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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상쾌한 와인바

독일 소도시 여행 - 뷔르츠부르크

by 유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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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강(Main)이 흐르는 기후 좋은 곳에 위치한 뷔르츠부르크(Würzburg)의 별명은 "독일의 프라하"다. 조각상으로 양편을 장식한 고풍스러운 다리에 오르면, 한쪽에는 삐죽 솟은 첨탑이, 다른 한쪽에는 산 위의 큰 성이 보이는 풍경이 마치 프라하 카를 다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별명은 오래 전부터 존재한 게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한국에서 누군가에 의해 붙은 것으로 보인다. 대신 해외에서는 뷔르츠부르크를 두고 "프랑켄 와인의 중심지"라고 부른다. 프라하보다는 와인, 뷔르츠부르크의 매력을 다섯 가지 장면으로 정리한다.


Scene 1. 프랑켄 와인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비해 독일 와인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편이지만, 리슬링 품종으로 대표되는 고유의 캐릭터가 있다. 그리고 지역별로 유명한 와인산지가 있는데, 프랑켄(19세기까지 존재한 독립적인 행정구역이며, 지금은 바이에른의 일부)도 대표적인 와인산지이며, 그 중 으뜸은 뷔르츠부르크다. 프랑켄 와인은 둥글넓적한 보크스보이텔(Bocksbeutel) 병에 담긴다. 뷔르츠부르크에는 수백년 전부터 와인을 양조한 유서깊은 와이너리가 여럿 존재하며, 뷔르거슈피탈(Bürgerspital)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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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뷔르거슈피탈 / 우: 프랑켄 와인


Scene 2. 옛 마인 다리

"독일의 프라하"라는 별명을 잉태한 바로 그 장소. 옛 마인 다리(Alte Mainbrücke; 알테마인교)에서 마인강을 바라보자. 눈길이 닿는 곳마다 경사면에 포도밭이 보인다. 시원하게 흐르는 푸른 강과 초록빛 포도밭을 바라보며, 상쾌한 강바람을 맞으며 다리 위에서 와인 한 잔을 즐겨보자. 다리 바로 옆 가게에서 테이크아웃 식으로 여러 종류의 프랑켄 와인을 판매한다. 다리 난간에 와인잔을 내려놓고 풍경을 바라보며 분위기를 즐기는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상쾌한 와인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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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마인강 / 우: 옛 마인 다리와 페더바이서 와인


Scene 3. 대성당

뷔르츠부르크는 주교좌 도시로 중세에 크게 번영하였다. 옛 마인 다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거대한 두 개의 첨탑이 대성당(Dom St. Kilian)의 것이다.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아도 그 위용은 멀리서부터 잘 보이며, 내부로 들어가면 거대한 파이프오르간, 촛대, 샹들리에 등 고풍스러운 장식이 사방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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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옛 마인 다리 / 우: 뷔르츠부르크 대성당


Scene 4. 레지덴츠 궁전

신성로마제국에서 주교좌 도시가 갖는 권력은 어지간한 왕국에 준한다. 뷔르츠부르크도 그 중 하나. 주교의 관저로 지은 레지덴츠 궁전(Residenz)이 그 권력을 짐작케 한다. 압도적으로 크고 화려한 바로크 양식의 주교궁은, 나폴레옹이 독일을 침공했을 당시 이곳을 지나가며 "내가 본 주교궁 중 가장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레지덴츠 궁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으며, 조용한 정원도 개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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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덴츠 궁전


Scene 5. 틸만 리멘슈나이더

마르크트 광장의 마리아 예배당(Marienkapelle)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출입문의 조각상은 매우 유명하다. 르네상스 시대의 독일 조각가 틸만 리멘슈나이더(Tilman Riemenschneider)가 만든 아담과 하와. 리멘슈나이더는 뷔르츠부르크 시장을 역임할 정도로 시민 사회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었지만, 농민전쟁 당시 반란군을 진압하라는 주교의 명을 따르지 않은 죄로 고초를 겪고 더 이상 조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아무튼 리멘슈나이더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은, 16세기 르네상스 시기에 뷔르츠부르크가 활기 넘치는 상업도시였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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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마리아 예배당 / 우: 구 시청사

궁전, 대성당, 다리, 고성 등 여러 볼거리가 펼쳐지는 뷔르츠부르크. 눈이 즐거운 가운데 어디를 가든 프랑켄 와인의 내음이 가득하다. 강바람을 맞으며 정취를 즐기는 이토록 상쾌한 와인바를 구석구석 걸으며 즐길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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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소도시 여행>

2007년부터 독일을 여행하며 그동안 다녀본 100개 이상의 도시 중 소도시가 대부분입니다. 독일 소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독일여행에 깊게 발을 들이게 된 여행작가가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한 장면들을 연재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객관적으로 소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곳도 있지만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로 합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독일 소도시에 담긴 역사, 문화, 풍경, 자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읽기 편한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35개의 독일 도시에 담긴 이야기를 담은 쉽게 읽히는 여행 에세이로 독일의 진면목을 발견하세요.

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꿈의지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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