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자살"연재중입니다. _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휴일의 쇼핑몰은 언제나 그렇듯이 활기가 넘친다. 늘 그렇듯이 난 막내를 데리고 '키즈카페', 아내와 딸은 쇼핑을 하러 갈라서야 하는 점에서 막내는 놀 생각에 신이 났는지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그 모습에 서운했는지 아내는 아들을 보며, 말했다.
"아들 재미있게 놀고, 다치지 말고...엄마 뽀뽀"
아들은 형식적으로 아내를 안아주고, 형식적인 입맞춤으로 잠깐의 이별의 통과의례를 마쳤다.
한발짝 떨어져 있는 딸도 오랫만에 외출이 그리 나쁘진 않는지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럼 다 치지말고, 애 잘보고, 이따봐"
나에게 까지 부탁을 마치고서야 서로의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내와 딸은 옷가게가 즐비한 통로를 걷고, 나와 아들은 한층을 더 올라가야 했기에 에스칼레이터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오가며 보이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표정들. 형형색색으로 고객을 유혹하기 위한 진열대의 상품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자주 오던 곳이다 보니 아들은 성큼성큼 앞을 향해 나가고, 난 말없이 뒤를 따랐다. 저렇게 신나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도착한 '키즈카페' 입구엔 충분히 기다려도 될만큼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우리의 차례가 되자 표를 사기위해 '키오스크' 앞에 섰다. 여러번 와본 터라 굳이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업무시간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출근한 아르바이트생이 다가와 물었다.
"보호자도 함께 들어가시는 걸까요?"
"네"
"아이 미끄럼방지 양말 신었을까요?"
"네"
"잠시 확인하겠습니다"
아들의 발바닥을 확인하고 나서야 스티커로 된 입장권을 우리에게 건넸다.
"들어가실께요~"
국어 학자는 아니지만 '~가실께요'는 왠지 어색하다는 느낌을 예전부터 받기는 했지만, 뭐 사는데 지장이 없다면 나 혼자 거스린다고 언어의 형식을 바꿀 수는 없으니...
아들이 신발장에 신발을 넣자 마자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아들~ 아빠 여기서 있을테니 무슨일 있으면 일루와 알았지?"
아들은 뒤를 돌아보고 내자리를 확인하고 다시 달려갔다.
그래도 아들 많이 컷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들이 혼자 다니는 걸 무서워(?)해서 가는 곳마다 따라 다니다 지치기 일 수 였는데, 제법 컷다고 혼자 노는 덕분에 나에게도 작은 여유가 생겼다. 가끔 어디서 노는지 무슨일은 없는지 한번씩 찾아가 눈을 맞춰줘야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은 분명하다.
'키즈카페'의 아버지들의 모습은 거의 비슷한다. 저마다 핸드폰에 고개를 숙이고, 가끔씩 고개를 들어 자신의 자녀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옳기는... 나 역시 마찬가지로 관심가는 뉴스를 클릭하고 별 내용이 아닌 텍스트를 빠르게 스킵한다. 뭐라도 해야 할 거 같아서...
Time -2
이미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현실속으로 들어와버린 악몽과 싸워 이길 수는 없다. 어두운 길을 홀로 걸을때, 뒤에서 나는 인기척이 사람이 아니라 차라리 귀신이기를 바라는 마음. 사람은 나를 해 할 수 있지만, 귀신은 공포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에. 불행하게도 내 뒤엔 사람이 있었다.
겨우겨우 구해 온 돈은 일주일도 못 버티고 사라졌다.
스스로의 착각일 수도, 위로일 수도,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난 정말 열심히 했다.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납품을 맞추기 위해 밤샘도 마다하지 않았고, 직원들을 퇴근시킨 후 홀로 포장을 마치던 날들이 셀 수 없었다.
위험 신호는 오래전부터 느껴졌지만, 어쩌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매달렸다. 그리고 그 희망을 따라, 죽을 힘을 다해 뛰었지만 결국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부도가 났다.
위험 신호는 오래전부터 느껴졌지만, 어쩌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매달렸다. 그리고 그 희망을 따라, 죽을 힘을 다해 뛰었지만 결국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그토록 어렵게 구해 온 돈은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게 눈 감추듯' 어디론가 사라졌다.
스스로의 착각일 수도, 위로일 수도,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난 정말 열심히 했다.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납품을 맞추기 위해 밤샘도 마다하지 않았고, 직원들을 퇴근시킨 후 홀로 포장을 마치던 날들이 셀 수 없었다.
직원들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들에게 강요할 수 없는 영역이 있었다. 그걸 그땐 몰랐을 뿐이다. 그저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다.
현실은 내게서 이성을 앗아갔다.
새벽을 향해 가는 '경인고속도로'는 인천에서 막 들어온 짊을 나르기 위한 커다란 컨테이너 화물차량이 도로를 점려하는 시간이었다. 개중에는 자신의 차량 속도를 뽐내듯 미친듯한 속도감을 즐기는 몇몇의 자가용들. 난 아무 생각없이 의무적으로 핸들을 잡고 해드라이트 불빛에 의존하여 불안한 고소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앞 차량의 브레이크 등이 붉게 켜졌다. 머리로는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는 묘한 충동이 들었다.
'여기서 사고가 나면, 내 빚은 사라지고, 보험금으로 가족은 살 수 있을지도 몰라. 이건 자살이 아니니까. 남들 눈엔 안타까운 사고일 테고.'
그러나 본능은 결국 나를 살렸다. 나는 브레이크를 밟았고, 갓길에 차를 세웠다.
비상등을 켜고,어둠 속 정적만이 남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울었다. '꺼이… 꺼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감정인지 모를 울음.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멈추지 않고 흘러나왔다. 어떠한 감정으로 표현 할 수 없는 한 섞인 눈물이 끝도 없이 흘러 나왔다. 마치 고장나버린 수도 꼭지처럼... 아니 고칠 수 없는 수도꼭지 처럼...그렇게 내 모든 것을 토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