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제주여행

#9

by 나의해방일지

이혼 후 처음 맞이하는 생일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을 하던 차에, 마침 교회에서 이번 여름에 한주 휴가를 다녀올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생일을 끼고 4박 5일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나 홀로 여행이라 심심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잘 즐기고 있다.


오늘은 여행의 셋째 날, 처음 이틀은 서귀포에 있었고 지금은 협재로 넘어왔다. 이틀간 서귀포 숙소 앞 사계해변도로를 걷고 달렸다.


사계해안을 따라 아침러닝


이번에 혼자 여행을 해보니 (나처럼 이혼을 해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도) 종종 나 홀로 여행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하는 여행은 먹고 싶은 걸 먹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모든 걸 내 맘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 수 있다. 여행이 곧 나 자신을 위한 선물이 된다.


또한 대화할 상대가 없기에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면서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때로는 침잠해 있던 어떤 감정들을 흘려보낼 수도 있었다.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멀리서 보는 바다는 잔잔하고 아름답다.
가까이서 보는 바다는 요란하고 무섭다.
협재 해변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멀리서 볼 때는 잔잔하고 고요해 보이는 바다였지만,

먼바다까지 뻗어있는 방파재 끝으로 다가가면

뭍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강한 바람과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귀가 먹먹해졌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파도와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은 수심을 보노라면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쩌면 내 인생도 바다와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인생은 쉼없이 몰려오는 파도처럼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다. 인생에 닥쳐오는 파도 중에는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밀려오는 큰 파도가 있다. 파도에 집중하면 두렵고 불안해진다. 하지만 결국 파도는 지나간다. 파도가 나를 덮치는 순간엔 거기에 쓸려가 버릴 것 같지만, 결국 나는 남고 파도는 부서져 사라진다.


파도가 너무 휘몰아칠 땐, 잠시 뭍으로 나와 멀리서 바다를 관조하듯 인생을 멀리 볼 필요가 있다. 멀리서 보면 인생은 크고 작은 파도와 함께 그저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파도가 내 앞에만 치는 것이 아니고 어느 누구에게나 똑같이 들이치고 또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멀리서 보자. 그러면 잔잔하게 보이는 먼바다의 풍경처럼,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요동하는 감정도 차분해진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남의 인생은 멀리서 보게 되고 내 인생은 가까이서 보게 된다. 그래서 남의 인생은 편하고 좋아 보이고, 나만 힘들고 불행하게 느껴진다. 사실은 그게 아니다. 누구나 자기 인생의 풍파를 견디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남의 파도가 내 눈엔 잘 안 보이고, 내 앞에 닥쳐오는 파도만 크게 느껴지는 게 문제다. 그러니까 가끔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하자.


내 인생은 한 발 멀리서 보고, 남의 인생은 한 발 가까이서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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