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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이 유목민에서 농사를 짓는 정착민이 되면서 식단은 꽤 오랫동안 탄수화물 중심이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 당뇨와 비만이 늘면서, 많은 사람들이 “탄수화물이 문제다”라고 지적한다.
저탄수화물·고지방이나 케톤 식단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탄수화물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인슐린 저항성을 만들어 대사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논리를 편다. 실제로 정제 탄수화물, 설탕, 밀가루 중심의 식단은 이런 주장의 상당 부분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맥락이 빠져 있다. 탄수화물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탄수화물의 질과 섭취 환경이 달라진 것이 문제라는 점이다. 과거의 탄수화물은 현미·보리·조·수수 등 섬유질이 풍부한 잡곡위주였다. 이런 곡물은 소화가 느리고 혈당을 완만히 올렸다. 동시에 하루 활동량이 많아 섭취한 에너지를 대부분 소비했다. 따라서 탄수화물 중심이어도 당뇨나 비만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의 밥상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집에서 직접 만든 자연식보다 흰쌀, 흰 밀가루 같은 정제 곡물이 식탁을 채우고, 여기에 설탕·기름·나트륨이 가득한 초가공식품(Processed Food)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졌다. 편리함을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안에는 당분, 나트륨, 포화지방, 인공첨가물이 가득하다.
이런 성분은 체중 증가, 당뇨, 고혈압, 심혈관 질환을 불러오는 주범이다. 혈액으로 빠른 흡수는 혈당을 빠르게 올리고 인슐린을 폭발적으로 분비하게 하는 등 우리 몸의 항상성에 문제를 일으키지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서 외부적으로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활동량은 줄었고, 좌식 생활은 늘었다. 같은 ‘탄수화물 중심’이라도, 과거와 현재의 환경은 전혀 다르다.
따라서 탄수화물 식단 자체를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탄수화물의 질을 선택하고, 섭취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정제 곡물 대신 통곡물을 선택하고, 설탕이 가득한 음료 대신 과일과 채소를 먹으며, 식사에서 단백질과 섬유질을 충분히 포함시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시중에 맛있다는 맛집의 음식을 잘 들여다보면 대부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한 번에 섞어서 먹는 형태가 많다. 두 종류 이상의 대량 영양소를 한 번에 섞어서 먹으면 소화효소와 호르몬이 온몸에서 동시에 터져 나오게 하면서 소위 포텐이 터져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자꾸 뭔가 새로운 형태의 조합으로 초가공식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먹는 순서를 바꾸면 혈당의 출렁임을 줄일 수 있다. 미국 웨일코넬 의대 연구에 따르면,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마지막에 먹을 경우 식후 혈당과 인슐린 상승이 30~50% 이상 낮아졌다. 임신성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확인되었으며, 장기 혈당 지표까지 개선되는 효과가 보고되었다.
원리는 간단하다. 단백질, 지방, 섬유질이 위 배출을 늦추고 인크레틴(GLP-1) 분비를 촉진해 포만감을 늘리면서 탄수화물의 흡수를 완만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먼저 채소를 먹고 단백질과 지방을, 그리고 마지막에 탄수화물을 먹는 순서만 지켜도 혈당 스파이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정확한 문제 정의는 “무엇을 어떻게 조리하여 어떤 순서로 먹는가”이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몸의 리듬을 조율하는 연료다. 아침에 먹는 음식은 대사와 집중력을 좌우하고, 저녁의 식사는 수면의 질을 바꾼다.
문제는 가공식품 속 단순당이다. 이런 당은 섭취하자마자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인슐린을 과다하게 분비시킨다. 혈당이 빠르게 떨어지면 피로감과 허기가 몰려오고, 다시 달고 기름진 음식을 찾게 된다. 이 반복은 체중 증가, 비만, 당뇨로 이어진다.
반대로 균형 잡힌 식사는 활력을 준다. 식이섬유는 혈당을 완만히 조절하고 장내 미생물을 건강하게 한다. 단백질은 근육을 만들고 포만감을 유지하게 하며, 오메가-3 지방산 같은 좋은 지방은 뇌 기능과 염증 조절에 도움을 준다. 결국 음식은 우리 몸의 리듬을 안정시키고 활력을 되찾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다.
당뇨병은 단순한 유전병이나 전염병이 아니다. 음식 환경의 변화와 함께 발생하고 퍼져나간 질병이다.
수렵·채집 시대에는 자연식이 중심이었다. 곡물과 과일, 뿌리채소를 먹었고, 당뇨병은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물론 지금처럼 기록이 쉽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농경이 시작되면서 곡물이 주식이 되었지만, 현미·보리·수수 같은 정제도가 낮은 곡물이었기에 혈당은 안정적이었다.
문제가 시작된 것은 정제 곡물과 설탕의 확산이다. 조선 후기에는 흰쌀, 서양에서는 흰 밀가루가 대량으로 소비되면서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음식이 일상이 되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에는 설탕 생산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소변이 달다”는 병, 즉 당뇨의 보고가 증가했다.
20세기 들어서는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가 산업화 속도에 맞게 일상이 된 나라는 비만과 당뇨 유행이 이어졌다. WHO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전 세계 당뇨 환자는 4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유전적 변화가 아니라, 가공식품과 생활습관 변화가 만들어낸 팬데믹이다.
오늘날 우리의 식탁은 초가공식품으로 가득하다. 편의점 도시락, 라면, 디저트, 튀김 음식은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결국 제2형 당뇨병으로 이어진다. 한국 역시 1970년대 이후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당뇨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현재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이 당뇨를 앓고 있다.
사람들이 “맛있다”라고 느끼는 음식은 대개 짜고, 달고, 기름지다. 이 음식들은 뇌의 도파민 회로를 강하게 자극해 즉각적인 만족을 주지만, 동시에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만든다. 그 결과 미각은 무뎌지고, 자연식의 담백한 맛은 시시하게 느껴진다.
이런 식습관은 어린 시절부터 자리 잡는다. 아이들의 밥상에서 자극적인 음식을 줄이고 자연식에 길들여야 하는 이유다. 자극적인 밥상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중독에 가까운 패턴이 될 수 있다.
부모가 당뇨병 가족력이 있으면 아이도 당뇨병일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는 DNA의 영향이 물론 있겠지만 당뇨병에 걸리는 식생활을 부모와 함께 하며 성장한 아이들이 같은 식생활을 물려받았기 때문은 아닐까?
교과서에서 배운 균형 잡힌 올바른 식단과 바쁜 일상생활을 핑계로 가공식품과 여러 정제당에게 자리를 내어준 우리의 식단 사이. 이 틈을 어떻게 매울 수 있을까? 점심 도시락도 좋은 생각일 듯하다. (물론 나처럼 여건이 되는 사람들에 한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