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도시 여행 - 로텐부르크
독일의 그 많고 많은 소도시 중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곳을 꼽으라면 아마 TOP3에 들어갈 곳이 로텐부르크(Rothenburg ob der Tauber)다. 전세계에서, 특히 아시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1년 내내 찾아오는 마을.
그런데 로텐부르크에서 '더 원'을 꼽기는 어렵다. 어떤 하나의 대단한 명소 또는 유산이 있어서 유명한 게 아니라, 일견 평범해보이는 작고 소박한 것들이 조화롭게 모여 하나의 대단한 마을을 만든 것에서 로텐부르크의 진가가 발현된다. 특별히 대단하지 않아도 힘을 모아 대단한 걸 만들어낸 로텐부르크의 매력을 다섯 가지 장면으로 정리한다.
Scene 1. 뢰더문
기차역에 내려 10여분 걸어가면 로텐부르크 구시가지로 들어간다. 이때 처음 마주하는 관문이 뢰더문(Rödertor)인데, 옛 성문만 남은 게 아니라 도시를 빙 두른 중세의 성벽 전체가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뢰더문은 성벽의 수많은 출입문 중 하나이며, 옛 초병이 지키고 있었을 성벽 위까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Scene 2. 마르쿠스탑 & 플뢴라인
뢰더문을 지나 성벽 안쪽으로 들어오면 이내 또 하나의 망루 마르쿠스탑(Markusturm)을 만나게 된다. 도시가 처음 태동했을 때에는 여기까지가 경계였는데, 이후 도시가 확장되어 오늘날 볼 수 있는 성벽과 성문까지 넓어진 것이리라. 물론 확장되었어도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걸어서 30분이면 족히 닿는 아담한 마을이지만 말이다. 마찬가지로 초기 성문과 망루가 그대로 남아서 서로 경사가 다른 지대에 어긋 서서 독특한 풍경을 만드는 플뢴라인(Plönlein)은 로텐부르크의 대표적인 포토존이다.
Scene 3. 마르크트 광장
돌바닥이 깔린 미로 같은 좁은 골목은 어디서든 결국 한 곳에서 만난다. 시청사가 있는 로텐부르크의 중앙 광장, 마르크트 광장(Marktplatz)이다. 르네상스 양식의 시청사를 비롯하여 옛 건물이 올망졸망 모여있고, 의회연회관(Ratstrinkstube)에서는 시간마다 특수장치가 작동하여 눈길을 끈다. 의회연회관은, 로텐부르크가 30년전쟁 당시 적군에 함락되었을 때 적장 앞에서 와인 한통을 원샷해 숙청을 면한 시장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오는 곳이고, 특수장치도 이 사건을 주제로 한다.
Scene 4. 성 야콥 교회
아담한 건물들이 모여있는 로텐부르크에서 가장 커다란 건물은, 중세의 독일 마을이 다 그러하듯 교회(성당)다. 성 야콥 교회(St. Jakobskirche)는 내부의 가치 높은 유물이 있어 순례자도 많이 찾아오는데, 대표적인 유물이 뷔르츠부르크에서 소개했던 조각가 틸만 리멘슈나이더가 만든 성혈제단이다. 제단 안쪽에 예수그리스도의 피가 묻은 성혈유물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Scene 5. 크리스마스
로텐부르크가 동화 같은 소도시로 명성을 높인 데에는 이 도시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기업 케테 볼파르트(Käthe Wohlfahrt)의 공이 크다. 크리스마스 장식품과 선물에 특화된 기업이어서 이들이 만든 크리스마스 숍과 박물관이 마르크트 광장 주변에 여럿 있다. 덕분에 한여름에 가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펼쳐치고, 동화 같은 소도시의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다.
관광지로 명성이 높은 덕에 먹고 자고 마시고 쇼핑할 것도 가득하다. 한때 유행했던 베이커리 슈네발(Schneeball)도 로텐부르크에서 왔다. 구경하고 즐길 재미있는 것들도 많으면서, 상술이 앞서지 않고 조화로운 하모니를 지키고 있는 로텐부르크는 독일에서 소도시를 여행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추천할만한 곳이다.
<독일 소도시 여행>
2007년부터 독일을 여행하며 그동안 다녀본 100개 이상의 도시 중 소도시가 대부분입니다. 독일 소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독일여행에 깊게 발을 들이게 된 여행작가가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한 장면들을 연재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객관적으로 소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곳도 있지만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로 합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독일 소도시에 담긴 역사, 문화, 풍경, 자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읽기 편한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35개의 독일 도시에 담긴 이야기를 담은 쉽게 읽히는 여행 에세이로 독일의 진면목을 발견하세요.
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꿈의지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