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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싸움에는 지지 않아!

쌈닭과 함께 시시비비를 가려보자구~

by 크엘

"뭐라고?"

"네가 잘못한 거잖아~"

"아니, 지금 이 상황을 봐봐. 지금 이렇게 상황이 흘러가게 된 게 처음 네가 그런 말을 한 게 발단이 된 거잖아. 솔직히 너도 나도 그건 다 인정한 거 아니었어?"

"누가 인정했다고 그러는 거야? 난 잘못 없어! 너야말로..."

"아니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둘 다 목소리 낮추지 못해?"


선생님의 중재로 나와 친구의 말싸움은 소강상태로 접어들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누가 보면 별 일도 아닌 일로 누가 맞고 틀린지 말싸움이 한창이었다. 실은 너무 오래된 일이라 어떤 일로 싸웠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기에 바빴다는 게 인상에 남아있을 뿐이지.


"너희들 뭐 하는 거니? 누구랑 누가 싸우는 거야?"

"선생님, 얘가 있잖아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잖아요."

"아니에요.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얘가 하고 있었다니까요."

"아니, 아직도 이러네. 아니?!"


선생님은 잠깐 말이 없더니 되물으셨다.

"지금 XX이랑 XX이가 말다툼 한 거야? 중국어로?"



그때가 아마 중2정도 때였을거다.

선생님은 내가 중국어로 친구랑 말싸움을 했다는 걸 아시고는 무척 놀라하셨다.

"어머, 지지 않고 말싸움도 할 줄 알고.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며칠 후에 학교 행사가 있는데 거기 참석해도 손색없겠다."


잉? 싸우다가 갑자기 칭찬을 들으니 그건 그것대로 이상한 기분이었다. 아무튼 그날 우리는 선생님께 혼쭐이 났고 반성문을 썼었던가 그랬다.


좌우지간, 나는 언제부터인가 옳고 그름을 정확하게 따지려 드는 쌈닭이 되어 있었다.



평소에는 아이들과 즐겁게 놀며 지냈다. 궁금한 게 많아서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집에 가서는 과외선생님과 열심히 공부했더랬다. 주말에는 시장에도 가보고, 쇼핑몰도 가보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궁금한 게 있으면 보고 듣고 물어보며 지냈다. 그렇게 경험이 쌓이면서 발전했던 것일까? 거주한 지 2년 정도 되어가자 중국어 실력도 많이 늘었던 것이었다.


어학을 공부하다 보면 그런 이야기들을 한다.

해당 언어로 꿈꿔보는 게 소원이라고. 외국어로 꿈을 꿀 정도면 정말 잘하게 되었다는 증명이라며 동경하는 그런 말들을 한다. 그런데 현지에 살다 보면 정말 그런 날이 오긴 온다. 나도 꿔봤으니...


자랑하려고 이야기를 꺼냈다기보다는

무언가에 집중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게 되고

즐기면서 빠져들면

확실히 실력이 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내가 너무 푹 빠져있다 보니까

잘하게 됐다는 걸 느끼지 못할 뿐이지.




아무래도 살다 보면 사람들과 논쟁할 일이 생기곤 한다.

한 번은 택시를 타고 갈 때였다. 자주 다니는 루트인데 어쩌다 보니 사정상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돈을 더 내고 택시를 타게 된 것이다.

그런데, 택시기사 아저씨가 해도 해도 너무했다. 거의 한 30분을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중간에 뭐라고 하기보다는 언제까지 하는지 지켜보자 하는 심정이 더 컸었다. 예전에는 다른 길로 접어들면 바로 정정해서 원하는 길로 가달라고 말하면서 도착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불편한 마음으로 갔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말싸움을 하고 싶지도 않고 도착하면 한 방 먹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한참을 에돌아가서 택시요금이 거의 두 배나 나왔다. 기사아저씨는 돈을 더 받을 생각에 기분이 좋았는지 웃는 얼굴로 요금이 얼마인지 나에게 알려주었고 나는 버럭 하기 시작했다.

"아저씨, XX 길에서부터 한참 돌아서 지금 비용이 거의 두 배 나온 거 내가 모를 줄 아세요? 어째 그렇게 양심 없어요?!"

"아니, 이 꼬마가! 내가 뭘 어디를 돌아왔다고 그래! 원래 길은 여러 루트가 있는 거야! 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러면 택시를 타는 사람은 사정이 있어서 타는 걸 텐데 빨리 가야 하니까 빨리 가는 루트를 선택해야지, 버스보다도 느리게 한참 돌아서 가는 길을 선택해요? 그럴 거면 차리리 걸어가지!"

"어쨌든 XX위안 나왔으니까 돈 내고 내려!"

"무슨 말씀이세요? 원래 XX위안 나올 길을 아저씨가 멋대로 돌아서 갔으면서!!"


나는 택시에서 내리면서 뒷좌석에 돈을 던지듯 내려놓고 문을 세게 쾅 닫았다.


"아니, 돈을 적게 내고 가면 어떻게! 기계에 얼마 나왔다고 찍힌 거 안 보여??!!"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돌아서 가 달라고 했나요? 아저씨가 마음대로 돌아서 간 거지!!"



나는 재빨리 건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간도 크지. 덩치 큰 성인 남자가 쫓아오면 어떻게 하려고 그때는 겁도 없이 그렇게 대들었는지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이때부터 T와 J가 열일하고 있었구나 싶다. 그렇게 불의에 맞서는 모습이 있었더랬다. 시시비비를 따지는 성격 때문에 이런저런 골치 아픈 말싸움도 적잖이 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벼는 고개를 숙이게 된다.

시끄러운 게 싫은 나이가 됐다.

요즘은 최대한 마찰 없이 조용히 지내려고 한다.

쌈닭은 혈기왕성했던 과거에만 존재한다.

요즘 그 쌈닭은 내 호주머니 안에서 조용히 겨울잠을 잔다.

그러다가 너무 경우에 벗어난 순간이 오면 용케 알아채고 깨어난다. 꼬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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