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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직장인이 계속 성장해야 하는 이유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by 글앤리치

IT 기업에서 리더가 아닌 50대 직장인은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핵심 기술을 다루기보다는 지원 업무를 처리하거나 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아서 처리합니다.


리더에 의해 업무가 조정되기도 하지만 50대가 되면 체력적으로나 업무적으로 한계가 있어서 본인 스스로 덜 바쁜 업무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최신 기술에 조금 뒤처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피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 또한 40대 중반을 넘어 50대가 되면서 업무를 선택할 때 도전적인 것보다는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이 들 때까지 예측 가능한 일들로 하루를 채우고 정해진 데로 움직이는 것이 좋았습니다.


저녁에는 일찍 퇴근해서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취미생활을 했습니다.


그렇게 예측 가능한 하루가 예측 가능한 일주일이 되고 그런 일주일이 모여 한 달이 되었습니다.


너무도 편안한 일상이 이어졌습니다.


공포 영화를 몇 번이고 봐서 다음 장면에 어떤 귀신이 어느 타이밍에 나올지를 알고 있는 것과 같았습니다.


이미 결말도 알고 있기 때문에 조마조마한 긴장감, 주인공이 겪을 위험에 안타까운 마음, 마지막 반전 결말의 짜릿함이 없습니다.


그저 잔잔한 호수와 같았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 온실 속에 화초가 되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은퇴까지 이렇게 몇 년을 지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해외 출장을 가있던 후배가 가족을 돌보러 긴급하게 귀국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업무를 대체할 사람으로 제가 가게 되었습니다.


계획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프로젝트 일정을 맞추려면 누군가 가서 마무리를 지어야 했습니다.


부담감에 가기 전날 잠을 설쳤습니다.


오랜만에 가는 해외출장이기도 했지만, 긴급하게 가다 보니 걱정이 앞섰습니다.


새벽에 시간 맞춰 공항에 가는 일부터 호텔을 거쳐 일터까지 가는 동선을 머릿속에 몇 번씩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습니다.


비행기 안에서는 도착해서 무슨 일부터 어떻게 처리할지 우선순위와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출국 당일날도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호텔에 짐만 풀고 바로 일하러 가서 밤늦게 퇴근했습니다.


그렇게 3주가 지났습니다.


다행히도 프로젝트는 잘 마무리가 되었고, 걱정했던 일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무사히 귀국했습니다.


출국할 때의 걱정 많은 사람은 자신감으로 가득한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오랜만에 느낀 건강한 긴장감이었습니다.


늘어져 있던 젊은 세포가 다시 깨어난 것 같습니다.


한 단계 성장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위대한 삶은 안정 속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도전 속에서 빛난다.

— 헬렌 켈러 —


안락한 삶 속에서는 위대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 아인슈타인 —


우리는 익숙한 길을 따르는 대신,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볼 때 진정한 성장과 발견이 일어난다.

— 랄프 왈도 에머슨 —


은퇴를 계획한다고 해서 그냥 흘러가는 데로 타성에 젖어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편하려면 업무를 선택할 수는 있지만 업무를 대하는 태도는 스스로 계속 발전시켜야 합니다.


은퇴 후에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야 할 일이 많을 텐데 실패하지 않으려면 더욱 열정적인 태도를 갖추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회사가 전쟁터면 회사 밖은 지옥이다.


회사 안이 지옥이면 회사 밖은 불지옥이다.


회사 밖은 그야말로 야생입니다.


편안함에 익숙해져서 은퇴하는 것은 알몸으로 밀림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지금 너무도 편안하다면 성장이 멈춘 것입니다.


처음에는 어렵던 일들도 익숙해지고 나면 다시 편해지는 구간이 옵니다.


바로 그때를 조심해야 합니다.


관성으로 의식 없이 똑같은 일을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나를 불안정한 상태로 던져 넣어서 야생으로 나갈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얼음을 깨고 냉수마찰을 하며 정신을 번쩍 차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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