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이 떠오른 낡은 기억 하나.
참 좋아했던 원피스 한 장.
초여름이면 그 하얀 원피스를 꺼내 입고 나의 고양이와 함께 햇살을 맞았다.
언젠가, 고양이가 옷을 할퀴었고 치맛단에 자국이 생겼다.
한동안 그 원피스를 꺼내지 않았다.
무수히 많은 계절이 지나 이제는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먼지가 뽀얗게 쌓인 박스 안에서 그 원피스를 다시 만났다.
아, 그 원피스의 감촉이 날 그 해 여름으로 돌려놓는다.
다시 오지 않을 그 여름.
후덥지근하고, 푸르렀으며 마음속 굳게 간직한 미래에 대한 설렘이 들끓던
그 어린 나를 기어코 불러낸다.
영원히 그날에 머물고 싶어.
그리곤 조용히 읊조린다.
안녕, 그리고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