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악장 | Cantabile(노래하듯이 부드럽게)

아들에게 전하는 편지 2

by 소나타 그레이스

함께 웃고 울었던 날들 – 엄마와 아들의 성장 앨범


엄마가 클라리넷 반주 레슨을 받으러 갈 때마다 일곱 살 네가 동행했지. 아름다운 앙상블 선율은 네게 공기처럼 스며들었나 봐. 곡의 흐름을 완벽히 파악하고, 어느 부분에 어떤 선율이 나올지 외울 정도였으니까.

한 번은 연주자가 중요한 부분을 놓쳤는데, 네가 작은 입술로 그 선율을 정확히 흥얼거려 교수님은 입을 크게 벌리며 “네가 이 부분을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아니?”라며 진심으로 놀라워하셨지. 음악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너의 놀라운 재능에 엄마는 다시 한번 깊은 감탄을 금할 수 없었고, 그런 너를 늘 곁에 둘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단다.


집에서는 어린이 TV 춤을 곧잘 따라 하며 자랑스레 보여주었고, 초등 고학년 땐 개그콘서트 유행어로 엄마를 웃음 짓게 했지. 넌 엄마에게 딸 부럽지 않은 사랑스러운 아들이었어.


우리는 손잡고 음악회도 가고, 네가 열광하던 철도박물관에도 수없이 발자국을 남겼지. 주말만큼은 너와 단둘이 '추억'이란 보석을 캐고 싶었어. 수원역 근처 백화점은 우리 아지트였지. 실내 놀이터에서 뛰놀고, 지하 식당가에서 돈가스와 떡볶이를 나눠 먹던 소소한 행복. 북적이는 곳에서 빈자리가 보이면 재빨리 엄마 자리를 맡아주던 너. 외할머니 댁에 얹혀살면서도 그 주말들은 메마른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소중했단다.


한 번은 장난감 가게에서 집에 있는 똑같은 레고를 또 사달라고 떼쓰는 너에게 결국 져주고 말았지. 대신 무거운 상자를 집까지 네가 들고 가게 했어. 끙끙거리며 그걸 옮기는 네 뒷모습에 마음이 뭉클하면서도 미안했단다. 엄마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면 기꺼이 들어주었을 텐데…




어느덧 너는 학교에서 혼난 일이나 외할머니께 꾸중 들은 사소한 일조차 속으로 삭이는 아이가 되었지.

"아빠는 왜 저를 버렸어요?" 외할머니께 털어놓은 네 가슴 아픈 질문을 전해 들었을 때, 엄마는 먹먹한 슬픔을 느꼈단다. 그 후 너는 우울증이라는 긴 터널을 홀로 걷게 되었지. 심리센터 상담과 놀이치료를 시작했지만, 빠듯한 형편에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중단해야 했어.


가끔 엄마 일이 바빠 토요일에도 혼자 버스를 타고 심리센터에 가 놀이치료를 받던 너.

초등학교 4학년, 그 치료가 얼마나 위로가 되었을까.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은 여전히 그림자처럼 남아있단다. 사춘기가 찾아온 걸까. 밝았던 네 표정은 그늘지고 웃음은 사라졌지.

중학교 입학 후, 교회 청년부 선생님은 친형처럼 너를 따뜻하게 챙겨주셨어. 시험을 망친 너를 위로하고, 엄마에게 예의 바르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지. 네가 대학 입시까지 잘 마칠 수 있도록 사랑으로 보듬어주신 그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분 덕에 네가 남자 어른의 따뜻한 격려와 지지를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어.


질풍노도의 중2병 시절, 굳게 닫힌 방문 앞 네 뒷모습을 보며 엄마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지.

외할머니 댁에서 10년, 드디어 우리는 국민임대아파트에 당첨되어 둘만의 공간에서 새 시작을 하게 되었어. 하늘로 날아오른 새처럼 자유를 만끽했지. 고등학생이 된 너에게 푸들 강아지를 선물했고, 함께 돌보며 깊은 속마음을 나누었단다.

엄마는 다시 학습지 교사 일을 시작하며 네 전담 매니저가 되었지. 아침마다 배탈이 나는 예민한 너를 학교 교문 앞까지 질주하던 그 시간들. 전쟁 같았지만, 돌이켜보면 너와 가장 가까이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이었음을 깨닫는다.

우리의 시간은 때로는 격렬한 합주곡처럼, 때로는 잔잔한 이중주처럼 그렇게 흘러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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