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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떠난다

나는 캐나다에 살고 싶었나?

by Runa루나


1년전, 11월 27일

우리는 한국의 47년만의 폭설이 시작되기 바로전에

캐나다로 왔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레인쿠버를 시작으로

화창하고 청량한 여름도 보내고

알록달록 이름값하는 단풍의 계절도 보내고

이제 또다시 비가오는 겨울이 시작됐다

우리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간다


처음 오자마자 한달은 너무 신이났다

'내가 캐나다에 살다니~'

'영화에서만 보던 장면들을 눈앞에서 보다니~'

아이들이 외국학교를 가는것도 신기했고

앞집 옆집 집밖에만 나가면 노란머리 외국사람들을 만날수 있는것도 신기했다


안되는 영어로 학교도 다니고

마트에서 장도 보고

애들 방과후 수업도 신청하고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렇게 몇달이 지나다 보니

여기서 느껴지는 선진국 문화에 빠져버렸다

아이들이 학교를 즐겁게 다니고

부모들이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고

여유롭고 양심적인 문화들이 마냥 좋게느껴졌다

자연스레 '우리도 여기서 살면 어떨까' 생각하게됐다


유학원, 이주공사, 주변 지인들

여기저기 알아봐도 가장 중요한건 "직장"이었다

영주권을 받을래도 직장이있어야하고

여기서 살아갈래도 수입원인 직장이 있어야한다

나는 학생, 신랑은 비지터비자 우린 일할수있는 비자자격이 없다.

내가 졸업을하면 워크비자가 나오지만 2년넘게 더 학교를 다녀야하고 졸업을 하고 직장을 잡을수 있는지도 미지수...

그런 상황을 감수하고서라도 도전해볼까 했지만

나는 자신이 없었다. 1세대는 부모가 고생하는게 맞는거같은데 상황이 밀어주지도 내 의지가 강하지도 않았다


계산기도 두들려보고

가족회의도 해보고

우리의 결론은 귀국이었다.

아쉬움도 남는다...

나에게 온 기회인데 내가 못잡는거 아닐까?

비자도 아직 남아있는데... 더 적극적으로 누려야하나?

항상 선택의 자리에서 나는 갈팡질팡이다.

이럴때 더 강하지 못한 나를 자꾸 꾸짖게 된다...


이제는 뭐

비행기 표도 끊었고

차도 팔았고

짐도 테이크오버하기로했다

질질끌다가 막바지에 일처리를 하는중인데

일사천리도 이뤄지는거 보면...

한국으로 가라는 뜻인거같기도 하다


한국에서 잘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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