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강한 음표들, 아침과 낮의 이중주”
저는 늘 바쁘게 뛰었습니다. 길게 이어지는 레가토처럼 유연한 흐름보다는 짧고 강한 스타카토 음표처럼, 제 삶은 늘 끊임없이 변화했고, 숨 가쁜 하루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친정집 근처 유치원에서 종일반 교사로 새로운 악장을 시작했지만, 원장님의 한마디 조언이 제 인생의 템포를 급격히 변화시켰습니다.
"선생님, 유치원도 좋지만 학원 강사는 어떠세요? 어쩌면 더 적성에 맞을지도 몰라요."
그 말에 저는 망설임 없이 새로운 음표를 찍어냈습니다.
초등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일은 마치 완전히 다른 악기로 연주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유아들의 부드러운 선율에서 초등학생들의 생기 넘치는 리듬으로 전환된 것이죠. 손유희나 율동이 아닌, 칠판에 지식을 그려내는 이 연주가 제게는 신선한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오후 3시부터 9시까지의 수업. 그리고 제게 선물처럼 주어진 '오전'이라는 여백. 이 빈 악보에 무엇을 채울까 고민하다 어릴 적 손을 놓았던 피아노를 다시 품에 안았습니다.
과학 강사라는 주선율과 피아노라는 부선율이 3년 동안 아름다운 이중주를 이루었습니다.
"음악대학에 원장과 강사들을 위한 특별반이 있어요."
피아노 학원 원장의 이 말은 제 인생의 템포를 알레그로로 한층 빠르게 만들었습니다. 30대에 음대생이 된다는 것은, 마치 느린 행진곡을 연주하다 갑자기 폭풍처럼 빠른 알레그로로 전환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새 피아노를 구입하고, 개인 레슨을 받으며, 저는 스. 타. 카. 토.처럼 짧고 강하게, 후회 없이 매 순간을 살아냈습니다.
음악대학에서의 시간은 풍성한 화음으로 가득했습니다. 주전공 피아노, 부전공 플루트, 반주, 앙상블... 다양한 음악적 경험이 제 삶을 채워갔습니다. 다니던 피아노 학원의 강사가 되어 이제는 제가 다른 이들에게 음악을 전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왜 굳이 개인 레슨까지 받아?"라는 원장 언니들의 핀잔에도, 저는 더 높은음을 향해 끊임없이 손가락을 움직였습니다.
졸업연주회의 크레셴도는 제 인생의 정점과도 같았습니다. 친정 엄마와 여동생, 그리고 유치원 졸업을 앞둔 7살 아들이 객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저는 무대 위에서 빛났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연주가 아니라, 한 여자의 꿈과 열정이 수많은 스타카토와 레가토를 거쳐 빚어낸 삶의 협주곡이었습니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저는 그를 음악의 세계로 초대했습니다. 어린이 음악회, 교수님들의 독주와 듀오 연주는 우리 모자의 특별한 나들이가 되었습니다. 남자아이의 활기찬 리듬에 맞춰 과학 체험관, 놀이공원, 철도박물관도 함께 탐험했습니다. 특히 기차에 매료된 아들과 함께한 철도박물관 방문은 셀 수 없이 반복되는 도돌이표처럼 이어졌습니다.
피아노 학원 문이 닫히고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게 되자, 제 삶의 악장은 예고 없이 다음 마디로 넘어가야 했습니다.
익숙했던 리듬은 끊기고, 불안한 침묵 속에서 '학습지 교사를 해볼까?' 하는 작은 변주곡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 멜로디는 쉽게 연주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건반 위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이끌던 손으로, 이제는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학습지를 내밀어야 한다니... 마치 콘서트홀의 피아니스트가 하루아침에 거리의 악사가 된 듯한 기분이랄까요. 제 안의 자존심이라는 현이 팽팽하게 당겨졌고, '학습지 선생님'으로 비칠 제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차라리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그런 생각으로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시아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바로 그때, 망설임으로 가득 찬 제 악보 위에 아들의 목소리가 힘찬 포르티시모(ƒƒ)로 울려 퍼졌습니다.
"뭐 어때? 난 엄마가 한국에서 학습지 교사를 해도 괜찮아."
아들의 이 한마디는 주저앉으려던 제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었습니다. 마치 예상치 못한 화음이 곡 전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듯 말이죠.
새로운 도전의 문턱에서, 저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피아노를 향한 제 열정이 단 한순간도 꺼진 적이 없듯이, 제 인생이라는 연주도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고. 얼마든지 새로운 악장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조금은 낯설지만 새로운 리듬을 향해 다시 한번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