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5일(화) [1]
증상은 더욱 심화됐다.
이젠 평지를 걸을 때도 남편의 부축이 필요하다.
가만히 있어도 발끝, 발목, 종아리, 사타구니, 골반이
저릿저릿 아팠고 걸을 때는 더 심했다.
난해하지만 아픔을 글로 표현해 보자면...
맨살을 수건 짜듯이 쥐어짤 때의 감각 혹은
피가 안 통하다 풀렸을 때의 짜릿한 감각과 얼추 비슷하다.
남편의 도움을 받아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한다.
스멀스멀 내 건강에 대한 걱정이 몰려온다.
1) E 대학병원 산부인과 방문
키, 몸무게, 혈압 등을 간단히 재고
문진표를 작성하며 순번을 기다렸다.
인기 교수님이라 그런지 기다리는 환자가 엄청 많다.
예약 시간을 1시간가량 초과해
간신히 진료를 보러 들어갔다.
L 교수님은 진찰에 앞서 걱정부터 해주셨다.
"다이아님, 안녕하세요? 어머, 왜 이렇게 못 걸어요!
휠체어 가져다 드릴 테니 거기 앉으세요.
그러다 넘어지면 큰일 나요."
보행장애는 순식간에 심각해져 있었다.
나는 어느새 혼자 산부인과 진료대(통칭 굴욕의자)에
걸어가 앉을 수도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아기가 잘 크고 있는 걸 확인하고
자리에 돌아가 휠체어에 앉았다.
교수님은 내 증상이 산부인과적 질환이 아님을 단언했다.
"임신으로 이런 보행 장애가 오진 않아요.
신경외과나 신경과 예약 잡아드릴게요."
담당 간호사님이
같은 병원 신경외과 및 신경과에 연락을 돌린다.
신경외과는 오늘 진료 가능하나
신경과는 10월 18일(금)이 제일 빠른 날이라고 한다.
우선 신경외과로 향했다.
2) E 대학병원 신경외과 방문
역시 대학병원! 환자들이 너무 많다.
점심을 먹으며 2~3시간 기다리니 나의 순번이 왔다.
P 교수님은 피곤한 표정으로 내 병명을 진단했다.
"전형적인 허리디스크네요.
임산부라 주사를 맞을 수는 없을 것 같고...
한 2~3주 푹 쉬면 나아질 거예요.
정 불안하시면 MRI 예약 잡아드릴게요."
MRI는 10월 25일(금)로 예약됐다.
나는 조금 안심하며 병원 밖으로 나왔다.
반면 남편은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만성 허리디스크 환자인 남편의 경험 및 판단에 따르면
평소의 나의 생활습관은 허리디스크와 너무 멀었고
관련 전조증상도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3) K 신경과의원 방문
남편과 잠깐 상의 후
근처 개인병원 신경과에 방문해 보기로 했다.
그곳에서 별일 없다고 진단받으면
허리디스크라 생각하고 푹 쉬면 되는 것 아닌가!
K 의사 선생님이 내 다리를 점검한다.
작은 망치로 무릎 등을 치며 반사반응을 본다.
막대기로 다리 곳곳을 쿡쿡 찌르며 감각을 본다.
사포 같은 것으로 다리 여기저기 문지른다.
알코올솜을 슥슥 대보며 차가움을 느끼는지 본다.
여러 반응을 테스트 한 뒤 나지막이 얘기했다.
"진료 의뢰서 써드릴 테니
당장 응급실로 가서 입원하세요."
헉! 응급실이라니...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놀란 가슴을 우선 추스르고
헉! 시계를 보니 벌써 4시다.
5시면 퇴근시간인데 빨리 회사에 연락해야겠다.
이후 걱정하고 있을 엄마 아빠에게도 연락을 돌렸다.
불안함을 애써 감추며 남편의 손을 붙잡았다.