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주곡을 따라”
육아는 끝없이 이어지는 산맥 같았습니다. 한 봉우리를 넘어서면 어김없이 더 높은 봉우리가 기다리고 있었죠. 하지만 저는 '엄마'라는 태그 하나만으로는 제 영혼의 갈증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 안에는 아직 탐험하지 않은 광대한 영토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고된 시간 속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 쳤습니다. 잡지에서 유익한 정보가 보이면 스크랩북에 붙이고, 육아 서적을 베개 삼아 잠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단순히 지식만 채워가는 제 모습에서 깊은 갈증을 느꼈습니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듯한 허무함이 밀려왔습니다.
'이렇게만 있을 순 없어. 나도 성장해야 해!'
내면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는 작지만 단호했습니다. 더 깊이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얼어붙었던 땅을 뚫고 솟아나는 봄의 새싹처럼 꿈틀거렸습니다.
결국, 방송통신대학교에 편입했습니다. 온라인 강의는 제게 숲 속의 작은 오솔길 같았습니다. 현실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비밀 통로였죠. 출석 수업이나 시험이 있을 때면 여동생이 마법사처럼 나타나 아이를 돌봐주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오랜만에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라는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습니다. 그 정원에 심어둔 꿈의 씨앗들이 언젠가 활짝 피어날 거라 믿으면서요.
그 무렵, 남편의 근무지가 인천에서 전라도로 바뀌었습니다. 마치 계절이 변하듯 우리의 일상도 요동쳤습니다. 남편은 6개월간 교육을 받아야 했고, 저는 아이와 함께 낯선 땅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가슴 한구석에 작은 별빛처럼 반짝이던 '해외 생활'의 꿈이 떠올랐습니다. 혹시 남편이 해외에 나갈 기회가 없을까, 우리 가족이 다른 하늘 아래 살아볼 수 없을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우리도 나중에... 해외에서 살아볼 수 있을까?"
하지만 남편의 대답은 차갑게 닫힌 문과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