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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들어본 동화의 무대

독일 소도시 여행 - 브레멘

by 유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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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를 견디다 못해 탈출한 네 마리의 동물들이 길을 떠난다. 그들의 목적지는 브레멘. 잘 사는 도시에 가서 음악대를 결성할 계획이다. 그런데 길을 가던 도중 도둑이 사는 집을 발견했고, 우여곡절 끝에 도둑을 물리치고 거기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모두가 아는 <브레멘 음악대> 줄거리다.


<브레멘 음악대>는 모두가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 배경이 된 브레멘(Bremen)은 실존하며,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아기자기한 시가지를 만날 수 있다. 물론 브레멘이 60만명 가까운 인구를 가진 독일에서 11번째로 큰 도시이기는 하지만, 그런 브레멘에서도 우리가 만나게 될 동화의 무대는 소도시를 거닐듯 낭만적이다. 다섯 가지 장면으로 브레멘의 매력을 정리한다.


Scene 1. 브레멘 음악대

당연히 이 도시의 마스코트 "브레멘 음악대"가 최고 인기를 누린다. 브레멘을 여행하다보면 곳곳에서 <브레멘 음악대> 동물 네 마리가 포개진 모습을 만나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시청사 옆에 있는 동상이 "공식적인" 마스코트다. 특히 당나귀 앞발을 만지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린 끝에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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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시청사 옆 동상 / 우 : 미술관 작품


Scene 2. 롤란트

시청사가 있는 마르크트 광장(Marktplatz)의 주인공은 또 있다. 거대한 크기의 석상 롤란트(Roland)인데, 롤란트는 중세 독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도시의 수호성자다. 마치 한국에서 마을마다 서낭당을 세웠듯이 독일에서는 롤란트를 세워 마을의 번영을 기원했다. 오늘날까지 롤란트가 남아있는 도시가 여럿 있으나 브레멘의 롤란트는 확실히 크고 세련되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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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사 앞 롤란트


Scene 3. 슈노어 지구

브레멘은 항구도시다. 베저강(Weser) 하구에 무역항을 만들고 중세부터 크게 번영했다. 이때 강을 생업의 환경으로 삼은 어부들이 모여 살던 곳이 슈노어 지구(Schnoorviertel)다. 15세기부터 들어선 건축물이 좁은 골목 사이에 다닥다닥 모여 소도시의 정취를 완성하는 곳. 여기서 슈노어는 선박의 필수품인 "끈"을 뜻하는 지역 방언이다. 오늘날 슈노어 지구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부 파손되고 낙후된 뒷골목을 다시 중세의 모습으로 복원하고 보존하여 공방, 아트숍, 독특한 카페와 식당 등이 밀집한 상업지구로 개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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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노어 지구


Scene 4. 뵈트허 거리

번영한 항구도시였으니 무역이 매우 성행하였을 것은 당연한 결론. 브레멘에서 상업과 무역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이가 많다. 그 중에는 커피 무역으로 크게 성공한 루트비히 로젤리우스(Ludwig Roselius)도 있다. 그는 최초의 디카페인 커피를 발명한 Café HAG의 수장이다. 로젤리우스는 마르크트 광장에서 가까운 곳의 건물을 여러채 매입한 뒤 붉은 벽돌의 통일된 디자인을 가미해 복합 문화지구를 완성했다. 그렇게 완성된 뵈트허 거리(Böttcherstraße)는 로젤리우스가 수집한 미술품, 브레멘과 인연이 깊은 독일 화가 모더존베커(Paula Modersohn-Becker)의 작품, 아트숍, 공방, 관광안내소 등이 모여있는 독특한 볼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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뵈트허 거리


Scene 5. 벡스

브레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벡스(Beck's)다. 독일 맥주 중에서도 판매량 1위를 다투는 글로벌 맥주회사가 브레멘 태생이다. 여전히 벡스는 브레멘에서 생산된다. 예약 시 공장 투어도 가능하지만, 꼭 공장을 구경하지 않더라도 마르크트 광장과 슈노어 지구에 있는 벡스 레스토랑에서 만날 수 있다. 벡스 맥주는 집앞 편의점과 마트에서도 구매할 수 있지만, 본진에서 마시는 신선한 맥주는 차원이 다른 청량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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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스 맥주

동화의 무대 브레멘. 객관적으로 소도시는 아니지만, 우리가 만나는 브레멘은 동화에 나오는 소도시 그 자체다. 맑은 날에도 햇볕이 안 들어올 만큼 좁은 골목에 다닥다닥 모인 중세의 건물들이 인상적인 풍경을 만들고, 탁 트인 광장은 중세의 번영을 증거한다. 그 가운데 동화의 주인공까지. 우리는 브레멘에서 동화를 만난다.


인구가 몇 명이고 면적이 몇 제곱킬로미터고 하는 숫자가 중요한가. 브레멘의 정체성은 소도시가 분명하다. 대도시가 주지 못하는 여행의 재미를 선사하는 멋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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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소도시 여행>

2007년부터 독일을 여행하며 그동안 다녀본 100개 이상의 도시 중 소도시가 대부분입니다. 독일 소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독일여행에 깊게 발을 들이게 된 여행작가가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한 장면들을 연재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객관적으로 소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곳도 있지만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로 합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꿈의지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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