼는 솔직한 감정이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휘둘리지 말자.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지 말자.’ 머리로는 그렇게 스스로를 타일렀지만, 감정을 다스린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누구나 건강한 몸을 만드는 방법을 안다.
적게 먹고, 채소 위주의 균형 잡힌 식단을 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면 된다.
그렇지만 방법을 아는 것과, 실행을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절제와 끈기, 그리고 반복된 훈련을 거듭한 사람만이 건강한 몸을 가꿀 수가 있듯이
외로움을 견디며, 진정한 자유와 홀로서기를 이루는 것 역시 한 순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끊임없는 절제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이런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것도,
단단히 홀로 서고 싶은 것도,
모두 ‘나’ 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낯선 나를 만나는 과정을 통해서 나는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알아간다. 나 자신을 깊이 알아갈수록, 앞으로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명확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이것은 하나의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