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모름지기 사내로 태어나 뜻을 이루려거든,
고독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요즘 속으로 계속 되뇌는 말이다. 제주 여행 중 읽었던 책에서 스치듯 지나간 한 문장이 마음을 울렸다. 아침에 홀로 바다 바람을 맞으며, 또 수평선 아래도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며 마치 나 자신을 타이르듯 읊조리고 또 읊조렸다.
지난여름휴가는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해봤다는 점에서도 특별한 시간이었지만, 홀로 보내는 시간 속에서 오롯이 충만함과 만족감을 느끼고 고독을 즐기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외로움은 주어지는 것이지만,
고독은 선택하는 것이다.
외로움은 무리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타인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낄 때 생겨나는 어떤 공허함과 상실감이다. 그러므로 외로움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지는 감정이다.
고독은 무리로부터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가질 때 생겨난다. 타자의 기대를 채워줄 의무도, 인정을 갈구할 필요도 없는 상태로 나 자신을 채우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독은 내가 주체가 되어 선택하는 감정이다.
그렇기에 함께 있어도 외로울 수 있고, 홀로 있어도 충만할 수 있다. 함께 공허한 것보다는 차라리 홀로 고독한 편이 낫다.
인간은 혼자 있을 때 비로소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누군가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다. 고독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다.
비로소 고독을 즐기다.
그동안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애쓰긴 했어도, 혼자가 된 것을 결코 즐길 수는 없었다.
러닝을 시작한 거라든지, 아니면 그림을 그리는 것도 혼자 보내는 시간을 어떻게든 의미 있게 채워나가려고 했던 노력이었을 뿐, 그 자체를 온전히 즐길 수는 없었다. 삶은 그저 흘러가기에, 덩그러니 남겨진 채로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던 나였지만… 이젠 비로소 조금은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슬픈 감정을 충분히 흘려보내서일까, 아니면 마음의 상처가 어느덧 아물어서일까. 나는 마침내 무언가 새로운 감정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