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0일(목)
여느 날과 똑같은 하루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살짝 발끝이 저려왔다.
혈액순환이 안되나?
가볍게 생각하며 스마트폰을 들어 검색해 본다.
# 임신 초기 발 저림
검색 결과 배가 나오기 시작하면 흔히들 겪는 증상이라고 한다.
나는 임신 5주 차의 초기 임산부이다.
아기는 1cm도 채 안된다.
고개를 살짝 갸웃했지만
그럴 수도 있지 넘어가며 일상을 보냈다.
2024년 10월 11일(금)
발끝 저림이 심화되었다.
동시에 골반과 사타구니 전반이 저릿저릿하다.
스마트폰을 다시 들어 올린다.
# 임신 초기 골반 저림
# 임신 초기 사타구니 저림
검색 결과 환도선다를 호소하는 중기~말기 임산부들이 대거 등장한다.
위에도 적었듯이 나는 임신 5주 차의 초기 임산부이다.
조금 불안해져 주변에 말해본다.
임신은 원래 알 수 없는 수많은 이상한 증상들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주변 언니들이 자신의 무용담을 들려준다.
그렇구나 약간 안심하며 일상을 보냈다.
2024년 10월 12일(토)
어? 이건 좀 이상한데?
저림이 심화되었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
임신과 함께 생긴 증상이니 남편과 함께 산부인과로 향했다.
"임신 중기 이후에 흔히 발생하는 증상이에요.
환자분께서는 초기 임산부라 조금 이르긴 하지만 그럴 수 있어요.
스트레칭이나 운동 열심히 하시면 좀 나아지실 거고
압박스타킹을 신으시는 것도 도움이 되실 겁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몇 가지 피검사는 진행해 보죠."
임신 초기라 평소 대비 운동량이 많이 줄긴 했다.
압박스타킹을 구매해 집 주변을 1시간 정도 걸었다.
내일은 나아지길 바라며 잠들었다.
2024년 10월 14일(월)
무언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다.
모든 저림이 심화되었다.
발, 발목, 골반 및 사타구니가 심각하게 저릿하다.
계단을 오르고 내리려니 하반신에 힘도 잘 안 들어간다.
걷는 게 버겁다.
간신히 출근해 커피 사러 가는 길
내 걸음걸이를 보며 회사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임신 때문에 이렇게 못 걷는다고?
피검사 결과가 나왔다 하여 퇴근길에 산부인과에 들렀다.
"진행한 피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이에요.
이건 제가 알 수 없는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소견서 써줄 테니 큰 병원 가보세요.
디스크나 하지정맥류일 것 같긴 한데...
일단 임산부이시니 큰 병원 산부인과 통해서 진료 진행해 보세요."
곧바로 출산병원으로 눈여겨봤었던 E 대학병원 산부인과 예약을 시도했다.
운 좋게도 바로 다음날 오전 외래진료가 취소물량으로 나와있었다.
회사에 급히 연락해 연차를 올린다.
고맙게도 다들 양해해 준다. 우리 팀원들은 천사다.
내일은 이 괴현상을 끝낼 수 있겠지
희망을 품으며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