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온통 무채색이었다.
그 어떤 아름다운 풍경에도 색이 채워지지 않던 어떤 날.
무채색과 공허만이 남은 날이었다.
그 옛날 당신은 한마디 말도 없이 내게 꽃 한 송이를 건넸다.
당신의 손 끝에 수줍게 쥐어져 있던 꽃 한 송이가 나의 시간을 멈춰 세웠다.
당신이 내게 건넨 것은 한 송이의 꽃이었을까,
내가 색을 되찾길 바라는 간절한 바람이었을까.
어떠한 이유로 나는 휘청였고,
어떠한 이유로 공허했을까.
꽃은 시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꽃 한 송이와 함께 건넨 그 마음은 시들지 않는다.
그 옛날 전해받았던 그 마음 하나로
나는 여즉 오늘을 살아내고 있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아.
혹시, 이 글이 당신에게 닿는다면 늦게나마 내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