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쏨땀 같은 나의 방콕생활

EP. 7 통역 에피소드 2

by sommeil

나는 태국 촌부리지방 씨라차에 위치한 한국 대기업인 S전자 통역을 한 일이 있었다. 통역 내용은 한국 본사에서 해외법인의 직원 교육 및 감사를 위한 통역이었다. S 그룹은 항상 보안에 철저해서 외부인들 출입 시에 핸드폰 카메라를 테이프로 가리도록 했으며 통역에 관한 어떤 자료도 정보 유출로 간주하여 아무 자료도 받은 게 없었다. 그냥 현지 직원 교육을 목적으로 본사에서 강사 포함 3명이 파견되었다는 내용만 알고 갔다.


오래전 일로 당시에 나는 어려운 통역이긴 하지만 경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여 도전하게 되었다. 예상대로 큰 강당에서 본사에서 나온 강사가 S 기업의 비전과 목표를 설명하고 앞으로 진행될 프로젝트 등을 설명했다. 나는 옆에 작은 보조 책상에 앉아서 순차통역을 진행했다. 어느 정도 진행이 되고 나서 강사가 뜬금없이 농담이 섞인 짤막한 에피소드를 얘기했다.

나는 그대로 통역은 했지만 교육을 받던 현지 태국 직원들은 아무도 웃지 않았다. 강사는 계속 나를 쳐다보며 제대로 통역이 됐는지 의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나는 잠시 상황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긴장을 했었다. ( 지금 같았으면 한국 강사분이 여러분들 졸지 말라고 유머를 한 거라고 자연스럽게 말했을 텐데 그때는 경험 부족으로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사실 그 강사분도 한국에서 통하는 유머가 외국에서도 통하리라는 생각은 좀 오버스런 행동이었다.

외국에서의 강연인 점을 생각했다면 좀 더 상황에 맞는 유머를 준비해야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아무튼 교육이 다 끝나고 잠시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긴장을 풀고 있는데 아까 교육을 받던 태국 직원들이 나를 힐끔 보고 지나갔다.

나중에 교육에 대한 간단한 평가서를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설문사항 중 통역사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지루했다. 유익했다. 전혀 이해 못 했다는 등 다양한 피드백이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시간이 흘러 일반적인 태국인들은 겉으로 좋고 싫음의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단지 교육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뿐 편안하게 웃으면서 강의를 듣는 분위기는 아니란 것이다.

막상 강사가 질문을 하면 알맞은 대답은 간단하게 했지만 반응을 크게 하지는 않았다.

그것이 태국인과 한국인의 차이점이었다.


태국인들은 자존심이 매우 강한 민족이라서 남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는다. 동남아지역에서 유일하게 식민지를 당한 적이 없는 민족으로 함부로 자존심을 건드리는 언행은 조심하는 게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개인주의 성향이 매우 강하고 규정에 의해서만 행동하는 경향이 있어서 태국인의 이런 문화적 차이점을 잘 이해한다면 태국을 여행하거나 거주할 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은 그런 문화적인 차이를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태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예전보다는 편해졌다.

아무리 태국어를 말하고 배웠다 하더라도 문화적인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태국을 포함한 해외생활을 편안하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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