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5일(화) [2]
돌고 돌아 E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도착해 우선 진료접수부터 했다.
또 대기하라고 한다.
응급실에는 도착순이 아닌 중증도순에 따라
들어가기 때문에 대기 시간은 알려줄 수 없다 한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기다림과의 싸움이 지루하다.
1시간 후 작은 방에서 내 증상에 대한 면담을 진행했다.
K 신경과의원에서 받아 온 의뢰서도 제출했다.
그 후 안내에 따라 응급실로 엉금엉금 걸어 들어갔다.
침대에 누우니 간호사님이 커튼을 쳐준다.
남편과 별일 아닐 거야 서로를 위로하다 보니
응급의학과 P 교수님이 커튼을 걷고 설명을 쏟아낸다.
"척수염 혹은 길랑바레 증후군이 의심됩니다.
일단 판별을 위한 검사들을 입원해서 진행할 텐데...
길랑바레 증후군일 경우 악화되면 순식간에 호흡기까지 굳어질 수 있어요.
인공호흡기가 있는 중환자실로 입원할게요."
눈앞이 아득하다.
패닉이 온 나를 뒤로하고
교수님은 다른 환자에게로 사라진다.
커튼이 다시 쳐진다.
남편이 울고 있다.
나도 울고 있다.
중환자실이라는 단어의 무게는 엄청났다.
호흡기가 굳는다는 말이 너무 무서웠다.
남편이 차고 있는 보호자 목걸이가 눈에 들어온다.
아... 남편이 나의 보호자이구나!
나는 이제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 됐구나.
그래도 이 힘든 순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 참 다행이다.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한참 울고 있는 우리 사이로
한 여성이 커튼을 걷고 들어온다.
신경과 J 교수님, 나의 첫 번째 주치의이다.
앞서 들은 설명이 다시 한번 리플레이된다.
다행히 후미가 조금 다르다.
"중환자실에 가시면 환자분이 너무 힘드실 거예요.
남편분이 같이 있으실 수 있는 일반병실로 가죠.
대신 보호자분께서 환자분의 상태를 24시간 면밀히 봐주셔야 해요.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거나 조금이라도 호흡을 힘들어하시면 바로 콜 해주셔야 합니다."
남편이 그래도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의식이 멀쩡한 사람이 중환자실에 가면
보고 듣는 것들로 인해 몇 배는 더 힘들다고 한다.
나는 남편과 떨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정체불명의 병과 함께 분리불안 장애도 생긴 것 같다.
입원이 결정 났지만 생각보다 뭔가 복잡하다.
신경과 병동에는 자리가 없으니 다른 과 병동에 우선 입원하자 한다.
이송기사님이 오셨다.
나는 침대채로 덜덜덜 복도를 이동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약간 재밌는 것 같기도 하다.
침대가 멈춘 곳은 성형외과 병동이었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나니 간호사님이
커튼을 걷고 들어와 속사포 랩을 쏟아낸다.
입원 중 주의사항을 포함한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각종 동의서에 서명했다.
팔을 걷자 피부를 뚫고 있는 바늘이 보인다.
식염수가 혈관을 타고 들어온다.
팔찌가 채워진다.
다이아 [ Female / 33세 ]
입원생활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